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30분에 일어나 씻고 홀로 내려와 식사하고, 인터넷을 조금 검색하다가 여행기를 정리했다. 그리스 부분을 정리했다. 막 일정만 죽 늘어놓았던 것을 살을 붙이고, 감정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창희 이발했어”하는 서울에 있는 아내의 메시지가 왔다. 퍼특 “창희가 입대하려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일 입대하므로, 오늘엔 이발을 했다는 거였다.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니, 가족들이 모두 오근장에 모여 있다고 한다. 나만 외국에서 이렇게 있다.
갑자기 더 심한 외로움과 고독함이 몰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스 여행기를 정리하면서 가족들이 보고 싶었는데, 더 보고 싶어졌다. 과거 여행의 기록에 얽매여 더 심한 외로움에 빠지는 것보다는 앞으로 여행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휩싸이고 싶다. 남미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로 부분을 읽으며 외로움을 덜어보기 위해 애를 썼다. 워낙 넓은 대륙인데다 여행 목적지들이 모두 한참 떨어져 있어 엄청 이동을 해야 할 듯하다. 론리 플래닛 남미 가이드북이다 보니까 여행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는 없다. 단순히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다는 정도다. 게다가 그 관광지 중심으로 가려는 게 아니고 브라질과 남미의 역사와 현재, 미래의 희망을 확인하고 싶은데, 론리 플래닛으로는 그게 어려운 것 같다. 남미의 사회단체 같은 곳을 방문하는 방법은 별도로 연구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남미를 읽으면서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 약간의 기대가 생기면서 외로움을 조금 던 것 같았다.
남미와 북미의 여행 일정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구상을 했다. 남미의 경우 대략적인 포인트만 보더라도 브라질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꾸리찌바, 이구아수 폭포를 도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아르헨티나에선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해야 하지만, 푼타아레나스나 남미의 남쪽 끝인 우슈아이아까지 여행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이어 파라과이의 몬테네그로를 여행할지도 고민이다. 칠레에선 산티아고, 볼리비아에선 우유니 소금사막, 페루에선 마추픽추와 리마 등이 1차적인 관심지역이다. 이것만도 거리가 중국 횡단을 넘는 엄청난 거리이며, 그 사이의 작은 도시들에서 하루 정도 묵었다가 가면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고, 에콰도르나 콜롬비아를 포함하면 최소 1주일~10일 정도를 더 잡아야 한다. 멕시코 등 중미지역은 생각하기도 힘들다. 이걸 전부 어떻게 소화할지, 여행하면서 많은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
미국의 경우도 뉴욕과 워싱턴DC, 보스턴, 아틀란타, 뉴 올리언즈, 대륙 횡단,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옐로스톤 파크, 그랜드 캐년 등 대략 이렇게만 잡아도 1개월은 걸릴 것 같다. 아무래도 7월초에 귀국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남미에서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 남미 일정을 35일 정도로 잡고, 미국 일정을 3주 정도로 잡으면 7월 첫째 주에는 귀국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이 정도는 시간을 잡아야 할 것 같다. 남미 일정에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1개월 이내에 끝내는 것은 힘들 것이다. 또 남미의 등뼈인 안데스를 충분히 느끼면서 등뼈로 움직이고 싶기 때문에, 거기엔 적절한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오전 내내 숙소에 머물며 이후 여행 일정을 구상하다 오후 1시 식사를 하기 위해 버밍햄 시티센터로 갔다. 시청사(City Centre Government Building) 앞에서 한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영국인 중년 부부가 한국인이냐며 아는 체를 했다. 버밍햄에 살고 있는 중년 부부였는데, 자신의 집에 한국인 학생들이 홈스테이로 머물고 있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그 한국인 학생들이 나타났다. 버밍햄에서의 홈스테이와 공부가 만족스러운지 모두 활기를 보이는 것이 약간 들떠 있는 듯했다. 영어 공부와 현지 체험의 소중한 기회를 잘 살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