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호!
들깨, 다 심었다ㆍ
요즘은 생명들이 쑥쑥 자라는 시기라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농장가서
실컷 일하며 논다ㆍ
건우 두레 이사장님께서는 우중에도 새벽에 가서 옥수수 잎새를 땄다ㆍ
조합원들과 조반을 먹고 와서 이번에는 우리밭으로 직행했다ㆍ
'대학찰옥수수 씨앗에 문제가 있는 지
옥수수가 너무 많이 달린다던가,
조합원 절반만 왔는데, 누군 아프고
누군 큰일이 있다고' 두런두런 얘기 보따리를 푼다ㆍ
말이 없는 사람인데, 농장가는 길은 늘 수다쟁이가 된다.
그만큼 흙을 만지는 일이 즐겁다는 것이리라.
휙휙 지나가는 들녘에 벼가 튼실하게
자라 짙은 초록으로 가득차니 백로 한마리 날아와 부리로 먹이를 찾는다
이쯤에 하얀꽃이 가득했던 감자밭은 콩밭으로 바뀌어져 있다ㆍ
참 부지런한 밭주인이다ㆍ
어설픈 농부는 남의 논과 밭을 보며
감탄을 하며 공짜로 커닝을 하는 시간이 된다ㆍ
마음이 가랑잎처럼 가볍다ㆍ
지난주에 거지반 들깨를 심어서
빠진 곳을 심고, 농장가에도 두루두루
심고 올 예정이니 여유있게 일하면 되리라ㆍ
그러나 농장에 들어서면 할 일이 참 많다ㆍ호미를 부르고 낫을 부른다
일주일 내 비가 와서 휩쓸려 간 곳에
들깨를 심고, 고라니와 멧돼지가 싫어하는 들깨 냄새를 고려해서 밭가에 빙둘러 심었다ㆍ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들깻잎이며 익어가며 고소한 향을 내뿜는 들깨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동물들은 싫어하다니!
다행이다.
콩은 콩대로 고추는 고추대로 순을 날름날름 먹어버리는 고라니며, 과일나무 아래에
먹을꺼리가 있는지 작은 굴삭기로 파헤쳐 놓은 멧돼지의 횡포에 화가 나는데
들깨가 커 갈수록 두려워하다니 고마워서 꼭꼭 눌러 심으면서 속삭였다.
'너의 향을 온밭에 풍기라'고
휴 한숨 쉬고 간식을 먹고나니 고추밭, 야콘밭에 풀이 그새 쑥 자랐다ㆍ
잡초매트를 깔아도 아주 좁은 틈새만 있으면 엄청나게 자라나는 풀들이다ㆍ
명아주, 참비름, 환삼덩굴, 바랭이가 아주 질기고 대단한 풀들이다
뽑아서 거꾸로 모아 놔도 살아나는 놀라운 생명력이다ㆍ
뽑고 또 뽑고 감당이 안되어 낫으로 자른다ㆍ
농사의 반은 '풀을 잡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ㆍ
얄미우면서도 문득
'너희가 이로운 식물'로 판결 날 때까지
질기게 살려는 거니?' 물어본다 ㆍ
일주일 동안 더 굵어지고 과육이 풍성해진 자두도 따고 부추도 잘랐다
호박잎새를 더듬으며 호박도 찾고
고추도 따니 하루가 저문다ㆍ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라니처럼 농장에서 놀았다는 느낌이다ㆍ
집에 가는 길에 해장국 한그릇 사 먹고
들어가면 좋을텐데,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싶단다ㆍ새벽부터 움직였으니
오죽할까 싶어서 토닥토닥 집으로 ㆍ
된장국 바글바글 끓이고 밭에서 잘라온 참비름 데쳐 들기름 듬뿍 넣고
집간장, 고추장 넣어 조물조물 무쳐서
밥상을 차리니 '맛있네, 맛있어ㆍ'
하며 먹는다ㆍ
온몸을 써서 흙속에서 일하며 놀다
내가 기른 것들로 찬을 만들어 먹으니.
왕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ㆍ
저녁은 달고 맛있다ㆍ
내일 아침도 참비름 나물과 된장찌개
먹고 싶다며 우리는 눈이 게슴치레 해진다ㆍ잠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2024.7.6
자두 1킬로 1만원, 2킬로 2만원
콩보다 더 크고 실하게 자란 참비름을 낫으로 베내고 있는 그이. 저녁에 먹은 참비름 나물맛은 최고였다.
고추가 독이 올라 맛이 제대로 나기 시작했다.
다음 주쯤에는 빨간 고추가 보이겠지.
지난 주에 심은 들깨가 비가 그렇게 퍼부었는데도 똑바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맙다.
청양고추와 일반고추를 한봉지씩 따왔다.
이제 고추를 사먹지 않아도 되겠지!
작년에 먹던 호박씨를 심었더니 호박이 서너덩이나 자라서 윙크를 보낸다.
호박꽃이 함빡 웃는다.
일주일 동안 비가 내렸는데도 자두는 더 커졌고, 과즙은 가득했다.
참 맛있다.
우리가 자두를 좋아하는 까닭에 심은 세 그루는 이제는 거목이 되었다.
새콤달콤 자두..
먹고도 엑기스를 담아도
지인에게 주고도
남아서 팔았다.
1킬로에 10,000
세박스 팔았다.
첫댓글 수고하셨어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