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양 읽기 〈38〉
“너, 지금 올 수 있겠니?”
이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총장, 김수성 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 것들’에 눈을 뜨게 됩니다.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존재가 있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생명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믿는 데까지 자라가야 하며, 그것을 사모하고
갈망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거기까지 이르면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주님 품에 안기는 것을 사모하고 열망하게 됩니다.” [‘여는 묵상’ 중에서]
고인의 삶을 성경에 비춰 ‘의미’ 부여
김길구 이 책에는 16편의 장례 설교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고인들의 죽음을 나름대로 분류해보니 절반 이상이 돌연사를 비롯해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신 경우입니다. 물론 책 편집을 위해 사례를 선별했겠지만, 어쨌든 상당수는 장애나 병을 거쳐 죽음에 이른다는 데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김현호 이 책을 보면서 살아있는 자들이 세상을 떠난 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어떤 죽음이든을 막론하고, 품격 있는 죽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예의를 갖추는 것은 오로지 살아있는 자의 몫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의 장례문화가 예의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수성 저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맞춤 설교를 했다는 점에서 부러웠습니다. 인용한 성경구절도 우리가 장례식 때 흔히 보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고인의 삶과 죽음에 적절한 성경을 인용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한 편의 시를 더하기도 하였습니다.
김길구 그러기 위해 저자는 고인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떤 삶을 누렸는가에 대해 자료를 찾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고인의 삶을 성경에 비추어 ‘해석’하고 생전 삶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요. ‘사귐과 섬김’에 초점을 맞춘 목회를 하였기에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형교회에서는 이런 장례 설교를 하기 힘든 게 현실 아닌가요?
김현호 대형 교회의 경우, 교구목사들이 집례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인들의 사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목회자는 교구목사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상당수 교인들이 장례 예배를 담임목사가 집례하고 설교하지 않으면 ‘섭섭해’ 한다는 것이지요.
김수성 이 책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사례가 몇 건 있습니다.
유가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배려해야
김길구 우선 고인에 대해 칭찬 일색이거나 미화하지 않은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단적인 예로 화가였던 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분은 자주 사람들과 등졌고, 한번 등지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대면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까다로운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고인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을 예로 들며 그는 상처받은 과거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간직했던 분이었다고 해석합니다.
김현호 자식들의 부탁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던 아버지에 장례 예배도 인상 깊었습니다. 교인 중에는 믿지 않는 분에 대한 장례 예배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릴 이유가 충분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결국 의지할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김수성 저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분에 대한 장례 예배 때의 메시지가 새삼스러웠습니다. 자살이라는 외형적인 사건만을 보고 교리적으로 판단하는 교인들에 대한 권면입니다. 구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역이므로, 인간이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기 쉬운 잘못이죠.
김길구 그러면서 저자는 일반적인 자살과 고인의 죽음을 구분하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께 회개할 기회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다. 그러나 마음의 병도 육신의 병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암과 같은 병으로 돌아가신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유가족과 주위 분들을 위로합니다.
김현호 유가족에 대한 배려도 감동적입니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은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줍니다. 그렇기에 장례 설교는 이들 유가족을 충분히 생각해야 하고, 장례식으로 끝이 아니라 이들이 그 슬픔과 아픔에서 벗어나기까지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해서 보살피고 배려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길구 특히 둘째 딸이 분만실에 들어갔다가 주검으로 나온 사실에 망연자실한 부모에게 목사인 저자도 할 말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대변하고 변호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목사 노릇’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진솔하게 고백합니다.
김수성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서 로드리고 신부가 하나님을 향해 그렇게 많은 신자들이 죽어가는 데 “왜 당신은 계속 침묵하고 있느냐”고 절규하던 장면이 생각나게 합디다. 세월호 사건 때 몇몇 목회자가 어설프게 유가족을 위로했다가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했죠.
김현호 이럴 때는 저자와 같이, 유가족과 함께 아파하고 탄식하고 울어주는 목회자가 필요합니다. 그들과 함께 하나님께 대들기도 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와 함께 하는 목회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두둔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다가는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도 돋보여
김길구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부록입니다. 우선 미국과 한국의 장례 예배를 비교해볼 수 있는 점입니다. 또한 목회자가 주의하고 준비해야 할 점을 세세한 부분까지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례 예배를 ‘고별예배’라는 부른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고 하듯이.
김현호 임종 예배 때 성찬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죽음을 앞둔 분들이 성찬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휴대용 성찬기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수성 부록의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연세 높은 분들이 많은 우리나라 교회 현실에서 목회자들에게 좀 더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목회를 새롭게 시작한 목사들에게는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는 지침서라 할 것입니다.
김길구 설교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장례 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깊은 묵상을 통해 준비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호 뿐만 아니라 집례자가 고인의 삶을 통해 오히려 은혜를 받았다고 고백합니다. 흔치 않은 목회 고백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수성 이 책의 부제가 ‘삶과 죽음에 관한 설교 묵상’입니다. 죽음 못지않게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지금 올 수 있겠니?’라는 제목의 글로 이 책을 시작합니다.
김길구 맞습니다. 저자는 설교를 통해 장례 예배에 참가한 신자들에게도 죽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를 적절하게 알려줍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더욱 다가오는 설교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달에는 풀러신학교 총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마우의 《톱밥 향기》(SFC, 2016)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정리: 김수성]
“너, 지금 올 수 있겠니?”라는 주님의 질문은, ‘내 품에 안기는 것이 그곳에서 사는 것보다 더 복되다고 믿느냐?’라는 뜻이었습니다. [본문 20쪽. 출처: everplans.com]
삶과 죽음에 관한 묵상집
이 책은 ‘장례예배’ 설교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목회하는 분들, 특히 신임 목회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이를 출산하러 병원에 갔던 30대 산모가 시체가 되어 나온 사례가 있는가 하면, 가족과는 달리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 고인에 대한 고별예배, 우울증으로 자살한 신자의 죽음 앞에서 저자는 메시지의 한계를 절감한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신자들에게도 ‘심각한’ 의미를 부여한다. 신앙인들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냥 툭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다. 고인이 평소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그의 이력과 성품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해석’한다. 고인의 이력을 보면, 미국에서 살았다는 것만 빼면, 우리네와 비슷한 삶의 여정이기에 그 의미가 진득하게 다가온다.
부록으로 게재한 ‘거룩하고 의미 있는 장례예배를 위해’는 목회자에게 실제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임종 과정에서의 목회’ ‘임종에서 애도까지’ ‘장례 설교에 대해’ 세 부분으로 나눠,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사항을 정리해 놓았다.
◈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저자 김영봉 목사는 미국 남감리교대학교 퍼킨스신학교,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에서 연구하고 협성신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장 위험한 기도, 주기도》 《숨어계신 하나님》 등이 있다.
Ivp, 2016.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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