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수세(除夜守歲)-故事成語
오늘이 음력 정월 초하루다. 지난 밤을 섣달 그믐 날 밤이라 한다.
'근하신년'으로 인사를 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또 한해가 지나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세월이 가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었을 터이고, 어떤 사람은 큰 계획을 세웠다가 실천을 못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섣달 그믐 날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해를 되돌아 보며 아쉽게 여긴다.
섣달 그믐 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예로부터 여러 가지 세시 풍습이 있었다.
섣달 그믐 날을 除夜(제야)라 했다. 除(제)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그
중에는 섣달 그믐이란 뜻도 있다. 그날 밤(夜)은 한해를 의미 있게 보낸다는 의미에서 밤을 지새어 지키는 守歲(수세)의 의식이 있다.
守歲(수세)란?
집안 곳곳에 촛불이나 등불을 환히 밝히고 가족이 둘러 앉아 밤을 꼬박 새우는 풍습이다. 잠을 자는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그래서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애썼던 어릴 때의 추억도 있다.
젊은 남자들은 한 해의 운수를 점을 쳐 본다는 속설을 믿고 하투를 치면서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았다. 섣달 그믐 날의 하투는 어른들도 세시 풍습으로 여기고 용인했다.
제야의 또 다른 이름은 除夕(제석), 歲除(세제), 歲暮(세모)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洪錫謨(홍석모)가 편찬한 우리나라
세시 풍속에 관한 책 東國歲時記(동국세시기)에는 제야 풍속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섣달 그믐 날 밤에 잠을 자면 굼벵이가
된다.‘
’섣달 그믐 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라는 속설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속설을 믿고 대응의 일환으로 밤을 새우는 풍습은 고려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뚜막이나 곳간, 장독대, 화장실 등 집안 곳곳에 촛불이나 등불을 밝혔던 것은 부엌 귀신인 竈王(조왕 : 竈는 부엌 조)이
하늘로 올라가서 玉皇上帝(옥황상제)에게 그 집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보고한다. 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또 잠을
자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 몸에 기생하고 있는 三尸(삼시) 또는 三尸蟲(삼시충)이란 벌레가 있는데 잠든 사이에 빠져 나가 옥황상제에게 잠을 잔 사람의 죄과를 낱낱이 고자질 해 그것으로 인해 수명이 단축된다는 설화가 있는데 그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기도 했다.
궁중에서는 묵은 해의 마귀와 사신을 쫓아 내려고 儺禮(나례, 儺는
푸닥거리 나)를 베풀고 年終砲(연종포)를 쏘았는데 이러한 행사도 음력 섣달 그믐 날에 행해졌던 것이다.
양력의 12월 마지막 날에 행해지는 폭죽놀이, 제야의 종 타종 행사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한양에서는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신호로는 人定(인정)을 울렸고, 해제
때는 罷漏(파루)를 쳤다. 그 신호로 사용된 것이 普信閣(보신각) 종이었다.
종을 33번 치는 것은 불교의 수호신 帝釋天(제석천)이 이끄는 須彌山(수미산)
꼭대기의 忉利天(도리천,忉는 걱정할 도)에 닿게 하기 위함이다. 33의 숫자는 불교에서는 의미 있는 숫자다. 그 타종에는 우리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아무튼 지난 해 있었던
갖가지 좋지 못한 액운은 섣달 그믐 날 밤에 모두 날려 보내고, 새해에는 각 가정에 상서로운 일만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조용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