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추
-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출처> 손택수, 『창작과비평』, 2009년 봄호(통권 143호)
무덤가에 핀 꽃
지상과 지하 틈을 여며주는 단추
단추를 채우는 시간의 감질맛
단추를 풀어 훔쳐오고 싶은 시인의 시선이다
여물어 가는 시간에 예쁜 단추꽃을 채우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예쁜 단추꽃~
지상과 지하틈을 여며주는 단추 민들레~
새삼 민들레꽃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정말 시인의 표현은 다재다능한 것 같습니다.
단추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그분의 상상에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깊이가 있는 글을 언제나 쓸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회장님 시는 언제 나오나요? ㅎㅎ
노란 단추를 풀면 하얀 솜이 마구마구 생길텐데...ㅎ
방송대 3학년 희망단추 풀어서 행복으로 흩날리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
예쁜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