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준대형을 찾는다면 - 렉서스 ES300h 시승기
모토야입력 2022. 11. 28. 19:10
렉서스의 간판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준대형 세단 ES를 시승했다. 현행의 렉서스 ES는 지난 2021년 9월말에 국내 출시된 마이너체인지 모델로, 더욱 고급스러워진 스타일과 진화한 주행질감과 승차감, 그리고 최근의 트렌드에 따른 안전/편의사양으로 강화된 상품성을 지닌다. 또한 ES 모델로서는 최초로 스포츠 패키지 모델인 F-스포트까지 추가된 바 있다. 렉서스 ES를 시승하며 어떠한 매력을 품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본다. 시승한 렉서스 ES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ES300h 이그제큐티브(Executive)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가격은 7,060만원.
더욱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
렉서스 ES의 외관은 전반적으로 2018년 초기 모델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더욱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외관을 갖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렉서스 고유의 스핀들 그릴부터 변화한 모습이 드러난다. 새롭게 변화한 스핀들 그릴은 'L'자를 형상화한 가로방향의 매시 패턴을 추가하혀 수평향의 기조를 부여하는 한 편, 보다 입체적인 디테일을 가미했다.
또한 시승차인 이그제큐티브 모델의 경우에는 블레이드 스캔 방식을 적용한 좌우 각 3연장의 LED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이 방식은 현행의 RX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광원인 LED에서 발생하는 빛을 고속으로 회전하는 블레이드 미러(Blade Mirror)에 조사하고 블레이드 미러에 반사된 빛이 렌즈를 통해 고속이동하면서 전방을 비춰주는 방식이다. 블레이드 미러는 전자식으로 제어되어 LED의 빛을 각각의 구획으로 나누어 조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자제어 기능을 이용해 특정한 타이밍에 점/소등할 수 있어, 광량 분배를 제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활용해 종래의 자동 하이빔 시스템과는 달리, 각각의 구역별로 빛을 나누어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상향등 점등 중에도 앞서 가는 차량이나 마주 오는 차량의 시각을 방해하지 않고도 주위의 사물이나 상황, 보행자, 교통표지 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적으로는 주간상시등의 디자인 등을 일부 변경하여 보다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을 자아낸다.
측면은 전륜구동 세단으로서 여전히 균형잡힌 형상을 취하고 있다. ES는 렉서스가 한창 파격적인 디자인을 전개해 나가고 있었던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모델로, 당시 여타의 렉서스 모델들 대비 한층 절제되고 정돈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뒷모습에서는 테일램프 및 테일램프 가니시 등, 일부에 약간의 수정이 가해져, 더욱 깔끔해졌다.
트렌드에 맞춰 변화한 실내
실내 또한 기존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수평향의 대시보드를 비롯하여 LFA의 것에서 모티브를 얻은 계기반 디자인 등, 대부분의 사항이 그대로다. 게다가 마크레빈슨 옫기오 시스템의 경우 여전히 CD플레이어를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에 맞춰 변화한 점들이 몇 가지 존재한다. 먼저 인테리어 마감재로 월넛 트림과 신규 블랙 및 브라운 컬러를 새롭게 적용해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주요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중앙의 대형화 및 돌출된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노트북 PC의 트랙패드식 조작법을 사용하는 렉서스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 시스템에 더해 터치식 작동방식을 적용하면서 기존 대비 약 100mm 정도 가깝게 배치되었고, 각도를 약 5도 정도 기울여 운전자가 화면 끝까지 손을 뻗어도 시트에서 등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화면은 강화유리를 적용해 조작감과 시인성 모두를 잡았다. 또한 최근의 추세에 따라,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하며, 무선충전패드도 내장하고 있다.
시트는 적당한 두께와 적정한 수준의 경도 설계로 탑승자의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탄탄하게 지지해 주는 느낌을 준다. 앞좌석은 사양에 따라 3단계의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지원하며, 8방향의 전동조절 기능과 4방향 럼버 서포트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뒷좌석은 아늑한 느낌을 주면서도 내부에서의 거주성은 변함없이 우수하다. 그 덕분에 뒷좌석 편의장비가 강화된 최고급 트림인 이그제큐티브 모델의 경우에는 의전용으로도 어느정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다. 아울러 신규 색상인 모브와 헤이즐이 추가되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트렁크 용량은 473리터로, 수치 상으로는 동급의 고급 준대형 세단에 비해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용 배터리가 뒷좌석 하부로 배치하면서 트렁크 공간이 크게 향상된 것은 물론, 효율적인 공간설계로 9인치 골프백 4개의 수납이 가능하다.
더욱 똑똑해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렉서스 ES300h에는 2.5리터 다이나믹 포스 엔진과 2기의 모터-제너레이터(Motor-Generator), 니켈-수소 하이브리드 배터리팩으로 구성되며, 렉서스 ES 외에도 토요타 캠리, RAV4, 아발론 등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계통의 것이다. 엔진 최고출력은 178마력, 모터-제너레이터 최고출력 88kW(약120마력)이며,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218마력으로 초기와 동일하다. 하지만 현행의 렉서스 ES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한 차례의 재조정을 거쳤다고 한다. 최근 들어 렉서스가 강조하고 있는 '렉서스만의 주행질감'을 의미하는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Lexus Driving Signature)' 철학에 따라 동력의 전개 및 제어 면에서 더욱 일정한 선형의 응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이 가해졌다.
변화된 동력전개 특성을 갖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출발가속과 제동에 이르는 단계에서 기존 대비 더욱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느낌을 제공한다. 물론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이들로서는 위화감이 들 부분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기는 하다. 특히 제동시에는 일반적인 양산차 대비 더 많이 밟아줘야 제동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느낌을 준다. 제동력의 상당부분이 페달 조작 초기에서부터 발생하는 타입에 익숙해져 있는 운전자의 경우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속감 면에서는 충실하게 동력이 전달된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단순히 "잘 나간다", 혹은 "안 나간다"의 차원이 아니라, "밟은 만큼 (비례해서)나가 주는" 느낌이 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대다수의 한국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조금만 밟아도 기운차게 뻗어나가는 느낌" 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고급세단으로서는 오히려 정석에 더 가까운 질감이기도 하다.
한층 정교해진 조종성능 및 주행감
승차감과 정숙성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수준이다.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강화하기 위해 차량의 섀시와 관련한 부분들에 대대적으로 보강을 가하면서 기존의 부드러운 질감은 보존하고, 더욱 정교하고 안정감 있는 감각으로 거듭났다. 특히 승차감의 경우에는 그러한 일면을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요소로, 요철의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더욱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특히 후륜쪽에서 들어오는 느낌이 상당히 좋아졌는데, 이는 후륜 서스펜션의 멤버 브레이스 시트를 보강하여 강성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정숙성은 속도 대역에 관계 없이 여전히 훌륭하다. 이렇게 승차감을 더욱 안정감있게 조율하고 여전히 동급 최고의 정숙성을 제공하는 ES300h는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렉서스가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주장하는 조종성능은 한층 정교하고 요령이 좋은 느낌을 준다. 글로벌 아키텍처 기반의 차량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가볍고도 탄탄한 기골과 낮은 무게중심에 더해, 시승한 이그제큐티브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퍼포먼스 댐퍼 덕분에 후륜의 추종력이 한층 개선된 느낌이다. 일상주행에서 다소의 위화감을 보였던 제동질감의 경우, 스포티한 주행에서 확실히 그 장점을 발휘한다. '밟는 만큼 제동이 걸리는' 느낌에 더 충실해짐으로써 차량을 제어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주행질감 면에서 유럽산(특히 독일제) E세그먼트 세단과 구분되지만, 렉서스만의 독특한 질감을 잘 구현하고 있는 보습이 인상적이다.
충분한 수준의 능동안전사양과 여전히 우수한 연비
렉서스 ES에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가 적용된다. LSS+는 감지 범위가 확대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ITA) 기능 추가), 커브길 감속 기능이 추가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그리고 긴급 조향 어시스트(ESA) 지원 기능도 새롭게 적용되었다. 또한, 주차 보조 브레이크(PKSB)는 전ㆍ후방의 사물 감지에 더해 보행자까지 감지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차량 주변의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파노라믹 뷰 모니터까지 추가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현행 ES의 DRCC는 기존 대비 정밀도 면에서 크게 향상된 느낌을 준다. 기존의 시스템은 선행 차량을 추종할 때의 속도 제어나, 끼어들기에 대한 대응, 그리고 차로 변경 후의 가속 과정 등등에서 타사 차종 대비 부족한 점이 느껴졌다. 그러나 현행의 ES는 이러한 일련의 제어과정이 더욱 정교하고 부드럽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는다. 감지 범위나 개입 속도도 더 정확하고 정교해진 느낌을 준다. 덕분에 기존에는 은근히 못 미더운 느낌마저 주었었던 이전 시스템 대비 한층 믿음직스럽고 똘똘하게 작동한다는 느낌을 준다.
연비 역시 예나 지금이나 우수하다. ES300h의 공인연비는 복합 17.2km/l, 도심 17.3km/l, 고속도로 17.1km/l다. 만약에 본인이 토요타식 하이브리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운전자이고, 운행하는 지역의 도로 조건이 잘 맞으며, 연비 주행에 자신이 있다면,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연비를 기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하이브리드는 도심에서만 유리하다"는 말이 통설처럼 퍼져 있었는데, 현재의 ES는 EV(전기차)모드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거의 100km/h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이제는 고속도로에서의 정속주행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더욱 유리하다. 같은 배기량의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 쯤은 압살할 수 있는 수준의 연비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서는 공인연비만큼 나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km/l 이상의 연비가 기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준대형을 찾는다면...
렉서스 ES는 기존에 이미 우수한 완성도로 태어난 ES를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 더욱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세단으로 거듭났다. 비록 눈에 보이는 변화는 소소해 보일 수 밖에 없고, 몇몇 부분에서는 트렌드에 다소 뒤처진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고급 세단의 본분인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에 이만큼 충실한 차도 없다. 검증된 신뢰도와 여전히 훌륭한 연비를 제공하는 렉서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으며, 최신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능동안전장비도 빠짐 없이 적용되어 이전보다 더욱 매력적인 세단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현행 모델부터는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F 스포트 모델의 추가로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새로운 렉서스 ES는 렉서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감성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실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세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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