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침이 열렸다.
싼티아고 순례단을 맞고나니,
있던 자리로 하나 둘씩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배움터에 들어서니,
두더지가 말없는 웃음으로 맞아주신다.
그리웠던 웃음이지 싶다.
그 웃음 기운을 머금고
가족방에 들어서는 순간 온 몸이 얼음!!!
쥐.
세상 모든 만물과 하나가 되어도
끝내 화해가 힘들 것 같은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
그게 지금 내 가족방 멍석 위에 죽어있다.
초롱이가 용의자다.
'의심해서 미안한데 너 밖에 없잖아!'
고맙게도 너구리가 삽으로 걷어내 주었다.
한참을 밖에서 발을 구르며 괴로워하는데
구랑실(보기와 달리 쥐와 천적관계)이 힌트를 주신다.
고양이가 그러는 건
'나 이렇게 잘 잡아요~' 칭찬받고 싶은 경우와 해코지 하는 경우.
이 사건은 두번째 케이스 같단다.
어제 민정엄마가 피부병이 의심되는 초롱이 새끼들을 체크하려다
큰 문이 잠겨있어 어진이가 작은 문으로 한마리씩 꺼내 줬다나?
아마도 그걸 자기 새끼들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한 것 같단다.
게다가 어젯밤 중앙현관이 활짝 열려 있었단다.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왜! 유난히 초롱이 사랑이 지극한 태식.어진이가 있는
우리 방에 이런 일이... 너구리(제일 홀대하는)면 몰라도.
아, 그나저나 이제 어찌해야 하나.
아침열기 시간, 제니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전자의 경우 같단다.
친구에게 자기가 아끼는 밥(?)을 나눠 준거란다.
그때였다.
창밖에서 초롱이가 우릴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오늘은 특히 더 친절해야 한다...' 속으로 주문을 왼다.
그리고는 내가 봐도 오버다 싶게 초롱이를 환대한다.
"초롱아, 배 고파서 왔지? 태식아 얼른 밥 갖다줘라!"
급변한 우리 태도에 초롱이도 좀 당황하지 않았을까?
당분간 매일 가족방을 열때마다 떠오를 것 같다.
식기류는 죄다 비누로 박박 씻어 햇볕에 말리고,
태식이가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다.
배움터에 주연이가 엄마 따라 왔다.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동생들.
예온, 하림, 승희, 남현, 주환, 시현, 현보는
형.오빠들이 사다 준 선물 자랑으로 신이 났다.
시현인 현수오빠가 사다 준 손목시계 차고 흥분 상태.
그런데 그만 타이어 넘기 놀이하다 고꾸라져서
앞니가 부러지고 얼굴 군데군데 상처가 났다.
하교 후 바로 치과에 간 모양이다. 큰 일 없길...
시무룩한 시현과 곁에서 걱정스런 다은이가 선하다.
두더지 인사차 아몽댁도 두 딸을 데리고 왔다.(허탕...)
오후엔 정민이가 아빠랑 들렀다가 현승이랑 놀아주고 갔다.
"여자 기숙사 맘에 들어?"
"네, 완전 맘에 들어요."
"근데 좀 유치하지 않냐...?"
"히히~ 쫌 그렇긴 하지만요~"
저녁엔 배움지기, 살림위원들과
질의응답에 참석하실 부모님들이 모여 최종 리허설을 했다.
사회는 반디불이, 설명회는 아몽.
우리 사랑어린학교의 현재와 꿈꾸는 모습이 교차된다.
나 권지원의 현재와 꿈꾸는 모습도 함께...
아 참, 별난 소식 하나.
사랑이 아들 등이가 드디어 총각 딱지를 뗐다.
배우자는 바로 앞집 바둑이다.
지우 왈, "그럼 바둑이가 사랑이 며느리 된거야?"
바둑이 주인 어르신이 뭐라 하시면 딱 잡아 떼자며 웃었다.
안그래도 동물 가족들이 우리의 숙제꺼리다.
무작정 자손을 생산하게 할 수도, 억지로 손을 쓸 수도 없다.
오늘 들은 얘긴데 차두리가 흙집이 완성되어
반달이를 다시 데려가실 수 있다고 한다.
정 붙였던 옛주인에게 돌아가는 게 반달이에게 좋고,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곳에 보내는게 우리에게 좋고.
등이도 함께 데려가신단다. 아이들과 충분히 얘기 나눠야겠다.
아침산책에서 돌아오자 운동장 구석에
옆집 개사육장에서 탈출한 도사견 한마리가 어슬렁거려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큰일 날 사건이다. 정신 바짝 차리자.
태식이 태현이가 염소를 데려와 키워도 되냐고 며칠째 묻는다.
쉽게 생각하고 OK 할 일이 아니란 걸 알겠다.
아...........
오늘은 하루 종일 동물들과 씨름한 기분이 든다.
오늘 내게 주신 메세지는 무엇일까?
추신) 여름방학은 7.26~9.2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