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쥐 / 김별
개체 수가 증가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벼랑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집단 자살한다는 레밍 쥐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 쥐들이 즐겨 먹는 풀이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향기로운 독성을 내뿜어
독성에 중독된 쥐들은
엄청나게 왕성해진 식욕을 통제하지 못하고
바다건너 섬에 있는 풀을 먹기 위해
죽음조차 망각한 채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든다고
아! 곧 닥칠 죽음조차 망각해버린
무모하고 어리석은 욕심
아름다운 사람은
내 손을 잡고
가난보다 더 큰 슬픔은 그것이라며
힘내자고
힘내자고
눈물을 닦아주며
따듯이 꼬옥 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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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쥐(2) / 김별
지구상에는 약 3800종정도의 네발짐승이 사는데
그 중의 반가량이 쥐과다
쥐!
대단한 수적 우세에다 엄청난 번식력
건전한 노동이 아닌 도둑질로 먹고사는 못된 종자가
그렇게 많다니...
어쩌면 이 세상의 주인은 도둑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UN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 가는데
그 숫자가 점점 더 늘어 가는데
왜 기아와의 전쟁은 선포하지 않는가
불고기집 옆 헬스장에는
쥐처럼 불룩한 뱃살이나 빼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흘러넘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헉헉대는 이여
오늘 그대 먹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 시대
음식을 앞에 놓고 하는
사랑의 기도는 모두 위선이다.
그가 神을 말한다면 모독이다.
진실을 말한다면 죄악이다.
이 모두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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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쥐(3) / 김별
때가 되면 모두 떠나리
연어도 새들도
재를 덮은 순례자도
이생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혜성도
억 겁의 실타래로 맺은 인연도
기약할 수 없는 치매의 길을 다시 나서리
그대
엽전 한 닢만도 못한 삶을
불꽃같이 산 사람아
의형제를 묻던 술잔 속에
제국의 꿈을 묻어버린 사람아
바람 높은 곳
살풀이로도 못 다 푼 한을
솟대 끝에 걸어 놓고
영영 떠나버린 사람아
여기
아름다움을 탐하다가
눈을 다치고
별을 헤다가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다 써버린
어리석은 시인은 있어
벼랑 끝에
신발 한 짝 벗어 놓고
꽃잎같이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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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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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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