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지오 칸타빌레 나 호 열 ( 1953~ )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넘어졌다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 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 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오래 걸을 수 없기에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서 오래 걸을 수도 빨리 달릴 수도 없는 나는 느리게 느리게 이곳에 당도했던 것이다 이미 꽃이 떨어져버린 나무 아래서 누군가 열매를 거두어 간 텅 빈 들판 앞에서 이제 나는 내 앞을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듣는다 느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다운 것들은 느린 걸음을 가진 것인가 느리게 걸어온 까닭에 나는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긴 손과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음악의 눈망울은 왜 또 그렇게 그렁그렁한가 아다지오와 칸타빌레가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강물의 악보가 얼마나 단순한가를 생각한다 강물의 음표들을 들어올리는 새들의 비상과 건반 위로 내려앉는 노을의 화음이 모두 다 평발임을 깊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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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물머리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강물 따라 온 것 같기도 하고 바람 따라 온 것 같기도 하지만
너와 내가 만나 한 곳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