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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오늘은 노루 한 마리랑 같이 달림.
며칠 전 보였던 들개는 영영 이 동네를 벗어난 듯.
이곳은 산이 가까이 있는 시골지역이라
아침에 달리다보면 멧돼지도 만나고
노루도 만나고
들개도 만나고
들고양이도 만나게 됨.
〈6월 5일〉
05시 10분부터,
오랜만에 내 고향 논산에서,
탑정호(저수지) 뚝방길 따라 75분 달음박질.
요즘 가뭄 피해가 전국적으로 심각한데,
논산평야의 젖줄인 탑정호 덕분에
논산 지역은 내 평생 벼농사에 관한 한 가뭄피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는 것 같음.
〈6월 7일〉
비 그친 뒤 선선해진 날씨에 09시 10분부터,
농산물시장에서부터 무림페이퍼까지 왕복 16km 달음박질.
점심식사는, 땀 뻘뻘 흘려가며 뜨거운 아구탕 먹음.
〈6월 10일〉
05시 25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6월 김해 숲길 마라톤,
7월 태종대 혹서기 마라톤과 같은 훌륭한 대회가 있는데,
내가 속한 4부 야근팀하고는 날짜가 맞지 않아 출전 못하게 생겼음.
〈6월 11일〉
09시 27분부터 뚝방 한 시간 달음박질.
오늘 구름이 해를 가려주어서 무난한 레이스가 될 거라 기대했는데,
웬걸! 30분쯤 갔을 때 에너지 고갈되어 쓰러질 뻔함.
그후 후반부 30분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며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말았음.
오늘 레이스 망친 이유가 뭔가 곰곰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 닭죽 먹은 것이 생각남.
역시 죽은 에너지가 안 되는 것 같음.
다시는 죽 먹고 달리지 말아야지.
〈6월 14일〉
05시 23분부터,
어제 저녁 먹은 고기 소화시킬 겸,
안개 낀 새벽길을 한 시간 달음박질.
〈6월 15일〉
아침 든든히 먹고, 09시 30분부터,
작열하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그늘 한 점 없는 뚝방길을
한 시간 달음박질.
가히 혹서기 훈련이라 할 만함.
〈6월 19일〉
09시 29분부터,
어제 밤늦게까지 먹어댄 음식 소화시킬 겸
뚝방길 한 시간 혹서기 레이스.
중간중간 냉수 마셔가며 달리니 확실히 레이스가 편안함.
내 꿈은 세계 3대 극지 마라톤을 달려보는 것임.
아니면 이중 하나라도 ....
몽골 고비 사막 마라톤,
사하라 사막 마라톤,
칠레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
사막을 1주일간 달려야 한다고 함.
과연 내 꿈은 이루어질 것인지 ....
〈6월 21일〉
05시 11분부터,
비 그쳐 선선해진 날씨 속에,
한 시간 달음박질.
지금은 건강검진 받으려고 줄 서서 대기하는 중.
검진 결과가 이상 없어야 할 텐데 ....
〈6월 22일〉
어제 검진 결과,
혈압 정상, 혈관도 깨끗.
다만 뚱뚱해서 지방간이 좀 있다고,
살 빼야 한다고 여러번 핀잔 들었음.
오늘은 05시 21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6월 25일〉
05시 25분부터,
내 고향 논산에서,
탑정호 뚝방길 따라,
12km 달음박질.
〈6월 26일〉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어젯밤 들리던 빗소리가 그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었던 듯함.
마치 장엄한 자연교향곡을 듣는 것 같았음.
빗소리를 들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었음.
이곳 대곡면에서는 당분간 물 걱정 안 해도 될 듯.
지금은,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일원이었던 보로딘의 ‘교향곡 2번’ 감상하는 중.
〈6월 30일〉
05시 23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 공지 --
2017년 직장 클럽 혹서기 훈련
일시 : 7월 2일 일요일 16시
코스 : 농산물시장 ㅡ 무림페이퍼(왕복 16km)
준비물 : 모자 선글라스 마라톤배낭 얼음물 비상식량 비상금
주최 : 남창우
주관 : 남창우
그러나, 나 말고 참가자는 아마 없을 듯.
〈7월 2일〉
예정대로 16km 혹서기 레이스 진행함.
물론 참가자는 나 혼자였음.
오늘 날씨는 변화무쌍 그 자체였음.
레이스 시작할 때는 구름이 해를 완벽하게 가려주어서 편안한 레이스가 되는가 싶었는데,
웬걸! 4km쯤 가니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 홀딱 비에 젖음.
다행히 소나기는 3 ~ 4분간 퍼붓다 그치고 다시 날이 갬.
돌아올 때는 땡볕 레이스가 되고 말았음.
나중에 사하라 사막 마라톤 나가기 위해서라도 땡볕 레이스 열심히 해두려고 함.
〈7월 5일〉
11시 17분부터,
무덥고 습하고 햇빛 쨍쨍한 뚝방길을 달렸음.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았음.
차라리 죽는 게 낫겠음.
도중에 다리 밑에서 한참 쉬었다 달림.
그리고 중간 중간 조금이라도 그늘만 보이면 잠시 쉬었음.
사하라 가려면 이정도는 아주 가볍게 달려야 하는데 ....
땡볕 레이스 참 징글징글함.
〈7월 9일〉
05시 30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어제 달렸을 때 평소보다 무려 5분이나 더 걸려서,
‘어라? 이상하다? 뭔가 잘못된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오늘도 어제랑 똑같이 평소보다 5분 더 걸린 걸 확인하고
나는 절망감을 느끼고 말았음.
평소 10km를 달리면 기록 차이가 나봤댔자 1분 또는 2분이었는데,
어찌하여 5분이나 더 늦어진단 말인가.
어이가 없고 화딱지가 난다.
내가 며칠 사이에 폭삭 늙었다는 말인가.
〈7월 15일〉
10시 51분부터,
농산물시장 앞에서 한일병원 근처 다리(상평교)까지
뚝방길 왕복 약 11km 달음박질.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어서 물병 안 챙기고 달렸더니,
엄청난 습도에 고전하고 말았음.
시원한 물 한 방울이라도 마실 수 있었다면!
마지막 3km는 반쯤 죽어서 달린 것 같음.
아, 사하라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함.
〈7월 19일〉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숙제함.
여름에 흘린 땀과 눈물이 ‘가을의 전설’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으며 .....
〈7월 21일〉
09시 28분부터,
배낭 둘러메고 뚝방길에서 용감하게 땡볕 레이스 11km 감행함.
오늘 땡볕 레이스가 가장 혹독했음.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달리던 중,
10시 15분쯤 뚝방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어느 여인의 낭랑한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즉, “오늘 진주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령되었으니 시민들께서는 한낮 야외 활동을 삼가해 달라” 라는 방송이었는데,
이는 나에게 마치 “이렇게 더운날 마라톤을 하시다니, 오빠 미쳤어요?”
라고 조롱하는 것 같았음.
마지막 3km를 남겨두고 더위에 지쳐 뚝방 쉼터에서 10분 동안 쉬면서 고민을 했음.
즉, 마지막 3km를 끝까지 달릴 것이냐
아니면 걸어갈 것이냐.
결론은, 이정도 더위도 못 이겨서야 어찌 사하라를 뛸 것인가.
이를 악물고 반쯤 죽어 달려서 완주하고 말았음.
오늘 흘린 땀과 눈물은 정녕 먼 훗날 사하라 레이스의 밑거름이 되리라.
〈7월 23일〉
아버지 81회 생신이라 논산에 들러 하룻밤 유숙하고,
05시 20분부터, 논산 탑정호 뚝방길 따라 11km 달음박질.
〈7월 25일〉
09시 27분부터 뚝방 11km 달음박질.
비가 올 듯 말 듯한 분위라서 맘 놓고 뚝방 레이스 감행함.
뛰면서 비가 한바탕 쏟아지기를 기원했으나,
반환점 돌 무렵 보슬비가 내려주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레이스 마침.
4일 전 폭염 특보 발령되었을 때 달린 걸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림.
오늘 보슬비도 맞았으니 점심 먹고나서
재희누나(성재희) 노래 ‘보슬비 오는 거리(1965년)’를 들으며 한숨 자고 야근 들어가야겠음.
〈7월28일〉
05시 17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벌써 가을이 오려는지 날씨가 그닥 덥지 않고 선선함.
〈8월 2일〉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에 친구가 알려준 비밀훈련 코스에서 한 시간 달음박질.
〈8월 5일〉
인사발령에 의해,
민계장님도 가고 .... ㅠ
친구 정계장님도 가고 .... ㅠㅠ
나는 언제 가나 .... ㅠㅠㅠ
05시 23분부터,
슬픈 마음으로 한 시간 달음박질.
울적하구나.
오늘밤엔 트럼펫 연주곡 ‘밤하늘의 트럼펫’을 들어야겠음.
민계장님 사모님하고 내 안식구는 같은 관사에 살면서 단짝처럼 지냈는데,
이번에 민계장님이 수원으로 발령나서 가는 바람에 두 여인은 눈물의 이별을 해야 했고,
나 역시 친구가 승진하여 창원교도소로 가는 바람에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음.
이 친구는 내가 지난번 섬진강 마라톤 후기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친구로서,
나하고 갑장이고 입사 동기이고 같은 마라톤 매니아이고
같은 관사에 살았고 같은 야근팀에서 근무했음.
이 친구는 마음이 따뜻하고, 자신이 좀 손해 볼 줄도 알고,
희생정신이 있고, 나하고 인생관도 비슷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으면 밥값을 거의 매번 계산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는데 .... ㅠ
다만, 이 친구가 돌싱(돌아온 싱글)이라서 내가 친구에게 “창원 가면 착한 과부라도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네” 라고 말했더니, “나는 아직 그럴 맘이 없고, 나이 더 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네” 라고 말하고 있음.
이 친구가 나하고 인생관도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내가 “우리 열심히 달려서 건강하게 100살까지 살아봅시다” 라고 말하니 이 친구가 “자네는 100살까지만 살게. 나는 열심히 달려서 110살까지 살 테니까” 라고 받아친다.
직장 말년에 이런 친구 얻은 것을 큰 복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이제 만난 지 6개월 만에 헤어지게 된 것임.
물론 이 친구는 “내가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네”
라고 말은 하지만 ....
〈8월 6일〉
갈 사람은 가고,
남는 사람은 남고,
내 인생에도 봄날은 오려나.
05시 21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8월 8일〉
친구가 떠난 빈자리엔 쓸쓸함만 남아 있고 ....
조금은 선선해진 날씨 속에,
정계장님이 창원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소문이 바람결에 들려오기를 고대하며,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8월 10일〉
여운 노래 ‘과거는 흘러갔다’를 나지막이 읊조리며,
마음이 따스했던 친구와의 짧았지만 즐거웠던 날들을 떠올리며,
05시 17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8월 12일〉
제법 선선해진 날씨 속에,
나훈아형님 노래 ‘잊을 수가 있을까’를 흥얼거리며,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훈아형님이 실로 오랜만에 신곡 ‘남자의 인생’을 발표했는데, 괜찮은 것 같음.
훈아형님이 최고의 가수로서 대중적 인기는 원없이 누렸는데,
가정에는 충실치 못했는지 부인에게 이혼 소송을 당하여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 모양인데,
그것도 어차피 그사람(훈아형님)의 인생이려니 ....
하긴 내가 시방 남의 인생 논할 계제가 아닌 것 같음.
시방 내 인생도 버거우니까.
〈8월 13일〉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시원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이미자 노래 ‘울어라 열풍아’를 읊조리며,
05시 19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창원에도 가을은 오고 있겠지.
〈8월 14일〉
가랑비에 옷 젖어가며,
은방울자매의 ‘마포 종점’을 노래하며,
05시 27분부터 달음박질.
달리기 30분쯤 지날 무렵 빗줄기가 굵어져서 45분 만에 레이스 마침.
오늘 야근하고 내일부터 하계 마라톤 전지훈련 떠나야 하는 몸이시라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비싼 돈 들여 섭외한 유능한 마라톤 감독 인솔 하에 떠나는 마라톤 전지훈련에
우리 직장 마라톤 동지 여러분을 뫼시고 가고 싶지만 ....
〈8월 16일〉
전남 남해안 모처 한적한 도로에서 05시 23분부터 전지훈련 실시함.
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국가대표 훈련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훈련이었음.
내가 30년만 젊었더라면 나는 분명 마라톤 국가대표가 되었을 것이고,
황영조 이봉주를 뛰어 넘는 성적을 냈을 것임.
오늘 나의 마라톤 전지훈련 감독은 나의 아내임.
〈8월 18일〉
친구 정계장님과의 추억이 깃든 비밀훈련 코스를
나훈아 노래 ‘두 줄기 눈물’을 흥얼거리며,
10시 10분부터 70분 달음박질.
점심은 손칼국수로 해결함.
〈8월 20일〉
간밤에 비가 내려 싱그러운 새벽길,
남정희 노래 ‘새벽길’을 떠올리며,
05시 37분부터 한 시간 냅다 달림.
가수 남정희는 1950년생으로서
20대 후반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바,
목소리가 얼마나 고운지,
우리나라 여자 트롯트계의 전설이라 할 만한
이미자 선생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가수였는데,
만약 남정희누나가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 가요계의 판도가 달라졌을 거라 함.
남정희님을 추모합니다. 나하고 성(姓)도 같은 남씨였는데 ....
〈8월 21일〉
오늘은 을지훈련 첫날이라 06시에 출근해야 해서,
평소보다 좀 일찍(04시 20분에) 기상하여
똥부터 싸고 04시 46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레이스 도중 비가 쏟아져 비에 흠뻑 젖어 달림.
요즘들어 비가 자주 내리는데, 가뭄이 심할 때는 안 오더니 ....
〈8월 24일〉
05시 49분부터,
이승연 노래 ‘잊으리‘를 읊조리며 한 시간 달음박질.
오늘은 휴무일인데,
돈은 없고,
갈 데도 없고,
시간은 많고,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이나 읽다가,
음악도 실컷 듣다가,
졸리면 자고,
신선놀음을 즐겨볼까 하노라.
오늘 집중 감상할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23번’,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 서곡,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
〈8월 25일〉
05시 23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창원 간 친구 정계장님으로부터 어젯밤 카톡이 왔는데,
사연인즉,
“보라, 나 지금 (마산)야구장에 왔다” 라는 멘트와 함께 야구장 사진이 전송되었음.
정계장님이 이곳 진주에 있을 때는
맨날 인터넷 중계방송으로만 프로야구를 즐기시더니만,
창원 가서 난생처음 야구장에 가봤다고 함.
친구, 창원 가시더니만 출세했네그려.
아무쪼록 야구장도 접수했으니
앞으로는 축구장도 접수하시어 승승장구하시기를 앙망함.
오늘 있을 ‘세기의 재판’이라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선고재판 결과가 심히 궁금함.
이 부회장이 무죄로 풀려날 것인지
아니면
특검 구형대로 징역 한 보따리 받을지 ....
〈8월 26일〉
김해 봉하마을 마라톤 ㅡ22일.
서늘해진 새벽 공기를 가르며,
05시 24분부터 한 시간 달음박질.
몇 달 만의 대회 참가라서 그런지
마치 시집가는 새색시마냥 가슴이 뛴다.
봉하마을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마라톤 때문에 가게 될 줄이야.
거기 가면 부엉이바위 위에도 올라가봐야지.
〈8월 28일〉
봉하 마라톤 ㅡ20일.
05시 16분부터,
풀벌레 울음소리 요란한 새벽길을
이용복 노래 ‘사랑의 모닥불’을 부르며 한 시간 달음박질.
〈8월 29일〉
05시 21분부터,
가곡 ‘내 맘에 강물’(이수인 곡)을 흥얼거리며 한 시간 달음박질.
여기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봉하마을 마라톤에 직장 회원들 참가 신청이 저조함.
금년 여름 더위 참으로 대단했다.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잘 견뎌내느냐가 삶의 질을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나의 부친(81세)은 매년 한여름만 되면 기력이 부쩍 떨어지시기 때문에 날이 더워지면 나를 비롯한 자식들이 아버지 건강이 염려가 되어 아버지한테 경쟁적으로 “아버지,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 한낮에 돌아댕기면 쓰러질 수가 있으니 꼭 선선한 아침이나 저녁에 돌아댕기세요”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 나의 부친과 연세가 비슷한 칠마회 어르신들(이 중 몇 분은 이미 팔마회로 진급하셨겠지만)은 어떠신가.
이분들은 한여름에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거침없이 풀코스를 달리신다.
그러니까 비슷한 나이라 해도 나의 부친과 칠마회 어르신들 삶의 질은 이렇게 다른 것이다.
그런데 칠순에서 팔순으로 진급을 하셨으면 당연히 팔마회가 만들어져야 할 터인데, 마라톤 대회에서 아직 팔마회 조끼를 입은 어르신들을 볼 수가 없다.
어째서 팔마회가 창단이 안 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이러시면 내가 나중에 팔마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할 수도 있다.
창용찬(1955년생) 씨가 쓴 『사하라 사막 레이스』 라는 책을 최근 재미있게 읽었다.
창용찬형님은 보디빌더로서 1982년 미스터코리아에 등극하신 바 있는데, 2005년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다녀와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저자인 창용찬형님이 미스터코리아가 되기까지의 힘들었던 훈련 과정, 미스터코리아의 꿈을 이룬 뒤에 생활의 절제력을 잃고 서서히 몸이 망가져 가는 과정,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마라톤과 인연을 맺고 마라톤에 풍덩 빠진 이야기, 사하라 사막 마라톤 준비 과정, 그리고 처절했던 사하라 사막 레이스 체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 나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책 속에 코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사하라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자신이 평생 운동만 해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는데, 평생 운동만 한 사람이 어쩜 그리 글을 잘 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창용찬형님 고향이 나하고 같은 논산 아닌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논산에서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그중 일부만 잠깐 소개한다면,
얼마 전 국방장관에 임명된 송영무, 정치인 이인제, 도지사 안희정, 박근혜정부 초대 대변인 윤창중, 박근혜정부 초대 경제수석 조원동(안종범 수석이 조 수석 후임자), 작가 박범신 김홍신, 탤런트 강부자, 가수 김세레나 배일호, 축구스타 염기훈 등을 들 수가 있겠다.
물론 이중에는 물의를 일으켜 욕을 먹은 사람도 있고 국민들에게 별 인기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논산이 배출한 최고의 인물은 뭐니뭐니해도 계백장군이라 해야 할 것이다.
민족통일 전쟁에 얍삽하게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3국을 통일한 일당들은 역사의 승자가 되었고, 황산벌에서 5천결사대를 이끌고 나당 연합군과 분연히 맞서 싸우다 5천결사대와 함께 장렬히 산화한 계백장군은 역사의 패자가 되고 말았다.
우리민족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옛날부터 늘 외세에 휘둘려왔는데, 그 근원을 따져보면 3국 통일 전쟁 당시 외세(당나라)를 끌어들인 사건이 아니겠느냐고 나는 생각한다.
역사바로세우기는 이런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살인적인 햇빛과 싸우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넘어가야 하고 거친 자갈밭을 통과해야 하고 고독.두려움과도 싸우며 1주일간 달려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1주일간 사막을 달리고 사막에서 먹고 사막에서 자야 하는 것이다.
당시 사하라 사막 한낮 기온이 영상 54도까지 올라갔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지구가 그때보다 더 뜨거워졌을 테니 사하라 사막의 기온도 지금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레이스가 얼마나 혹독한지 당시 한국에서 저자를 포함해 12명이 출전했는데, 첫날에만 3명의탈락자가 나왔다(이후 추가로 탈락자가 나왔다).
그 말은 곧 첫날만 어떻게든 잘 버티면 완주할 확률이 높다는 뜻일 것이다.
사하라를 가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훈련을 해야 하는데, 100km 울트라 마라톤, 설악산이나 지리산 또는 덕유산 종주산행, 그리고 풀코스 마라톤을 필히 실시해야 할 것 같다. 저자도 사하라 가기 전에 이런 훈련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사하라 가기 전에 울트라 마라톤, 종주산행, 그리고 풀코스 마라톤을 2 ~ 3주 간격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생명의 위험도 따른다. 저자가 참가했던 2005년 대회에서 어떤 외국인 참가자가 코스를 이탈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하여 멀리 사라지는 것을 창용찬형님이 발견하고 구조대에 연락하여 구조했다고 한다.
그 참가자가 엉뚱한 방향으로 간 이유는, 사막에서 장시간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다보니 일사병으로 정신이 혼미해져서 그렇게 됐다는 것인데, 다행히 이 참가자는 다른 참가자의 눈에 띄어서 목숨을 건진 것일 뿐, 만약 아무도 그 참가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 참가자는 사막에서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전혀 두렵지가 않다. 사막을 달리다 최후를 맞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나는 마지막 소원이, ‘달리다 최후를 맞는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사하라 레이스 마지막 7일째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피라미드하고 스핑크스 앞으로 달려서 골인하게 된다고 한다.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앞으로 돌진하여 골인하는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사하라 가고 싶다는 꿈이 이루어질지, 아니면 한낱 꿈으로 끝날지는 오직 신(神)만이 아실 것이다.
그리고 비록 그 꿈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꿈은 학생들이나 젊은이들에게 어울리는 단어일 것인데, 나는 자꾸 꿈타령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도 버릴 것은 버리고 욕심도 버릴 것은 버리고 가능하면 많이 버리면서 살아가야 할 것인데, 나는 오히려 꿈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으니 ....
---- 새벽창가에서 ----
첫댓글 남위원장님 반가반가~ 여름내내 그래도 꾸준하게 운동하는 모습 굿~~~건강을 위하여 즐런하시고 뵙길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