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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있어서 방법론은 대상을 해석하는 방법의 틀로 제시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방법론이든지 대상의 성격을 적절히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유용함을 지닐 수 있으나, 그것이 유일한 이론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구조주의 이론 역시 대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이며, 대체로 대상으로 삼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구조적으로 재단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구조주의 방법론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여, 대상을 그 가운데 하나로 전제해야만 유용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이분법적 구조로 이해되지 않는 문제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구조주의 방법론은 이론으로써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레비스트로스의 사상을 조명하면서, 그가 ‘인류 지성사에서 최초로 구조주의를 주장했다’고 강조한다. 구조주의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또는 이루어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항대대라는 모델로 접근하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현대의 지배적 사조’라고 정의된다. 특히 언어학과 인류학 분야에서 구조주의 방법론에 의한 상당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으며, 학문을 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주요한 방법론으로서 활용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을 이분법(이항대대)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주의가 지닌 한계는 명확하고 이제는 다양한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음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단지 구조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지 인류의 지성사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구조주의 방법론이 활용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구조주의 이론을 정립한 레비스트로스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며, 그의 이론이 지니고 있는 인식론과 방법론적 기반을 설명하는데 내용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론을 통해서 인류학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구조주의 역사관과 문명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이분법(이항대대)이 지닌 유요한 측면을 저자의 관점에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론이 ‘남성과 여성’ 혹은 ‘인간과 세계’를 차별적으로 인식하는데 절대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저자가 덧붙인 내용 가운데서도 구조주의 방법론이 지닌 약점을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구조주의 방법론은 인간 혹은 남성을 절대적인 위치에 놓고, 그밖에 여성과 자연은 이질적인 존재로서 차별당할 수밖에 없음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특히 레비스트로스의 문명관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덧붙인 저자의 해설이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여 매달려 왔듯이, 레비스트로스의 방법론은 분명 매력적인 탐구 대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구조주의는 세상을 해석하는 수많은 방법론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그 장점 못지않게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20세기의 지배적 사조로서 구조주의가 지닌 의의가 인정될 수 있지만, 과연 21세기에도 레비스트로스의 방법론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 자신할 수 없다고 하겠다. 더욱이 저자에 의해 이항대대라는 말로 치환되고 있지만, 이분법의 시각은 21세기의 복잡한 현실을 해석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론이 아님이 이미 수많은 논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조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접할 수 있었으며, 다만 레비스트로스의 방법론이 지닌 의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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