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은 숙성기간에 따라 '젓'과 '젓국'으로 나눌 수 있다. 1~3개월 정도 단기 숙성시켜 원재료의 형체가 남아 있을 때 먹는 것을 '젓'이라 하고(예컨대 명란젓, 창란젓, 오징어젓 등), 6개월 이상 숙성시켜서 찌꺼기를 걸러낸 것을 '젓국'이라 한다. 여기에 더해 젓국을 걸러낸 찌꺼기에 물과 소금을 추가해서 한 번 끓인 다음 맑게 걸러내어 '어간장'을 만들 수도 있다. 이 젓국을 두고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무슨무슨 '액젓'이니 '육젓'이니 하며 중구난방으로 불리고 있는데 대부분 '젓국'을 일컫는다. 그런데 '액젓'이라 부르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육젓'은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새우젓(예컨대 새우젓은 '오젓', '육젓', '추젓' 등 잡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을 일컫는 것으로 멸치육젓이니 까나리육젓이니 하는 건 국적불명의 헛소리일 뿐이다. 요즘은 젓국을 맑게 걸러내어 어간장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술이 발휘된다. 물과 소금을 넣어 양을 늘리기도 하고 조미료 같은 식품첨가물을 넣기도 한다. 그러니 어간장을 살 때는 제조과정이나 성분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 멸치 젓갈 거르기
시골살이 시작하면서 장류는 처음부터 직접 담궈 먹었지만 젓갈은 시골집에서 담근 걸 얻어다 먹다가 3~4년 전부터 직접 담궈 먹고 있다. 사실 너무 간단한 일이기에 직접 담근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다. 오히려 젓갈은 담그는 것보다는 걸러 내고 보관하는 뒷처리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시골에서도 젓갈 담궈 먹는 집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집도 재작년에 담근 젓갈이 남아 있어 올해는 건너뛰었는데 지난 주말 김장 도우미하러 들렀다 젓갈 한 통 처리하는 일을 떠맡았다.
멸치 젓갈은 용도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걸러내 보관한다. 액젓 찌꺼기가 들어 있는 탁한 형태로 보관하기도 하고 이것을 창호지나 광목천을 받쳐서 한 번 더 걸러내 맑은 액젓으로 보관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는 김치 등을 담글 때는 주로 탁한 액젓을 사용하고, 무침이나 소스 같이 요리에 넣을 때는 맑은 액젓을 사용한다. 멸치 젓갈 거르기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면서도 자잘한 손이 많이 간다. 기름기가 많으니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해 뒷처리 거리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채반을 받쳐 건더기와 액젓을 분리한 다음 1차로 걸러낸 원액을 다시 채반에 광목천 씌워 한 번 더 걸러 내면 맑은 액젓을 얻을 수 있다. 이 작업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젓갈 한 통 걸러내자면 최소한 네댓 날은 각오해야 한다.
▲ 멸치어간장 만들기
며칠 동안 멸치젓갈을 걸러 맑은 액젓을 얻고 남은 건더기를 재활용해서 멸치어간장을 만들기로 했다. 그냥 버리기 아깝기도 하지만 이렇게 만든 어간장은 메주 띄워 만든 간장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뼈와 묽은 반죽 같은 건더기를 솥에 넣고 20L의 물과 1KG의 소금을 더해서 두세 시간 가량 은근한 불로 달인다. 보통 멸치젓갈을 담글 때는 소금을 멸치 양의 20~25% 정도 넣는다. 그러니 멸치 20KG 한 통에 4~5KG의 소금이 들어갔을 것이다. 맑은 액젓을 걸러 내고 물 20L를 첨가했으니 어느 정도의 소금을 넣어주어야 할 터인데(만약 물 양을 줄이고 냉장고에 보관할 생각이라면 소금을 넣지 않아도 된다), 이때 소금 양은 만드는 사람이 사용 용도나 보관 장소를 감안하여 알아서 조절해야 한다. 염도가 낮으면 상온 보관은 힘들고 냉장 보관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액젓 원액은 주로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고, 어간장은 액젓 원액보다 훨씬 덜 짜게 (멸치 젓갈 염도의 30~40% 정도?) 만든다. 일반 간장보다는 훨씬 덜 짜고 젓갈 특유의 풍미가 있기에 된장을 쓰지 않는 무침이나 나물 요리, 국물 요리에 쓴다면 간장보다 한결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첫댓글 산골에살다보니 긴요한정보 얻어읍니다
ㅎㅎ 네에..
요즘은 산골이니 도시니 하는 게 없죠.
아마도 여름철에 군위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시면 멸치젓갈 담궈서 통채로 팔 겁니다.
집접 담그지는 않아도 해마다 멸치젓을 사다가 가마솥에다 몆시간 달여서
한지 창호지에 내려 사용 하는데 이렇게 자세이는 몰랐네요.ㅎ
젓갈은 직접 담그는 것이나 담근 걸 사는 것이나 별 차이 없습니다. 어차피 젓갈은 "원재료+소금"이니까요.
그런데 젓갈은 무작정 달이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젓갈을 무턱대고 달이는데 숙성된 젓갈은 어육의
단백질이 가수분해된 아미노산 효소가 살아있는 완전식품입니다. 이걸 왜 달여서 효소를 죽여버리고 먹어야 할까요?
젓갈을 달인다는 건 숙성된 젓국을 걸러내고 남은 건더기를 활용해 어간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곡해한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젓갈을 무턱대고 달이고 있는 겁니다. 어머니 세대 때부터 그러했더라도 잘못된 건 잘못된 겁니다.
그렇군요 직접멸치젓갈 담아 먹고 있지만 방법이 모해서 답답했습니다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직접 담그신다면서 방법이 모하다니,,,, 언뜻 이해가 안 됩니다..ㅎㅎ^^
@스피노자(전남) 2년전 멸치가 저럼해서200kg을 3년된 천일염 담구어서 아직 방법을몰라서 지금국물이 많이생긴 상태입니다
완전초보입니다
@머그서 경북 포항 아, 네...ㅎ
양도 엄청 많네요.
전 40KG 정도 담궈서 이리저리 나눠 줘도 2년 넘게 먹는데...
작년에 제가 쓴 글 찾아보시면 더 상세하게 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피노자(전남) 넵감사합니다 ^^
전원생활에 눈이 조금씩 떠가니 스피노자님의 젓갈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를 소중하게 읽게 됩니다.
궁금한건 젓갈은 원재료와 소금만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친구를 보니 약간의 물도 넣더라구요. 물은 전혀 넣지 않고 담아도 국물이 많이 생기나요?
멸치젓 시도하고 싶어서요.
젓갈 담그는데 물을 넣어요?
좀 어이가 없네요.
도대체 국적불명의 이런 레시피는 누가 발명해서 돌아댕기게 만든답디까?
인터넷이 생각없는 사람들 베려놓는 대표적인 케이스네요.
젓갈 담그는데 중요한 건 소금 비율입니다.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소금 비율이 달라집니다.
원재료에 상관없이 소금 얼마를 넣어야 한다느니 하는 건 죄다 헛소리입니다.
멸치는 원재료의 20~25%
새우는 원재료의 10~15% 정도입니다.
원재료의 구성 성분에서 살코기나 수분이 높은 재료는 소금 비율을 높게 하고
추운 지방보다는 더운 지방에서 높게 합니다.
적정비율에서 10~20% 정도는 담그는 사람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리 할 수 있겠죠.
젓갈은 어육의 단백질이 가수분해되는 과정입니다.
가수분해될 때 핵심은 생선의 내장에 많이 들어 있는 미생물이 생선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어냅니다. 젓갈을 담글 때 생선내장을 빼지 않고 통채로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깨끗하게 한다고 내장을 빼고 젓갈을
담그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입니다.
이 과정에 물을 넣는다는 건 미생물의 활성을 떨어뜨리는 격입니다.
그리고 남 따라 하지 말고 스스로 찾아가며 공부해서 담그시기 바랍니다.
요즘 젓갈에 관한 책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식구들 먹을 거 만들면서 책 한 권 읽는 것 정도는 꼭 해야 할 일 아닐까요?
기분나쁘면 말씀하십시오.
댓글 삭제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정성껏 답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친구는 바다를 좋아해서 서천쪽으로 귀촌을 했는데 근처에 있는 항에 가서 여러가지 생선을 사서 젓갈을 담더라구요.
사람마다 자기식이 있겠죠...
물을 조금넣어야 좋다 하더군요.
가을에 소래포구에 가게 되어 간길에 새우를 사서 새우젓을 담으려했는데 그 자리에서 다들 새우젓을 담아 가더군요.
새우한말에 소금 척척. 완전 자동에요.
집에 가서 소주두병 넣으라 하더군요.
소주는 왜?
부패를 막는다나요.
소주를 넣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방법도 있구나 했죠.
경험이 중요한 거겠죠.
책을 보든 인테넷을 보든 처음 시도할때는 그대로 따라 하게 되는데 역시 실패율이 높더군요.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경험해보신 말씀도 듣고 해보다 보면 아하~~
하나씩 터득하게 되고 노하우도 생기고...
역시 앞서 가는 분들이 필요하구나
새삼 느끼며 살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