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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자초 불통, 우리 살릴 소통 함께해요”
[인터뷰]병든사회 치료 ‘소통 캠페인’ 닻 올린 이하배 교수 (소통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정성문기자(moon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0-02
21세기 대한민국은 가히 소통 부재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사회 전반에서 1인 1가구와 미혼자가 늘면서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에 갇혀 광장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함께 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웃과 가족과 만나 직접 대화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이뤄진 가정에서도 소통과 대화는 줄고 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각자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간다.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겠다고 가족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막상 인간적인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장년에 접어든 아버지와 사춘기에 접어든 자식들 간의 대화와 소통은 무척 어렵다고 많은 아버지들이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식들은 자식대로 서로에게 관심 없이 각자의 바쁜 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런 소통의 부재는 거리를 나서면 더 자주 볼 수 있다. 버스, 지하철을 타면 많은 이들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사이의 소통과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세상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단절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스스로 단절을 선택한 사람들은 타인과의 대화에 나서지도 않고 아예 타인이라는 존재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소통 부재 현상은 개인 뿐 아니라 개인이 모여 만든 사회에서 암처럼 퍼지고 있다. 이런 소통의 부재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전이됐다. 가족간 패륜적 사건, 왕따 현상, 학교폭력, 자살 등 사회적 현상이 소통 부재에서 나왔다고 이하배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진단했다. 동양철학을 전공했고 성균관대에서 동양학부 교수로 재직했던 이 이사장은 소통이야 말로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우리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하배 이사장은 소통으로 세상을 살리고자 지난 7월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를 출범시키고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이 이사장은 ‘소통하자’, ‘다 같이 잘살자’, ‘사람같이 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스카이데일리가 이하배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을 만나 소통과 불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이하배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현대인에게서 쓸쓸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풍요로움의 구가 속에 문득문득 빈곤함을 느끼고, 편리함의 예찬 속에 왠지 쓸쓸함을 느낀다”고 현대 사회를 진단했다. 또 그는 “다른 이들과 학교·회사에서 부딪히지만 왠지 따로인 것 같고 겉도는 삶인 것 같다”며 “소통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소통 문화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그로써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표방하는 철학이다. ⓒ스카이데일리
“소외가 만연한 이 사회는 분명 문제가 존재합니다. 동양의 사유 전통을 통해 생생한 삶의 현장을 잘 드러내고 풀어낼 수 있는 대안을 소통에서 찾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동양철학을 통해 불통에서 벗아나 소통 있는 사회가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이하배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불통 사회의 막힘을 뚫기 위해 소통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한국 최고(最古)의 대학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철학 박사다. 모교에서 동양철학의 정수를 후배와 제자들에게 가르쳤던 그는 현재 열음·소통문화연구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가 문제가 됨을 깊게 깨달은 이 이사장은 병든 우리 사회를 치료할 대안으로 소통을 내걸고 지난 7월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를 창립했다.
학문 연구에 머물지 않고 단체를 세운 그는 우리 사회의 ‘쓸쓸함’에 공감했다.
“우리의 일상이 많이 이상합니다. 풍요로움의 구가 속에 문득문득 빈곤함을 느끼고, 편리함의 예찬 속에 왠지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다른 이들과 학교, 회사에서 부딪히지만 왠지 따로인 것 같고 겉도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따스한 인간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아픔을 묘파(描破)한 그는 사람 간의 진실한 대화 문화야말로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이로써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 이사장은 소통을 이론적으로 확립했다. 그는 실생활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의 장을 열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찾는 길은 결국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이 이사장에 따르면 현대인의 만남과 소통은 피상적이고 ‘겉-치레’와 ‘겉-짓’ 속에 ‘겉-돌고’ 있다.
이로 인해 상대의 말과 행동에 쉽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상대방을 함부로 대한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칼부림이 일어나고,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을 놀리고 괴롭힌다. 불통으로 인해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적 사건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을 들여다보지는 않고 남들만을 바라봅니다. 시선과 관심이 남들을 향해 있지만 정작 남들에 대한 이해나 배려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자신을 올려 보는 과시와 남을 내려 보는 무시의 정서가 점점 커지면서 배려의 문화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인문학적 체험, 인성, 소통을 부르짖지만 이에 대한 반성과 체계적인 연구는 우리를 비켜만 가고 있습니다. 실천적인 동양철학이 자신이 희망하는 힘을 줄 것입니다”
소통의 장 열어, 사람이 사랍답게 살아가자
이하배 이사장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성장과정을 겪었다.
그의 조부 이병연은 조선시대 유학자로 ‘조선환여승람’을 편찬했다. 이 책은 1910년부터 1937년까지 조선의 인문 지리 현황을 담은 지리서다. 책은 가문의 기증으로 현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소장하고 있다.
조부의 지도하에 이 이사장은 산술·서예·역사·지리 등을 배우며 서당공부만 6년을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 년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조부 앞에서 한학을 배우고 문장을 암송했습니다. 조부께서 한자 한자 짚어가며 읽어주시고 다음에는 토시를 붙여 의미를 해석해 주셨지요. 당시는 요즘과 달리 붓글씨를 많이 썼어요. 조부께서는 제가 쓴 글씨에 일일이 방점을 찍어가며 채점했고 결과에 따라 상벌을 내리셨지요. 조부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교육법인 암송과 붓글씨 쓰는 일은 지금 생각해 보면 집중력 향상, 극기, 정서순화 등을 가져오는 훌륭한 인성교육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 입학한 이 이사장은 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전통적 방식으로 공부하던 이 이사장은 철학을 좀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 이 이사장은 독일에서 새로운 사고 방식을 접했다. 이후 그는 실천적 동양철학을 연구해 왔다. ⓒ스카이데일리
독일 철학은 ‘전통’이라는 개념을 ‘사회적 삶, 실천의 모든 관계들’이라는 차원에 주목하면서 이론적으로 묻고 정리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대화와 실천을 강조하는 이런 풍토에서 암기식 교육에 익숙했던 이 이사장은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독일에서 이 이사장은 암송하고 뜻에만 주목해 오던 동양적 사유를 현실문제에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동양철학을 현대인 삶의 질문에 답하는 운용가능한 방법이라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실천적 자세는 이 이사장의 이후 인생을 관통한 맥락이 됐다. 이는 열음·소통문화연구소와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를 세우게 한 정신적 토대가 됐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동양철학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소통 부재의 대안으로 삼았다.
이 이사장은 소통을 위해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한국소통문화아카데미를 통해 소통을 교육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겨울 충남 공주의 ‘용문서원’에서 인성에 초점을 맞춘 소통·예문화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소통문화 현실과 인문고전 토론세미나’도 연 12회로 개최한다. 이 이사장은 이 사회의 소통을 위해서 더 많은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소통이나 동양철학이나 모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먼저 알아야 남도 알 수 있습니다. 철학을 통해 자신을 알았다면 소통을 통해 남을 알아가는 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