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나는 누구의 사랑과 이해를 받아야 할까? 대체 누가 이다지도 엉망인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 줄까. 심지어 내게 이용되길 원하면서도 무보수에 동의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부족한 나를 발전시키려 들지 않고 오히려 보존하려 애써 주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완전무결의 상냥함이다.
모든 조건은 불가능해 보였지만, 그래도 적합한 사람 하나를 알긴 알았다. 그는 본인의 결심만 선다면 요구받은 것보다 내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를 최고 등급의 행복으로 적시고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위로와 응원을 퍼부어 줄 수도 있다. 그가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렇게 멋진 사람이 지금껏 나를 외면했던 이유는, 내가 그를 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사는 내내 그 애를 배척하고 흠잡아 오지 않았던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들어도 들어도 직접 발음하긴 어색한 이름을 불러 본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명치에 무언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그건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유대감과 충족감이다.
내가 부른 이는 나다.
결국 나에겐 나만이 유효하고 고유하다. 나는 너무 나답게 아름다워서 모든 타인에게 해석에 대한 실패를 주었다. 최후의 오해들을 아우르는 해답은, 그것들을 아예 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오로지 내게만 나를 해명한다. 가끔은 그조차 필요 없다. 우리는 입으로 하는 말을 멈추고 필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 글은 그 대화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