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제주여행 준비편에서 말씀을 드린 것처럼
(제주여행_01_준비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174&looping=0&longOpen= )
이번 여행은 사위가 6월 말까지 제주도 파견 근무라 가족 모두가 함께 할 모처럼의 시간으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일정을 잡았습니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롯데몰 김포공항점에 들러 식사도 하고
시간을 때우다 공항으로 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나를 닮았는지 아이의 식성은 변화무쌍합니다.
'이번에는' 카레를 먹잡니다. 다행히 카레 파는 곳이 있어 카레를 먹습니다.
쇼핑몰에 있는 놀이터에서 기차도 타보고 뛰어 놉니다.
이 쇼핑몰, 시간 보내기 딱 좋군요.
'안 돼! 사진 찍지 말래잖아!'
공항에는 사위가 마중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여행을 가기도 쉽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초등학교 후반만 돼도 그 '공부' 때문에,
그것도 마치고 대학이라도 가서 시간이 좀 남는다 싶어 함께 가자면
그 때는 가족 구성원 모두 저만의 세계에서 울타리를 치고 있어 그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요새 애들은'하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 탓일지도 모릅니다.
렌터카는 뽑기를 잘해야 하는데...
렌터카 뿐만이 아닙니다. 가족끼리 여행에는 분위기도 잘 맞추어야지요.
겉은 멀쩡해보이는 것 같아도 계기판 누적주행거리 18만 킬로미터,
체감 주행거리는 차 2대값 이상 뺐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궁뎅이를 부르르 떨면서 시동이 걸리고 엔진 가속소리는 옛날 전동차 전기모터 소리 같습니다.
"위험해! 이리 와!"
할미는 손주 보느라 바쁩니다.
돌담장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밭은 언제 보아도 포근합니다.
누가 6월 12일경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연화못에 연꽃이 피었다 해서
지금 쯤은 많이 피었겠거니 했는데 웬걸, 수련만 몇 송이 피어있었습니다.
사진의 꽃은 사철 채송화랍니다.
에메랄드나 코발트 빛 바다는 포기했지만, 이호해안 방파제에서 잠시 바다 바람을 쐽니다.
내비게이션을 찍으면 간선도로나 최단거리로 추천 경로를 찾아 줘 해안도로를 벗어나게 마련입니다.
지도는 위를 북쪽으로 고정하고 저배율로 해놓아야 해안도로를 벗어나지 않고
바다 경치를 잘 즐길 수 있습니다.
먼저 예약했던 숙소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 부랴부랴 1주일 전에 다른 곳으로 예약을 하려고 하니
전부 마감. 겨우 방 2, 욕실 2 있는 펜션을 구했는데 가보니 주인장이 보이질 않습니다.
전화를 하니 기척이 없던 문간방에서 두건을 쓴 아주머니가 나옵니다.
방구경을 하겠다고 들어가니 '우와~~" 이건 펜션이 아니라 MT용 민박입니다.
방에 저런 커다란 1인용 소파 4개를 갖다 놓고도 여유가 있는데 거의 정사각형입니다.
엄청 큰 방 크기에 질려 저녁 먹으러 차에 올라 탈 때까지 몸빼바지에 긴 생머리 아줌마인 줄 알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저 아줌마가 언제 아저씨가 됐어?"
제주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는 삼담싱싱횟집이라는 작은 횟집입니다.
추자도에서 그날 잡은 고기로 회를 떠준다는 곳이라 메뉴가 일정하질 않아
그게 더 손님을 끌게 만듭니다.
사람 수를 보더니 회를 잘 잡수시면 메뉴판에도 없는 15만원짜리가 어떠냐 묻습니다.
"아니, 10만원짜리(大)로 하고 먹으면서 시킬테니까... 아니, 옥돔구이와 물회도 하나 해주슈~"
잘 구어진 옥돔입니다.
살이 부드러워 아이도 잘 먹습니다.
우와~~~ 손과 손 사이가 밥상 폭인데 그게 꽉 찰 정도 되는 접시에 한가득 회가 나옵니다.
전부 다 접시 크기에 놀라 뒤로 등을 제칩니다.
방 크기에 놀라고, 접시 크기에 놀라고...
광어, 한치, 문어숙회, 홍삼입니다. 어종이 다양하지 못한 게 좀 아쉽지만,
생'와사비'가 마음을 흐뭇하게 만듭니다.
선도는 최곱니다.
3년 전 한참 갈증 날 때 시원하게 먹었던 송악산 근처 상모해녀의 집 전복, 성게 물회가 생각나 주문하니,
자기 넨 양식 전복을 쓰질 않아 전복물회는 안 되고 광어물회로 들랍니다. 할 수 없지요.
겨우 1.5도 차인데 아무리 돗수가 낮다고 '넌 물같은 놈'이라고 깔보다니...
순한 소주에 대비해서 희석식 소주 대신 '성깔'소주라 하면 어떨까요?
양푼에 매운탕을 끓여 줍니다.
된장을 넣고 끓이는 걸 보니 전라도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진도군 조도에서 된장만으로 끓인 생우럭탕의 구수한 맛이 아직도 입가에 남아 있는데...
이건 고추장과 된장 반반 씩 섞었다는 군요.
간이 큼직합니다. 집사람이 대가리와 부속물들을 내 접시로 옮겨 주는데
나를 위해서일까요? 사위나 애들이 먹을까봐 그럴까요?
하긴 제가 대가리 뼈 발라 먹는 걸 무척 좋아 합니다.
맛배기 고등어 회를 사서 밤중에 쏘주 한잔해야지요.
동문시장으로 갑니다.
고등어 갈치가 땟깔이 좋습니다.
머리, 몸통, 꼬리에 노란 색이 들어 있으면 옥돔이라지요?
자리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잡히는 모양입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첫날 마지막 날만 빼고 내일, 모래는 비가 온답니다.
이만한 노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요.
붉은 노을 아래 한치잡이 배가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숙소로 와서 시장에서 사온 맛배기 고등어 회를 풀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고등어회를 먹을 때 김에 밥도 싸서 먹는다는데
저는 고추냉이장에 식초를 조금 넣어 먹는 게 더 좋습니다.
고등어회, 파인애플, 오메기떡, 떡볶기와 떡볶기 국물을 찍어 먹는 군만두.
젊은 사람들은 고등어회에 손이 잘 가지 않으니 모두 내 차지입니다.
밖으로 나와 이렇게 늦은 밤 둘러 앉아 술 한잔하는 재미야말로 여행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지요.
꼬맹이가 흉내내는 내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제주의 첫밤은 깊어만 가고
밖에는 비 내리는 소리가 귀를 간질어 줍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쩝..맛깔 나느 여행
닥터리가 보여주는 음식을 보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데
술은 영 아니네, 소주+맥주 모두ㅉ
가끔 외도할 땐 눈도 감아주시구려,,,^^
생선이 진짜 물 좋아 보이네. 아 ~ 고등어회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