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동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논의를 주로 기술 환경 변화에 국한시켜왔다. 그 결과 어떤 기계가 새로 발명되고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할지에 대해서면 논의해왔을 뿐,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상상은 활발하지 않았다.” “…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에, 이 변화 앞에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런 질문들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족의 새로운 모습, 넘쳐나는 정보와 표현으로 인한 갈등 양상, 기술과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오히려 심화되는 인간 소외 현상, 치유의 상업화와 융합종교의 탄생,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와 개개인에게까지 미칠 변화의 모습을 그려 보인다. 물론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개인이나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모습이 주를 이룸으로써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존 종교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는다.
◈ 《다음 인간》 || 저자 이나미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딴 후, 뉴욕 융연구원에서 분석심리학 과정을 공부하고 유니언신학대학원에서 종교심리학을 공부했다. 저서로는 《융, 호랑이를 탄 한국인과 놀다》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등이 있다. 시공사, 2014. 13,000원.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인공지능 시대, 인간을 묻다》 / 박일준 / 동연
《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아보니》 / 이나미 / 유노북스
앞으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해갈까?
▌좌담: 김길구, 김수성(경성대 초빙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더, 호세아, 요엘, 아모스, 요나, 미가, 나훔, 스바냐, 스가랴, 말라기 등의 예언서로 가득한 구약성경에서 요한의 예언서로 끝나는 신약성경에 이르기까지, 기독교의 핵심 정신은 하느님의 성스러운 계획이 어떻게 미래 세계에 실현되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언서는 결국 미래를 위해 어떻게 현실을 준비할 것이냐에 대한 가르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에필로그’ 239쪽에서]
‘잉여 인간’으로 자조하는 젊은 세대
김길구 올해 초에 《인공지능과 기독교 신앙》을 읽고서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세상의 변화, 사회적인 흐름을 언급했다면, 오늘 우리가 읽은 책은 이러한 변화가 개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전망한 것입니다. 특히 저자는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초하여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부정적인 면이 많이 나타날 것이란 것입니다.
김현호 첫 부분에서부터 젊은 층은 무감동, 무기력, 무관심에 젖어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정말 우울한 전망이죠. 몇 년 전에 한 취업사이트에서 20대들에게 ‘자신이 사회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낀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응답자 1744명의 67.1%, 특히 대학졸업생의 경우 70% 가까이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잉여 인간’으로 자조하고 있는 거죠.
김수성 이들이 이렇게 의욕을 상실한 가운데 생활하게 되면 자칫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이들(프리터족)이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구석방 폐인(히키코모리)’ 문제도 심각합니다.
김길구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갈수록 그런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한때 ‘고슴도치 신드롬’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최근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고슴도치 신드롬’이 심화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김현호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에서는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맛집’에 집중하거나, 최고급 디저트를 추구하는 경향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듯이 SNS에 부지런히 올리죠. 내적 충실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과학기술의 발달이 사회의 변화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개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그 전망이 부정적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사진은 영국의 ‘채널4’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휴먼스〉 시즌2 광고화면]
‘가짜 가족’, R세대 등장과 양극화 현상
김수성 또 하나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자발적 독신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혼이 아니라 ‘비혼(非婚)’이란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반혼(半婚) 커플’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같이 살아보고 혼인신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출산은 더욱 심각한 상태죠.
김길구 한마디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책임질 일은 하지 않고, 혼자서 ‘속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흐름이라 할 수 있겠죠. 이로 인해 기존의 가족 시스템이 붕괴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책에서 언급했듯 돈을 지급하고 계약을 맺는 ‘가짜 가족’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현호 제가 나가는 교회에서 독신자 셀을 맡고 있는데 갈수록 인원수가 늘어납니다. 그런데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얼핏 살펴보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취미나 공동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계는 가족공동체와는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연결고리라는 것입니다, 대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김수성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감정로봇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든 노인을 대상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간단한 심부름도 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농어촌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험가동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길구 앞으로 ‘R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을 로봇에 의존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2015년부터 영국의 ‘채널4’에서 방영하고 있는 〈휴먼스(Humans)〉라는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식사를 준비하는가 하면, 가벼운 말상대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김현호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부착한 팔이나 다리를 사람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두 팔을 모두 잃은 사람에게 부착한 인공 팔을 뇌에서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인공 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수성 문제는 이러한 모든 것이 돈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아무리 좋은 기계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림의 떡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 서비스에도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줄기세포 치료법 같은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예언자적 메시지를 선포할 때
김길구 어떤 학자는 앞으로 탈종교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 책에서는 융합종교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같은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체의 교리나 도덕성 등은 무시한 채 오로지 영성만을 추구하는 종교현상이 유행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성을 힐링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죠.
김현호 디모데후서 3장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 그러나 너는 배우고 확신한 일에 거하라.”
김수성 죽음에 관한 전망도 우리 교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수명이 갈수록 길어짐으로써 나타날 존엄사 부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앞으로 자살클럽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할 일을 잃고 자칫 잉여 인간, 무욕 인간으로 전락한다면, 삶이 덧없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럴수록 교회가 이들에게 희망과 함께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김수성 과학이 점점 신의 영역에까지 침범하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자본주의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가깝게는 우리 자녀들, 좀 더 멀리는 우리 손주들이 살아갈 세상이 이러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김현호 신구약 성경의 예언서가 단순히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미래가 오지 않도록 현실을 준비하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우리부터 그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길구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한창 젊었을 때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는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 교수(교회사)가 쓴 《다르게 다가서는 역사》(예영커뮤니케이션, 2018)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이 책은 부산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회사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