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김 태영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미래와 성공을 꿈꾸며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다.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얼마만큼 부를 이루고 얼마만큼 명예를 얻고 얼마만큼 이름을 얻어야만이 성공의 반열에 들 수 있을까?
나는 현재 이름도, 명예도 부도 이루지 못한 한 집안의 가장 일뿐이다.
10년 넘게 13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다 보니 어깨 건 어디 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2008년 가구 배달을 시작한 이래로 수도 없이 많은 가구를 수도 없이 많은 집에 날랐다. 하루 스무 집만 계산해도 6천 가구를 넘게 배달을 했다.
그중 3분의 2가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의 집이다. 그 무거운 가구를 메고 하루 평균 70층의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일요일 하루의 주어지는 휴일은 지칠 대로 지친 육신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짧았다.
언젠가 내가 안 준철 샘에게 넋두리처럼 한 말이 있었다.
“하루 열두 시간만 일했으면 좋겠어요. 여섯시에만 집에 들어 갈수 있으면 글 한 줄 더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넋두리처럼 했던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오늘 오후 네 시 반에 퇴근 했다. 잠깐 쉬다가 다섯 시 반에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고 고등어조림을 하는데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가 달걀프라이 반숙을 해달라 해서 아내 거와 내 거 아들 거 세 개를 만들었다. 한 후라이팬에 완숙을 좋아하는 아들 거와 반숙을 좋아하는 아내 거를 순서대로 넣고 튀겨내니 제법 그럴듯하다.
상을 차리니 아들도 아내도 맛있다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더 달랜다.
밥을 먹고 국군의 날 행사 쇼를 보다가 아들과 함께 합기도 체육관을 향했다. 바깥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스무 살 시절 5년 넘게 했던 쿵푸는 몸이 기억하고 있지만 늙고 굳어버린 몸뚱이는 따라잡기가 버거웠다. 아들과 함께 한달, 몸이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있었다. 오늘은 뒤구르기를 연습했다. 그 때만 해도 뒤로 구른 다음 두 다리를 하늘을 향해 차올라 물구나무를 선 후 가볍게 일어섰는데 일어서기는커녕, 제대로 구르지도 못한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텀블링은 이제 가볍게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어찌하든 간에 아들과 함께 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 한 후 이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쁜 일이 차고 넘쳐나는 해이기도 하다.
작년에 방송되었던 여성시대 상품 티브이가 설전에 배달되었다.
딸은 자신이 원하는 경복대 항공서비스학과에 당당히 합격하여 대학생이 되었고 지난 학기에는 과 수석을 차지해 총액 38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여름엔 학교에서 보내주는 싱가포르로 해외연수도 다녀왔다.
아들은 작년에 재발한 위장장애 (호산구과다로 인한 기능 장애인데 치료법이 없어서 평생 약에 의지해야 한단다.)가 많이 호전 되어서 요즈음은 배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포천시 멀리뛰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
나는 3월에 한국창작문학 우수상을 받았고 4월엔 입암중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자작시를 낭송하는 행운도 얻었다.
또 4월엔 세월호 4주년 기념식에 고창석 선생님 추모시를 써달라는 후배의 부탁을 받고 써준 시가 추모비 건립 기념식에 헌시로 낭독되고 추모 시로 등재 되었다. 추모시는 여성시대에서 방송 되었고 두 달 뒤 상품으로 원두 커피 세트를 선물 받았다.
7월엔 손수레 이야기가 여성시대에 방송되었고 그 사연이 다시 듣고 싶은 사연 베스트에 선정되어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인터뷰와 함께 재방송 되었다.
사람의 깊이 정성권 선생님께서 제일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8월엔 직장을 옮겼다. 그것도 내가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일종의 스카우트 제의였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배달 일을 맡아달라고 먼저 연락이 온 것이었다. 나야 마다할 게 없었다.
일단 주 5일 근무제다. 택배회사의 수수료는 35프로다. 반면 지금 회사는 15프로다. 택배회사는 좋든 싫든 계단이든 아니든 무조건 배달해야 한다. 지금 회사는 내 마음이다. 계단 3층 이상은 배달하지 않는다. 어렵고 까다로운 배달은 택배회사에 맡긴다. 힘 안들이고 돈 되는 거만 가져간다. 막말로 땡보직이다. 일도 두 시간이나 줄었다. 7시반에 시작해서 여섯반 경에 끝난다. (택배회사는 6시 반부터 7시 반)
이 일을 맡기 전에도 어떤 분이 자기 회사에서 일해 달라 했다. 너무 성실한데 힘들 게 일하며 사는 게 안타까웠단다. 탱크로리 회사인데 대리 직급에 월급 350에 퇴직금별도 기숙사 제공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거절했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 떨어지는 건 싫다. 배 고플지언정 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었다.
그런데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런 행운이 굴러 떨어진 것이다.
얼마 전 야시장에 가서 홍어무침에 동동주 한 동아리를 아내와 함께 나눠 마셨다. 포장마차 천막 밖으로 가을비가 내렸다.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술잔을 부딪치는데 그 운치가 말 할 수 없을만큼 좋았다.
평화로운 가정.
아내와 마시는 막걸리 한잔.
무슨 시름이 있으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내 말에 아내가 대답했다.
“우리가 남 피해 주지 않고 욕심 없이 착하 게 사니까 하나님이 복 주시는 거야.”
아내도 나도 더 큰 욕심은 없다.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15년 동안 가보지 못한 몽골 처가를 방문하는 것과 늙어서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작은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겠다.
첫댓글 성실함으로 쌓아올린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맘은 저도 같지만 격이 다르네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헐 ~ 감사합니다
아주 멋진 인생을 건너가고 계시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해드리겠습니다. 화이팅!!
넵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살겠습니다~
윤아아빠 !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집 그까짖것 아무것도 아닐거예요 이루어질거예요
사모님께서 몽골사람이셨나봐요 사모님과 예쁜사랑 늘 꽃피우세요
어깨가 ......가슴 아픔니다
정형외과 어깨보신분을 찾아가세요 그리고 물리치료도 받으시고요
네 고마워요
제 아내는 몽골 사람이에요
착하고 성실하고 예쁘고 뚱뚱! 앗 뚱뚱은 취소 ㅎㅎㅎ
암튼
좋은 마누라 얻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으응! 우리윤아님 잎사귀 색깔이 저와 같네요 반갑습니다
계획을 세워서내년엔 아내에게 처가 방문의 큰선물을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피곤한중에도 글쓰는걸 열심히 하는 모습, 정말 본받고 싶습니다.
성실하게 사니, 여러 복들이 굴러들어 오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행복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년 여름에 가기로 이미 계획 세워놓고 있습니다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평생 못 갈것 같아서 밀어부치자고 아내랑 합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