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9
1. B사감과 러브레터(현진건) 줄거리
C학교의 교원 겸 사감인 B여사는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로 딱장대(온화한 맛이 없이 딱딱한 사람), 독신주의자,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주근깨 투성이인데다 시들고 마르고 떠서 곰팡 슨 굴비를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녔다.
그녀는 기숙생에게 온 남학생들의 러브레터를 가장 싫어한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배달되는 러브레터를 대할 때마다 그녀는 성을 내고 편지 받을 학생을 불러 발신인을 밝히려 애를 쓴다. 그녀의 문초는 하학 후에 이루어지며 대개 두 시간 이상 계속된다. 그녀는 사내란 믿지 못할 마귀이며 연애가 자유라는 것도 마귀의 소리라고 억지를 늘어놓기 일쑤이다.
그녀가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것은 남자들이 기숙사로 여학생들을 면회하러 오는 것이다. 가족을 포함하여 남자들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자 학생들은 동맹 휴학을 하고 교장이 나서서 그녀를 타일렀으나 그 버릇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금년 가을 들어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밤이 깊어 학생들이 곤히 잠든 새벽 한 시경, 난데없이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속삭이는 듯한 말소리가 새어 흐른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이런 일이 있자 한 방을 쓰는 세 학생이 사감실로 다가갔다가 뜻밖의 광경을 보고 놀란다. 그것은 그렇게 엄격하던 사감선생이 학생에게 온 러브레터를 품에 안고, 남녀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문단(1925)>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설명적 묘사체
주제 : 위선적인 인간성 풍자. (인간의 이율 배반적 심리.)
등장 인물
* B사감 : 사십에 가까운 못생긴 노처녀로 성질이 엄격하고 괴팍하다. 겉으로는 본능을 감추고 남자를 혐오하고 기피하는 독신주의자처럼 보이나 내면적으로는 이성을 갈구하는 성적(性的)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본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이중적인 면 때문에 풍자의 대상이 된다.
* 세 처녀들 : B사감의 본성을 발견하고 B사감을 정신병자로 생각하기도 하고 동정심도 보이는 기숙사 생도들.
이해와 감상 1
이 작품에서 작가는 본능과 권위의식이라는 대립 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속성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본능과 권위의식은 현실적으로 양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작가는 이 작품의 초반부에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 후반부로 가면서 B 사감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그것이 그녀의 의식의 분열을 더욱 확연하게 해 주기 위한 하나의 위장임이 드러난다.
그녀는 자신의 열등의식을 감추기 위하여 본능을 감추고 기숙생들에게 엄격하게 대하며 기숙사를 찾아오는 남학생이나 가족들에게 박절하게 대한다. 그녀는 마치 독신주의자요 남성혐오자인 듯이 행동하나 사실 그녀는 남자에 굶주린 못생긴 노처녀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기숙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제재로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를 사실감 있게 표출한 우수작이다
이해와 감상2
1925년 <조선문단> 5호에 발표된 단편소설.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나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종말 강조, 경악 강조(驚愕强調, surprising emphasis)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결말에 이르러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보여 줌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사용하여 주인공인 B사감의 이중성을 조소(嘲笑)하고 그 정체를 폭로시키는 데 알맞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본능과 권위 의식이라는 대립 구조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권위 의식에 사로잡혀 애정의 본능을 감추고 있던 B사감도 끝내 그것을 감추지 못하고 기숙사생들이 모두 잠든 뒤 이상한 행동을 혼자 연출하다가 학생들에게 발각되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열등 의식을 감추기 위하여 기숙사생들에게 엄격히 대하면서 기숙사를 찾아오는 남학생이나 가족들에게 박절하게 대한다. 그녀는 마치 남성 혐오자인 듯이 행동하지만 사실 그녀는 남자를 그리워하는 못생긴 노처녀에 불과하다.
이 소설은 기숙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이중적 심리 상태를 사실감 있게 형상화한 수작(秀作)이다.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를 사용하여 B사감의 이중성을 조소하고 그 정체를 폭로하는 데 알맞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풍자나 희극에 머물지 않고 B사감이라는 위선적 인간형을 해부함으로써,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그 위선이 결국에는 비애로 끝나고 만다는 아이러니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현진건의 작품 대다수가 사회 내의 모순과 사회 구조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고발인데 비하여, 이 작품은 '인간성의 탐구'를 목적으로 삼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소설이 B사감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데 소설적 묘미가 있다. 작품 결말부에서 한 처녀는 그녀의 기괴한 행동을 동정하고 이해한다. 억눌린 본성에 대한 인간적 아픔이랄까, 비정상적 인물의 풍자 뒤에 다가오는 일말의 연민의 감정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작가 경향
① 외양 묘사를 통하여 성격을 창조 했고 그것은 인간내부의 심리묘사까지 침투한다.
②인간의 이율 배반적인 심리를 인간주의 입장에서 파악.
③반어와 풍자수법을 사용하여 해학적요소를 나타냄.
④추리소설 전개방식에 후반부에 연극적 구성이 합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