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쫑긋에서 함께 본 독립영화 <지슬>
‘세월은 흘러도 남아있는 역사, 지슬’
세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면 당신은 어찌하겠는가? 아마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역사 속에 묻혀있던 ‘제주 4·3사건’에 대한 영화를 귀가쫑긋에서 만났다.
지난 28일(금) ‘귀가쫑긋 정회원의 날’, 30여명의 회원들이 사과나무치과에 모여 독립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오열 감독)를 함께 관람했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고소한 팝콘냄새가 풍겼다. 이은우 회원께서 직접 팝콘을 튀겨내고 있었던 것. 장유경 총무는 영화 선정과 더불어, 다양한 청량음료를 준비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어, 제주도 출신 임영근 부회장께서 영화의 배경인 ‘제주 4·3사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여 회원들에게 설명도 해줬다.
“이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항쟁’이다."
해방은 되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수립되지 않았던 혼란기. 이념 분쟁 속에서 미군정은 '소개령', 즉 '해안선 5km 밖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시작된 학살은 5년 가량 지속되었고 약 3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대부분 평범한 주민들이었다.
처음과 달리 영화를 보는 내내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한국 근현대사 최악의 양민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켜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4.3 사태 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신했던 마을 주민들의 실화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산 속으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 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감자를 나눠먹고, 집에 두고 온 돼지가 굶주릴 걱정, 장가갈 이야기 등 소소한 가정사를 늘어놓으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낯선 제주도 사투리를 그대로 들려주지만 자막이 있어 이해하기는 쉽다. 무명의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들은 날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다소 어색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한다. 구름 장면으로 시작되어 동굴의 연기 장면으로 끝나는 영화는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감독이 동양화를 전공한 덕분에 영상미도 뛰어나다. 죽은 ‘순덕’이의 몸과 겹쳐지는 산의 능선 위를, 그녀를 짝사랑했던 ‘만철’이 울면서 뛰는 장면이 그렇다.
제주어 ‘지슬’은 영화 속에 계속 등장하는 감자를 말한다. ‘무동’의 노모가 죽어 불탐으로써 감자가 익고, 배고팠던 여러 사람들이 그 감자를 나눠먹는다. 지슬은 한자어로 '지실'(地實, 땅에서 나오는 열매)이라고도 한다. 영화 마지막에 죽은 엄마와 살아 있는 아기가 나온다. 지실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때 그 아이가 바로 지슬이 될 수도 있고, 영화를 본 우리 모두가 지슬일 수도 있겠다.
한편 이 영화는 지난 1월 ‘선댄스국제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 월드시네마 극영화 경쟁부문’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독립영화치고는 많은 수의 관객을 동원했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여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는 듯 하다.
9시부터 시작한 2차 모임에서 이은우님은 시를 멋지게 읊어주셨고, 장중덕님께서는 개성있는 목소리로 찡한 노래를 들려주셨다. 특히, 김형대 총무님이 제안한 건배사도 인상적이었다. "소취하 귀취평 !"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귀쫑에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는 의미)
세월이 흘러도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와 문학, 예술, 철학을 함께 공부하며 공감하는 귀가쫑긋. 모두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모임은 마무리됐다. 벌써부터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즐거운 3차 모임 책임(?)지셨던 박종호 고문님께도 감사드려요.~~~
아~~~정말로 멋진 모임 후기를 올려 주셨네요~*^^*
우리 귀가쫑긋 모임의 보배님!
님이 있어 더욱 감사하고 힘이 나고 너무너무 좋아요~~~
좋은 후기! 빛나는 후기! 감사합니다~*^^*
이런 과찬의 말씀을...
귀쫑을 알게 돼서 제 일상이 훨씬 더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늘 모임을 위해 애쓰시는 장대위님께 감사드려요.^^
소취하 귀취평 이고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귀쫑에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 로 수정 합니다....조금 어렵죠..
요즘 제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 관계로 이런 실수를 했네요.ㅎㅎ
본문 수정할께요. 감사합니다.~~~
날 것 같은 느낌... 이 표현 좋은데요..~ ^^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시길.~~~
다시금 용눈이오름이 떠오르네요. 아름답고 서글픈 그 곡선. 포스터, 소녀의 믐과 겹쳐지는 능선을 비롯해 여러장면에 나온 곳이죠.
멋진 후기를 써주신 소피아님, 역시 멋져요!
소피아님!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