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南江停에서 만나는 사람들
코로나 19 때문에 사회적 활동 제약으로 나의 일상생활이 무너졌다. 일주일에 3일 공부하러 가던 향교가 문을 닫았고, 문화원의 각종 문화 활동도, 산악회 등산도 일체 중지되었다. 자주 가던 기원도 가능한 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함께하는 시간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6월의 낮 길이는 정말 길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정말지루하다. 그래서 운동 시간을 늘렸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아내와 함께 남강 둔치의 산책길을 걷고 집에 돌아오면 5시 30분 전후다. 보행수도 10,000보를 넘긴다. 아침 식사 후는 나 혼자 자전거를 탄다. 집에서 출발하여 대곡의 송곡과 덕곡 중간지점 자전거 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11시 30분 전후가 된다. 샤워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낮잠을 잠깐 자고 일어난다. 오후에는 TV시청이나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음악 감상을 한다.
개미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일상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중간에 ‘불티南江停’이라는 정자가 있다. 새로 지은 정자인데 아름답다. 주변의 경치 또한 아름답다. 강둑 위에 동그마니 자리하고 있어 사통팔달이다. 거기에 강위로 철 기둥을 세워 조성한 테크로드 다리 사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에어콘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매일 이 정자에서 20∼30분 정도 머무르다가 돌아온다. 자주 만나는 사람은 동네 분 3∼4명과 지나가는 객(客) 또한 그 정도다.
때로는 동네 사람들이 마련한 조촐한 잔치에 끼어들어 음식을 얻어먹기도 한다.
6월 2일 날 정자에 모인 사람이 9명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가끔 돈을 모아 음식을 마련하여 이곳에서 회식을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돼지 내장을 1kg을 사와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조리가 잘 못 되어 질겼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돌아 올 때 내가 같이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을 보고 ‘내일은 제가 소주 몇 병과 순대 안주를 조금 준비해 오겠습니다. 이 시간에 꼭 오십시오.’ 하고 돌아왔다.
진주에 와서 순대를 파는 포장마차에 미리 주문을 하려고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내일도 문을 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공연히 걱정이 되었다, 나이가 든 사람이 친밀감이 생기지도 않은 사람들과의 첫 약속인데 그것을 어기면 실없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만약 내일도 가게 문을 열지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족발을 사서 가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 자유 시장 족발 집의 위치를 파악하고 집에 왔다.
3일 날 아침 8시 30분경에 순대 집에 갔더니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20,000원을 지불하고 순대 2팩을 주문했다. 정자에서 노인들과 나눠 먹을 예정이라 했더니 양념과 함께 푸짐하게 싸서 주는 것이었다. 등산용 가방에 생탁막걸리 2병과 소주 2병, 사이더 1병과 가래떡 1봉지를 사서 10리터 규격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넣어 짊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갔더니 이른 시간이라 네 사람 밖에 없었다. 간식을 먹고 있을 때 네 사람이 더 와서 합류했다. 나는 조금 일찍 일어나면서 잘 드시라는 말을 하고 목표지점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4일 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면서 정자에 들렀더니 어제 일을 이야기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덧붙여 말하기를 순대 1팩은 남겨 두었다가 오후에 동네 분들과 양주와 소주를 사 와서 잘 먹었다는 말도 했다.
사람이 신뢰를 가지도록 인간관계를 맺어 가기는 쉽지 않다. 그러한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대체로 성공한다. 상대방과 관계를 원만하게 맺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은 겸손하고 상대방은 존중하는 사람이다. 존중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나는 시골에서 나고 자랐기에 시골의 정서를 잘 안다. 그들은 자기 고향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노고와 살아온 삶을 높이 평가해 주면 쉽게 마음의 문을 연다. 도회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계산적으로 접근 하지만 시골 사람들은 마음 자체가 순진무구(純眞無垢)하다.
내가 진주엠비씨컴벤션 전속 주례로 일하고 있을 때 간혹 인간관계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언급했던 예(例)는 이러하다.
‘남녀가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된다. 세 번쯤 만나면 관심이 생기고, 5번쯤 만나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일곱 번쯤 만나면 친밀감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정들면 사귀게 되고, 사랑이 숙성되면 결혼을 하여 평생을 반려자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과정은 남녀 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사이도 적용되는 것이다.
아무튼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은 어느 한 쪽의 일반통행이 아니고 주고받는 상호관계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적으면서 아래의 글을 덧붙이며 전경을 회상해 본다.
불티南江停에는
누구를 만나도 정이 생기고
누구를 만나도 이야기가 돋아나고
누구를 만나도 따스함이 전해 오고
누구를 만나도 애정이 꽃 핍니다.
불티南江停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묻고 싶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싶고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맞고 싶고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이 번집니다.
불티南江停에 만나는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도 낯설지 않고
내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 주는
꽃향기가 배인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