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2525 박한올
■줄거리
낙원구 행복동의 난쟁이 아버지와 어머니, 큰아들 영수, 둘째 아들 영호, 그리고 딸 영희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시 빈민 계층이다. 그들은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집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이 날아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행복동에 있는 집들을 철거하는 대신 주민들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입주권이 있어도 돈이 없는 주민들은 투기업자들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나게 된다. 투기업자들의 농간으로 입주권의 값이 오르자 영수네도 입주권을 팔아 버린다. 그러나 명희네 전세값을 주고 나니 남는 것이 없어 결국 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에 놓인다. 그 동안 영희와 영호도 몇 달 간격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집을 나간 영희는 아파트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겨 가면서 입주권을 찾으려 한다. 결국 영희는 투기업자의 서류 가방에서 돈과 칼 그리고 아파트 입주권을 훔친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 신청을 마치고 가족들을 찾아오지만 집은 이미 철거를 당한 뒤였다. 이웃에게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큰오빠인 영수에게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리라고 말한다.
■표현기법
―과거와 현재의 중첩(重疊)
―환상적인 분위기의 조성
―시점의 잦은 이동 등의 기법적 새로움
―서정적인 아름다움
■현실 반영
작자는 난쟁이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그리고 70년대의 노동 환경을 폭로, 고발하고 있다. 즉 난쟁이 일가를 예로 들어 그 당시의 사회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결말부의 영희의 절규는 더 이상 난쟁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서, 특히 노동자의 현실 패배가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소외된 도시 근로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즉, 생존에 필요한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열악한 작업 환경, 고용자로부터 강요되는 부당한 노동 행위, 노동 조합에의 탄압,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극한적 심리 상태, 그리고 가진 자들의 위선과 사치, 그들의 교묘한 억압 방법 등 산업 사회의 부정적 측면들이 제시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는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느낀점
중학교 때부터 ‘난쏘공’이라는 이 책을 보고서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되는데….’라고 했었다. 그 때마다 뫼비우스의 띠 부분은 가볍게 읽었지만 신애의 칼 이야기 부분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한 쪽을 읽고 한 두 번은 꼭 집중해서 다시 읽어야 그제서 이해가 갈만큼 ‘난쏘공’은 어려웠다. 난해한 까닭에 비밀이 풀리지 않던 뫼비우스의 띠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연구진이 그 비밀을 푼 것처럼, 나또한 마음에 채워져 있던 족쇄가 풀어진 기분이다. 족쇄가 풀어졌다고 해서 이번 경우에는 쉽게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했고 한 글자 한 글자 심혈을 기울여 가며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난쟁이 가족원들의 심정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철거 계고장을 받았을 때 가족들의 기분, 돈 벌이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둬야 했던 영수와 영호 그리고 영희의 감정, 모두 함께 사장을 만나기로 했지만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채 공장에서 쫓겨 날 수밖에 없었던 영수와 영호의 심정, 벽돌 공장 굴뚝에서 자신의 이상 세계인 달나라를 꿈꾸며 비행기를 날리다가 자살한 난장이의 마음 까지 모두 느껴 보려고 노력 했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은 점이 사실이다.
‘난쏘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영가 투기업자를 마취시키는 이야기 중에 있었다. 배를 잃고 바다에 떠 있는 사람이 어디를 둘러보아도 물 뿐인 곳에서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