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농장에서 죽순을 채취해 오다
여동생 농장이 1정보는 넘는다.
그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실나무와 채소류, 콩류, 곡류, 화훼류를 재배한다. 생계를 위한 농장이 아니고 부업으로 하는 농장이기에 전력을 쏟을 수가 없다. 자연적으로 투자에 비해 소득은 미미하다. 그래도 농촌에서 자란 향수 때문에 취미로 작물을 계속해서 재배한다.
매제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틈을 낼 여가가 없고 주말에만 와서 농장을 돌본다.
어제 여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 농장의 대밭에 와서 죽순을 뽑아 가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집은 매년 여동생 농장에서 죽순을 채취하여 삶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1년 내내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죽순으로 만든 요리 초장무침, 된장국, 나물, 붂음, 탕국, 소고기국, 장아찌는 언제 먹어도 정말 맛있다.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고는 그 진 맛을 설명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자매 두 명과 우리 내외는 오전에 죽순을 뽑아 껍질을 벗기고, 오후에는 솥에 삶았다. 죽순을 솥에 삶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나는 혼자 뒷산을 올라 팔각정에 다녀오기로 마음 먹고 출발하였다.
오르는 산길 옆의 감자밭에 감자 꽃이 피어 있었다. 어릴 때 감자에 대한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감자 꽃이 자색이면 감자의 색깔도 자색이고, 감자의 꽃이 흰색이면 감자도 흰색이다. 꽃만 보아도 감자의 뿌리 색깔을 알 수 있다.
감자밭 옆의 옥수수도 싱싱했다. 어릴 때 옥수수 대의 껍질을 벗겨내고 속의 대를 씹으면 단맛이 났다.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프던 시절에는 그것을 과자인양 맛있게 먹던 생각에 옥수수 밭 옆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팔각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