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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주체로 살아가는 자세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을 일컬어 철학(哲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다양한 서적들을 편찬했지만, 그것들은 결국 독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침을 제공할 뿐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기존의 서적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는 것 자체를 ‘철학’의 중요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대두하게 되는데, 실상 그것은 ‘철학’이 아닌 ‘철학에 관한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란 제목의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철학‘과 ’철학적 지식‘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 까닭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고통을 치유하는 인문정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만 이 책은 상당한 수의 철학서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서 그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이해된다. 저자는 자신이 읽은 책들을 망망대해에서 떠돌다 우연히 발견한 ‘유리병 편지’에 비유하면서, 비록 편지의 원래 수신자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그 글들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이 경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그러한 누군가에게도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며 이 책을 저술했음을 밝히고, 철학서들을 저술한 ‘그들로부터 받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심정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와는 다르게 상당수의 책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만으로 저자가 느겼던 ‘유리병 편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논하고 싶다.
모두 3개의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에서 가장 먼저 저자는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비롯해 모두 16권의 저술들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해당 저서의 내용을 요약하고 간단한 저자의 독후기와 의미를 덧붙이고 있지만, 해당 저서에 대한 정보로는 매우 소략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해당 저서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그저 다양한 저서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15권의 저술의 소개로 이뤄진 ’나와 너의 사이‘라는 제목의 항목도 마찬가지 형식이며, 17권이 제시된 ’나, 너, 우리를 위한 철학‘이라는 마지막 항목도 ’철학‘의 의미보다는 각 문헌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저자의 감상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 내용도 부제로 내세운 ’카운슬링‘보다는 각 문헌에 대한 간단한 안내서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되어, 개인적으로는 거창한 제목에 비해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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