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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듯한 일상이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을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일과로 출근을 준비하고, 같은 교통수단으로 출근하고 어제와 같은 일과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고, 매일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발견생활’이라는 별명으로 시집을 출간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만히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아마도 저자가 ‘재발견생활’이란 용어를 자신의 별명으로 채택한 것도 우리의 일상(생활)이 마냥 비슷한 듯해도, 매번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한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시와 손글씨 일러스트를 게재하고, 그 것을 모아 시집으로 엮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국문학 전공자이면서 카피라이터, 전업주부, 디자이너로 젊은 날’을 보냈던 저자가 ‘바쁜 생활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시선으로 재발견하여 시와 일러스트로 표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라고 할 것이다. 자신이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읽으면서 글과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재발견’하려는 저자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시로 표현된 ‘재발견생활’의 면모도 또한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하겠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꽃 나무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7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어린왕자>의 구절을 떠올리며 일상의 꽃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나 ‘등나무’ 혹은 ‘제비꽃’이나 ‘개나리’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작품들에 형상화된 내용은 저자가 겪었던 삶의 고민과 깊이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이해되었다.
꼬이고 꼬인 인생길 줄기 삼아
나 여기까지 왔소
이제 와 생각하니
누구 잘못 따질 것 없이
얽히고설켰더이다
지난 세월
허물이야 왜 없겠냐만
오월,
세상에 나가 실패할까 두려운
당신의 그늘 될 수 있다면
가까이 고개 숙여
내 모든 꽃 바치리라
(‘등나무’ 전문)
흔히 서로 생각이나 처지가 달라 맞부딪치는 현상을 ‘갈등(葛藤)’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혀 쉽게 풀리지 않는 ‘칡(葛)’과 ‘등나무(藤)’의 관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작품은 등나무의 얽힘에서 ‘꼬이고 꼬인 인생길’을 이끌어내고,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그늘’로 역할을 하는 오월에 활짝 핀 등나무 꽃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저자는 그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재발견하여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의 재발견’이라는 2부에는 23작품에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가 마주하는 일상들을 ‘재발견’하여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연히 발견한 ‘낮달’이나 ‘밤산책’에서 마주친 모습들이 그려지기도 하고, 밥상에 오른 ‘열무김치’에서는 친정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버지의 편지’가 그대로 시로 옮겨지기도 하고, 친정 어머니의 마지막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유언’을 담담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시와 일러스트’를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일상에서 마주친 사물 혹은 풍경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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