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이 홍 섭 (1965~ )
똥에 관한 근사한 시를 써서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세상으로 잘 들어가고 또한 세상에서 잘 나오는 법을 전해주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애비의 우비고뇌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홉 살 아들놈은 바나나똥을 누었다고 만세를 부른다 어제는 고구마똥을 누고 생고구마처럼 웃었다 지나온 시절은 늘 누다만 똥 같았다 다들 엉거주춤 팬티를 올리고 팔자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나는 속고 당신도 속았다 바나나똥 고구마똥의 시절을 지나면 매화똥 국화똥 연꽃똥이 만발한 시대가 오리라 적어도 잘 여문 콩똥의 시대는 오리라 믿었다 똥을 내려다 보면서 니 똥 굵다고 가르쳐 줄 스승 하나 없이 되다만 선승처럼 똥통에 갇힐 줄은 몰랐다 그러니 아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똥에 관한 근사한 시는 끝내 전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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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이가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아지는 법문 같은 이치겠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