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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食道樂)’은 흔히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면서 먹고 즐기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책은 20세기 초반 일본의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번역한 것으로, 대식가였던 주인공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 점차 ‘식도락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체 작품은 사계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작품은 ‘봄’을 다룬 첫 부분으로, 그래서 제목도 <식도락-봄>이다.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20세기 초반 일본에서 유행했던 다양한 음식들과 그 조리법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당시 서양 음식들이 일본으로 활발하게 소개되던 때였던 듯, 일본의 전통 음식과 조리법을 서양의 그것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것이 1903년이라고 하니, 그 사이 일본의 음식 문화도 적지 않게 변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초밥이나 냉모밀 등 몇 가지 음식을 제외하면 일본 음식에 대해서 조예가 깊지 못하기에, 나에게는 책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서양의 음식과 조리 도구는 좋은 것이고,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저자의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와 함께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사고가 지배했던 당시의 일본의 분위기가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때로 여성들을 비하하는 내용들이 적지 않아 공감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이 작품에는 시골 출신으로 대식가이면서 늦도록 졸업을 못하여 대학을 다니고 있는 ‘오하라’, 그리고 그의 친구들로서 대학을 졸업하고 문학잡지의 편집자인 ‘나카가와’, 그리고 결혼을 하여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고야마’ 등이 중심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의 조리법과 맛을 잘 알고 있는 나카가와의 여동생인 ‘오토와’, 그리고 그로부터 음식 만드는 것을 즐겨 배우는 고마야의 부인은 친구인 세 인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면서 식도락을 즐기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의 구도는 크게 ‘오하라’와 나카가와의 여동생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하나이고, 나머지는 철저하게 음식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간혹 조리도구에 대한 그림도 삽입하면서, 작품에 소개된 각종 음식들의 영양 성분과 조리법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보아 이 작품이 일종의 ‘계몽소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아마도 일본의 음식문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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