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미완성 유고집이다. 집권 기간 내내 보수 언론과 야당의 부당한 공격에 직면했던 그는 퇴임 이후 학자들과 더불어 ‘진보 정치’의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구상을 시도했다고 한다.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이 책에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의 구상이 비교적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여전히 ‘보수’가 우리 사회의 곳곳을 장악하고 있지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고민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어떤 고민과 행동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서문을 통해서 이 책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책, 우리 사회 공론의 수준을 높일 책, 민주주의 발전사에 길이 남을 책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의해서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기획으로 퇴임 후 ‘참여정부 보좌진 출신의 학자들과 진보 진영 일부 학자 등 30여 명이 처음에 함께했’지만, 그의 제안은 갑작스런 서거로 인해서 지속되지 못하고 그저 구상으로만 끝나버렸다고 하겠다. ‘미완성’ 형태의 구상이지만 그것을 정리해서 이제 ‘유고집’의 형식으로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 그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후속 작업에 대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처음 그가 밝혔던 구상은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진보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고인이 구상했던 목차가 모두 7개 항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자’는 진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하여,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진보’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보수의 주장, 진보의 주장’을 따져보고, 현 시점에서 과연 ‘진보란 무엇인가?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의 미국 정치의 면모를 제시하면서 ‘세계는 과연 진보의 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역사의 흐름으로 따진다면 지금의 ‘한국의 과연 몇 시인가’를 자각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기도 한다. 특히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1부의 마지막 항목에서 현실 정치에서 ‘시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2부의 내용은 ‘진보주의를 연구하기 위해서’라는 제목으로, 서거 직전까지 학자들과 토론했던 내용을 ‘욕성 기록’의 형태로 수록하고 있다. 1부에서 제시했던 얼개를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왜 이 책을 쓰고자 하는가’라는 제안 설명으로부터 ‘진보와 보수를 말하자’, ‘김대중, 노무현은 진보인가’와 ‘진보의 대안과 전략을 고민하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으로 ‘역사의 진보와 시민의 역할’에 대해서 자신이 구상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이다. 나날이 민주주의의 가치가 퇴보하는 양상을 보이는 2022년 세밑의 현실에서 고인이 구상했던 바가 과연 현실정치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조금 더디더라도 결국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믿음을 견지하고 싶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