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걸고 택한 일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평가가 그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 사람에게야 크게 관계될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자기 좋을 대로 살면 그만일 테니 말입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살다 갔습니다. 재즈계에서는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양입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하다 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다면 그는 그것을 이룬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자기 꿈을 이룬 사람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 부모라 할지라도 결코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비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포기는 했을지라도 가문을 더럽히지는 않았다고 말이지요.
제인이 자기 것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동행하였다면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혼자서 버티기에는 무리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약의 힘을 의지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되든 안 되든 자기 역량으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한 번의 기회를 차버릴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는 다시 일어나야 하고 나는 내 기량을 맘껏 발휘해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자기 음악과 자기만의 삶을 그리고 부수적으로 명예와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일 같지는 않습니다.
무슨 업적이든 마약의 힘을 빌려 이룬 것이라면 그것은 거짓 아닙니까? 그래서 특히 스포츠에서 약물 검사를 그렇게 철저히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실력이 자기만의 힘이 아니라 약의 힘을 빌려 나타난 것이라면 그것은 존경받을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난 받아야 옳습니다. 그런데 왜 그는 세기가 낳은 뮤지션으로 칭송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의 아픔, 고난의 과정을 이긴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까지 포기하면서 음악을 선택한 고뇌도 인정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약물에 다시 빠져든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이해해주고 싶어도 동의해줄 수 없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칭송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 약값을 갚지 못한 원한을 사서 그 무리들에게 복수를 당합니다. 그야말로 인생 종친 셈이지요. 다시는 트럼펫을 입에 대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으니까요. 아마도 웬만해서는 포기할 것입니다. 그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굳은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옆을 지켜준 제인의 극진한 치료와 격려로 재기의 노력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을 지켜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됩니까? 마약 때문에 몸 망가진 것은 고사하고 가까웠던 사람들도 멀리합니다.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일이지요. 두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 다시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에게 찾아가 신세도 집니다. 그리고 쳇 베이커와 제인은 결혼까지도 약속합니다.
사랑의 힘이 더하여 쳇은 그 당한 그 고난을 어떻게든 이겨내고 다시 자기 실력을 되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동료들을 찾아가며 도와줄 것을 청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근거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마약중독자,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일인가요? 보호관찰 대상이니 담당 경관이 수시로 점검합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일상의 직업입니다. 물론 그 일도 해봅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말씀합니다. 이제 그만하고 버리라고. 그러나 아버지는 포기하셨어도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천천히 자기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 안타깝도록 몸부림치는 모습에 나중에는 옛 동료들도 하나 둘 감동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호관찰관도 인정해줍니다. 그래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드디어 기회는 옵니다. 잘되면 음반을 내고 콘서트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까운 동료가 믿고 밀어주기로 합니다. 주변의 업자들이 모여 테스트를 해보고 합세합니다. 이제 거물급 업자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콘서트 예비모임을 갖습니다. 여기서 통과되면 유럽 투어까지 약속합니다. 그 날에 뉴욕으로 가서 이 대단한 오디션을 치르게 됩니다. 제인이 옆에 있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날에 제인도 중요한 오디션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쳇도 중요하고 제인도 중요하지요. 어쩔 수 없이 쳇이 홀로 뉴욕 현장으로 갑니다. 무대에 오르기 앞서 그의 앞에는 마약과 치료제가 놓여있습니다. 거기까지 인도해주었던 매니저 친구도 스스로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쳇의 선택을 마음 아파하며 제인은 떠납니다. 쳇은 마음의 울림으로 연주를 하였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그의 것인지 의아합니다. 바라던 대로 유럽 투어도 하고 유럽에서 살다가 거기서 인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평생 마약과 함께 하면서 말이지요. 그게 과연 자기 인생인가 싶습니다. 음악보다 슬픈 사연입니다. 쓸쓸하게 나왔습니다. 영화 ‘본 투비 블루’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