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이 되기를 “위하여” - 금주 일지 54일(2022.11.6.)
오늘은 지인 아우가 새로 병원을 지어 이사하기 전에 새 병원에서 가까운 지인들을 모시고 병원 개원을 안내하고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어떻게 축하를 할까 고민하다가 축시를 써 주기로 하였다.
여러날에 걸쳐 진심과 정성을 모아 시를 완성하였다.
초대한 시간이 이른 저녁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새로 지은 병원을 1층부터 11층까지 안내하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내에 따라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환자들의 몸과 마음의 편의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들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갔더니 전망이 너무 훌륭하였다. 무등산이 바로 보이고 조선대학교와 광주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겐 특별하게 고등학교 다닐 적 자취를 하였던 집이 건너다보였다. 마침 일몰의 장면이 한점 그림으로 내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아, 이곳이 동명동인 이유를 알겠구나. 아침이 밝은 곳, 첫해가 뜨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지는 해도 바로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로구나. 말하자면 광주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작부터 끝까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로구나. 내가 축시를 제대로 써 왔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하였다.
이윽고 10층에 마련된 구내식당에서 만찬을 나누겠단다.
지인들의 정성으로 직접 준비한 만찬은 그야말로 성찬이었다.
초대한 아우 원장님은 ’오늘 우리 동명병원에서 처음으로 먹는 밥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어 감사하다. 앞에 잔을 채우시라.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신 여러분 중 첫 번째로 이계양 이사장께서 건배사를 해 주시겠다’고 예정하지 않은 건배사 제안을, 그것도 첫 번째로 하라는 것이었다.
식사자리의 분위기를 깰 수가 없어 엉거주춤 일어섰다.
그리고 병원 이름 ‘동명’과 옥상에서 본 일몰장면 그리고 내일 아침에 보게 될 무등산의 일출을 연상하면서 병원의 시작을 축하하는 얘기 끝에 제가 “동명병원이 환자들과 광주와 세상의 밝은 빛이 되기를!” 하면 “위하여”로 건배하시겠습니다. 모두 한목소리로 밝은 빛이 되길 축원하여 합창을 함으로 만찬이 시작되었다. 물론 나의 잔은 물잔이었고.
이어서 만찬 후에 옥상으로 이어지는 작은 연주실에서 술과 음악회가 이어졌다. 악기와 노래에 익숙한 지인 원장님의 노래에 이어 내가 자청하여 준비해 온 축시를 여러 하객들 앞에서 낭독하여 축하해 주었다.
여기 밝은 해가 뜨고 있네 -동명병원 개원에 부쳐(2022.11.6.)
여기 밝은 해가 뜨고 있네
텅 빈 들판
손도 발도 뻐근한 농부의 길
마른 볏짚 향내 스미게 할
아버지의 손길 같은 해가 뜨고 있네.
여기 밝은 해가 뜨고 있네
여기저기
거친 세상 어르며 달래는 길
구석구석 온기 퍼나를
아버지의 미소 같은 해가 뜨고 있네.
여기 밝은 해가 뜨고 있네
먼길 걸어
몸도 마음도 지친 나그네길
밤이슬 젖은 머리 위로할
아버지의 얼굴 같은 해가 뜨고 있네.
여기 밝은 해가 뜨고 있네
허허벌판
품에 안고 토닥이며 살리는 길
속정 깊은 그리움 새겨넣을
아버지의 마음 같은 해가 뜨고 있네
후기 – 찬영에게
여기 따뜻한 손길로 곁에 있어 따뜻하다네.
여기 향내 나는 웃음으로 곁에 있어 편안하다네.
여기 넉넉한 품으로 곁에 있어 든든하다네.
여기 은근한 마음으로 곁에 있어 살맛난다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또 담아
이계양 드립니다.
축시를 낭송하는 중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모습들이 눈에 겹쳐 보였다.
이렇게 오늘도 건배사와 술자리에서 축시를 낭송하며 금주의 하루를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