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입시에대해 질문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울예고 재학생이라셔서 질문드려요
저는 동네의 미술학원과 피아노레슨을 병행하다가
작년 5월에 엄마의 권유로 예고입시(미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딱 한달만에 그만두었습니다.
근데 엄마는 음악은 직업선택의 폭이 넓지 않고 정말 천재가 아니고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편
이라 제가 음악관련된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고 취미로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술을 그만둔 것에는 전혀 미련이 없었고 공부만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내신이 좀 좋은 편이라 미술학원 선생님께서도 그만두지 말라고 몇 차례 권유하셨지만
난 둘다 재능이 있지만 음악 해서 성공할껀데 하는 자만심으로 다시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올해 2월초에 갑자기 좋아하고 그럭저럭 하는 것보다는
잘할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노 선생님도 저에게 재능이 있다 말씀하셨지만
미술 분야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더 많거든요. 창의력이 뛰어나고 재주가 좋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일주일넘게 고민을 하다가 2월 말 작년에 다니던학원에 다시 등록을 했습니다.
예고입시를 시작했습니다.
기본도형도 건너뛰고 기본물체를 소묘와 수채화를 병행하며 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해온 결과 많이 따라잡긴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물맛이 좋고 그림의 스타일이 서울예고 스타일이라 하셨습니다.
(제 내신은 서울예고 기준으로 200점 /200점 입니다)
그런데 몇 달 전까지만해도 저는 제가 잘 하니까 당연히 서울예고에 갈 수 있겠지 하며
생각했고 간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달 전쯤부터 학원 아이들과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집중력도 흐려지고 그림이 느는 속도도 더뎌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울예고에 대한 망상?과 목적의식은 그에 반비례하여 더욱 높아졌고요.
몇 주 전 인터넷으로 서울예고의 수업내용과 미전에 전시되는 작품들을 보고서는
정말 간절해졌습니다.
그런데 몇일 전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고 학교를 내린다는 이야길 하셨습니다.
그림그리는 기술과 재주는 좋지만 완성을 하지 못한다는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완성을 못하면 합격할 수 없다는 건 저도 알고있죠..
저는 아직 기물도 많이 안해봤고 발상도 한두번 해봤습니다.
아직 자신이 없는 정물도 많고 인물은 두상으로 자료를 보고 한번, 자화상을 두번 해봤습니다.
전신은 해본적도 없습니다. 석고도요.
게다가 저는 3시간 30분에 기물이나 정물이 완성이 됩니다.
서울예고 시험을 보러 가려면 9가지과목을 열 번 시험 본다고 가정 하에 아홉번 정도는 세 시간
내에 완벽하게 완성을 해야되잖아요.
형태력은 뛰어나다고 하셨고 시험을 보면 거의 제가 제일 빨리 뜹니다.
보통 30분 정도로요.
그래서 선생님이 너는 타고났지만 시간이 부족하니깐
학교를 내려서 장학금을 노려봐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서울예고를 갈 수 없다는 것이 스스로 너무 한심하고 그간 좀더 노력할껄 하고 후회가 됩니다.
선생님이 그러면서 2주 뒤에 3시간짜리 시험을 봐서 완성을 하면
좀더 지켜보는 것이고 완성을 못하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학교를 내려라 하셨습니다.
근데 완성을 못해도 포기는 못할것같습니다. 요즘엔 떨어지거나 하면 검정고시를 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고있어요.
근데 그 3시간 시험이 제가 못해본 과목일 수도 있다 하셨습니다.
이제 9일 남았는데 제가 30분을 땡길 수 있을까요..
다른 과목은 자료를 집에 들고가서 스케치만 떠보는 것으로 연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3시간 시험을 정말 이 악물고 3시간동안 정말 딴생각 안하고 간절히 하면
완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자신이 없네요..
제가 과연 그 시험에서 완성을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들은 내신이 좋으면 형태만 맞고 완성만 하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근데 제가 손이 느려요. 아직 3시간 반...)
그리고 어떻게 하면 손이 빨라지나요?
(손만 빨라지는 것 말고 그에 따른 생각까지 정리해서 완성하도록 하는 것)
만약 그 시험에서 통과해도 제가 나머지 과목들을 잘 배울 수 있을까요?
작년 서울예고 시험은 쉬운 편이었는데 이번 해엔 어떨까요?...ㅎ
시간 내 완성하려면 너무 쪼개면 안되잖아요. 근데 제가 쪼개기만 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덩어리감이 약해요;; 이 버릇 어떡하나요?
글이 너무 길었죠.. 죄송해요^^;
일단 서울예고 시험은 90% 소묘 수채화 둘 중 하나는 3시간, 하나는 3시간 30분 이런 식으로 출제됩니다. 예비소집일날 정확한 시간이 나오는데요.
2달밖에 안 남고 했으니 냉정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너무 세심하게 해서 속도가 느린 사람은 있지만 '손 자체가 느려서' 완성을 못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솔직히 '손 느리다고 하는' 학생들의 90% 보면 그림에 100% 집중하지 않고 잡념을 머릿속에 담은채 그려서 완성을 못 하는거에요. 입학시험 당일 날에 시간이 모자르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그 증거죠.
음.. 저희 때 같은 경우는 원래 인체소묘 출제를 의도하고 소묘를 3시간으로 잡았었는데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하던 때라 전날 급히 바뀌어서 3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정물이 나와서 평소엔 잘 그려도 미완성인 애들은 다 떨어지고 그랬어요. 솔직히 합격한 애들 중에서도 제대로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애들은 10명 중 3명이라고 하더라구요. ^^;
지금 3시간 30분만에 완성하실 수 있다면 입시 때는 아마 2시간 30분 정도면 끝내실 수 있을 겁니다.(입시 때는 정말 말 그대로 초집중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고 그리면 안 됩니다. 안정된 성적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그릴 때 딴 생각 집어치우시고 그려야 합니다. 속도 계속 머릿속에 두면서 하면 9일만에 30분 땡기는 거 가능해요. 물론 님의 집중력에 따르겠지만요.. ^^;
그리고 3시간 동안에 정말 이 악물고 하면 완성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럼 반드시 그렇게 하세요. 앞으로 2달, 충분히 많이 늘 수 있는 기간이죠. 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미친듯이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고도 남습니다.
쪼개는 습관을 버리려면.. 부분적으로 그리신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머릿속에 '전체적으로' 라는 것을 박고 그리면 어느정도 고쳐집니다. 솔직히 거의다 정신력과 마음가짐에 따른거죠. 그릴 때 계속 전체적으로 그려야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리세요. 이것 땜에 고생하는 학생들 많이 봤습니다. 부분적으로 그리는 것이 계속 고쳐지지 않으면 그렇게 하나하나 완성하되, 이렇게 하려면 밸런스를 계속 신경써서 맞춰줘야하고 속도가 무지 빨라져야 합니다. 속도가 빠르면 문제될 것 없죠. 하지만 질문자분께서는 속도가 문제라고 하셨으니 이 방법보단 그냥 아예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그리시는 방법을 추천해드립니다.
그냥 제가 가장 해드리고 싶은 맘은 '지금부터라도 죽을 각오로 하세요.' 입니다. 가장 단순한 말이지만 가장 진리이기도 한 말입니다. 앞으로 정말 그릴 때 진정으로 몰입해서 그리면 그 효과를 아실 수 있을 거에요. 저 같은 사람들 조언글 100번 보는 것보다 남은 2달동안 죽을 각오로 그리고 몰입해서 하는 것이 효과가 훨씬 큽니다. 입시가 정신력 싸움이란 게 바로 이런거에요. 남은 2달동안 가장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인데요,,
두 학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평소에 실력이 좋았던 A 학생과 그저 그랬던 B 학생이 있었습니다. A학생은 내신산출 결과, 1등급이 나오고 B학생은 등급이 매우 나쁘게 나왔습니다. A 학생은 내신만으로 안심하고 설렁설렁 실기를 한 반면, B 학생은 등급 때문에 실기로 그 성적을 커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기를 죽을둥 살둥 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A 학생은 불합격, B 학생은 합격했습니다. (이건 제가 어떤 선생님께 들은 실화입니다. ^^;;)
그러니까 앞으로라도 정말 죽을둥살둥하면서 그림만 그리세요. 이 가장 간단한 한 마디가 바로 해답입니다. 그리고 학원선생님들은 뭐라고 해야 하나.. 입시미술을 오랫동안 가르쳐오셨으니 어떻게 하면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아실거에요. 그러니 평가 같은 거 할 때 주의깊게 잘 들으시구요..
그리고 합격하고 듣는 수업은 걱정하지 마세요. :) 실기는 학교에서만 해도 충분합니다. 굳이 따로 다닐 필요 없구요.
앞으로 2달 남았는데, 정말 열심히 하셔서 꼭 서울예고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 더 궁금하신 점 있으면 쪽지 주셔도 되구요. :)
+ 아 그리고 인체는 꼭!!!!!!!!!!!!!!!!!!!! 많이 해보셔야 합니다. 인체는 변별력 꽤나 크기 때문에.. :D 올해 인체 나올 가능성 꽤 크다고 봅니다. 발상과 표현은... 꼼수가 있어서 변별력이 좀 약하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입장입니다만(아마).. 그래도 만약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발상과표현도 꼭 해보시는게 중요합니다. 형태력 좋다고 하시니 기물 할 때는 유리할 수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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