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영화제 가능성 있다” (3단)
젊은층 수요 확인…독립・예술 영화 저변 확대 필요
최근 춘천 명동 CGV에서는 강원문화재단 주관의 ‘2015 강원 영상문화 아카데미’가 열린 가운데, “까칠한” 영화평론가로 알려진 최광희 씨가 인문학적 관점을 통한 영화 보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강연을 마친 최씨를 만나 한국 영화산업의 현주소와 강원 지역 영상산업활성화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1부 강연이 끝이 났다. 강연 소감은.
=4주차 강의가 끝이 났는데 나는 만족한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태도라든가 열성, 이런 것들이 상당히 기대 이상이었다. 또 춘천지역에 잠재적인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료강의의 같은 경우 회를 거듭할수록 출석률이 저조해지는데 마지막까지 출석률이 50%가 넘었다. 강연에 참석한 연령층을 보면 20대의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기본적으로 영화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었지만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만한 기회가 없었고, 그러한 현실에서 이런 장이 마련되어 상당히 열성적으로 강의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강연을 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수도권의 경우 다양한 마니아층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예술영화 전문 영화관이 많아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보는 저변이 있다. 하지만 지방은 예술영화 전용관도 없고 그런 문화 인프라가 열악하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이 이런 영화강의를 들을만한 기회마저도 부족하다. 문화적인 부분들이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지역에서도 활성화 되어야 관객들의 문화적 수준이 고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 강연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이 강의는 일종의 관객 개발사업이다. 관객들의 교육 개발이 중요하다. 영화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단순히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영화관에 걸려있는 영화만 접하면서 ‘재미있다’, ‘없다’의 표현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관객들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낯선 화법의 영화들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관객들이 멀티플렉스가 차려준 밥상만 수동적으로 소비하게 되면 대기업계열의 영화사들이 만들어내는 자극적이고 뻔한 영화들만 계속해서 흥행이 되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세계 7위 수준으로 이른바 영화 선진국이다. 제일 문제는 한국의 영화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소비패턴이 너무 편향적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위주의 상업영화로 몰려 예술영화, 독립영화들의 저변이 너무 약해 완전히 양극화가 되어있다. 사실은 그런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의 문화적인 감수성이 더 발달될 수 있는데 산업구조 자체가 그 영화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그런 구조다. 춘천 명동 CGV만 해도 독립영화, 예술영화 상영을 안 한다. 그런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서울까지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데 그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만약 어떤 영화제라고 하는 그런 시공간을 통해서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이런 영화도 있구나’하고 문화적 융통성이 다양해질 것이다.
-부산, 전주국제영화제처럼 강원지역에서도 영화제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특화된 영화사업이라면 가능하다. 강릉에서는 이미 정동진 독립영화제를 오랫동안 하고 있고, 반응이 상당히 좋다. 7~8월에 야외상영위주로 진행하고 있어 관객들이 여름 휴가시즌에 휴가와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릉은 영동지역이라 영서지방까지는 접근도가 떨어진다. 영서지방인 춘천에서도 춘천만의 특색있는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본다.
-왜 춘천인가.
=춘천은 일단 수도권과 위치적으로 가깝다. 또 이미 춘천국제연극제 등 국제적으로도 문화적인 부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춘천에는 멀티플렉스도 있고, 강원문화재단도 있고, 시청자 미디어센터도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만 있다면 이곳에서도 충분히 특색있는 영상제, 영화제를 만들 수 있다. 또 강연을 통해서 이 지역 젊은층들의 니즈(수요)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호응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춘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일단 부산이나 전주영화제도 마찬가지로 기본 수요 50%는 그 지역 사람들이 충당을 해주고 그 나머지 50%는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한다. 관광으로 영화도 보고 그 지역의 특산물, 특유의 문화를 향유하고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제천에서는 제천음악영화제를 여는데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제천에서도 휴가시즌에 영화제를 열어서 그런 성과를 거뒀는데 서울과 접근도가 훨씬 가까운 춘천에서는 더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춘천이라고 하는 지역의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어떤 종류의 컨셉, 색깔이 있는, 춘천만이 할 수 있는 영상제, 영화제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지역 사람들이 갖는 춘천의 이미지는 ‘낭만’이다. 노래 ‘춘천가는 기차’도 있고, 호수도 있어 수도권 사람들은 춘천에 대한 로망이 있다.
-강원지역 단체들과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영화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이런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장르의 폭이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 상업영화도 물론 잘 되지만 비주류 영화들도 그 나름대로의 시장을 확보해 관객들과 계속 소통을 하고 있다. 그런 저변이 탄탄한 베이스가 된 상태에서 상업영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베이스가 굉장히 허약하다. 또 한국영화가 잘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점유율이 50, 60%된다고 해서 관객들의 문화적인 감수성이라든가 수준이 고양되었는가라고 질문을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세에 편성해 영화 쏠림현상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근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적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안목을 키워주고, 관람 패턴과 마인드를 바꿔주어야 한다. 이런 강연과 영화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관객들에게 다르고 낯설고 새로운 것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이게 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곧 문화이다. 항상 거기서 거기인 것만 쳇바퀴 돌 듯 소비하게 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협소해진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충분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춘천지역에 특히 젊은층에게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영화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져나가면서 춘천뿐만 아니라 강원도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
/ 유수인 기자
영화평론가 최광희씨가 00에서 국내 영화산업의 문제점과 춘천영화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