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복숭아
어제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불티南江停에서 좀 쉬어 가기 위해 들렀다. 지역 주민한분이 서류봉투에서 천도복숭아1개와 칼을 나에게 주면서 깎아서 맛을 보라고 했다. 나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깎아 먹었다.
천도복숭아는 껍질이 붉고 털이 없이 미끈하다. 그런데 깎은 과육은 황금색이다. 식감이 아싹아싹하고 맛은 새콤달콤하다.
우리들이 흔히 즐겨먹는 황도 백도와는 차이가 있다. 황도와 백도는 봉지에 싸서 과일을 익게 해 햇빛을 받을 수 없는데 비해 천도복숭아는 햇빛에 노출된 상태에서 익는다. 맛은 황도와 백도가 달고 맛있다. 그런데 사람 몸에는 천도복숭아 효능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나는 불티南江停의 단골손님이기에 지역 주민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인터넷에 소개된 천도복숭아에 얽힌 '시인 구상과 화가 이중섭' 에 대한 이야기를 들러 주었다.
‘초토의 시’로 유명한 구상과 ‘소’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은 막역한 친구였다.
구상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었다.
병상에 누워 있던 구상은 이중섭이 문병 오기만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입원한 걸 알 텐데……. 왜 이렇게 안 오지?”
만사 제쳐두고 달려올 줄 알았던 이중섭이 오지 않자 구상은 무척 섭섭했다.
“아휴……. 답답해라. 정말 안 오려나? 무심한 친구 같으니라고.”
올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얼굴을 비쳤는데도 이중섭은 찾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직도 안 왔단 말인가? 중섭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자네 목이 먼저 빠지겠네.”
“그런 야속한 친구는 오든 안 오든 이제 난 신경 안 쓰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마음이 상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이중섭이 병원에 찾아왔다. 그는 나지막이 친구를 불렀다.
“여보게, 나 왔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친구는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이중섭을 맞았다.
“이 사람아, 드디어 왔구만. 그런데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내가 자네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미안하네. 오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어디 빈손으로 올 수가 있어야지.”
서로의 처지를 뻔히 아는 죽마고우이거늘 빈손으로 오면 어떠냐고 친구는 짐짓 나무랐다.
그 때 이중섭은 들고 온 꾸러미를 내밀었다.
“아니, 이게 뭔가?”
“정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 주게. 실은 이걸 갖고 오려고 이렇게 늦게 오게 되었네.”
친구는 선물을 풀어 보았다.
“아니, 이건…….”
이중섭의 선물에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꽃도, 음식도 아닌 액자 속에 담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천도를 그린 거라네. 예로부터 이 복숭아를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지 않던가. 눈으로라도 먹고 어서 털고 일어서길 바라네.”
친구는 이중섭이 며칠 걸려 완성해 온 천도복숭아 그림을 보고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자네…….”
과일을 사 올 돈이 없어 그림을 그려 온 이중섭의 눈물겨운 우정……. 액자 속에 담겨진 천도복숭아를 품에 안자 친구는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구상은 그 그림을 죽을 때 까지 서재에 걸어두었다.
나는 천도복숭아 하나 얻어먹은 값을 위의 이아기로 지불했다.
주민들이 내일도 또 오라고 당부했다.
어느새 나는 이 정자의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첫댓글 이런 이야길 듣고 어찌 감탄않겠는가?
그러면 이상하지
다만 감탄하는 마음은 같으나
표현은 다르겠지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사람과 나처럼
부족한 사람 하지만 느끼는 마음은 같지 않을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