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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무렵 이 책의 번역자인 홍세화 선생의 순천 강연이 있었는데, 다른 일정과 겹쳐 현장에는 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면과 비대면으로 진행된 강연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행사를 주관한 지인으로부터 강연자와 저녁을 함께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8명까지 가능했던 저녁 자리에 함께 참여하여, 오랜만에 강연자인 홍세화 선생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그날 뒤풀이에서 직접 사인을 해서 나에게 주었던 책이 바로 자신이 번역한 이 책이며, 7년 동안 숲에서 지내면서 노루들과 함께 살아왔던 저자의 삶이 담겨있는 내용이었다.
마침 지난 주 중에 2박 3일 동안의 출장이 있어서 이 책을 챙겨갔고, 흥미로운 내용에 금방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텐트도 침낭도 없이 야생에서 보낸 7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우연히 들어선 숲에 매료되어 그곳에서 만난 동물들과 교감하면서 살기로 하였다. 결국 숲의 개발이라는 현실에 직면하여 7년 만에 숲을 벗어나 인간 사회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자연에서 노루를 비롯한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강압적으로 자신을 수영장에 밀어 넣는 수영강사에게 대항해 도망친 이후,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안에서 지내야만 했다. 우연히 저자의 방 근처에 둥지를 틀었던 새를 관찰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고, 사진도 찍으면서 자연과의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행위를 일컬어 ‘내면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자유에 대한 본능’이라고 지칭하며, 차츰 집 근처의 숲을 탐사하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저자의 ‘야생의 삶’은 숲에서의 활동 공간의 확대로 이어졌고, 여러 달을 집에는 잠깐씩 다녀오면서 ‘숲의 왕국에서 살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우연히 만난 수노루 다게를 만나면서, 저자의 관심은 노루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그들과의 교감을 이루게 되었다. 이후 다게를 비롯한 다양한 노루들과의 교감이 가능해지면서, 그들과 함께 하는 숲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루들처럼 먹고 생활하면서, 그들의 생태와 감정까지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다. 처음에는 거리를 두던 노루들이 가까이 다가와 호감을 표시하고, 더 많은 노루들과 교류를 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대한 인간 세계의 체취를 덜 남기기 위해서 가급적 옷도 갈아입지 않고, 추울 때는 잠시 성냥으로 불을 피워 지내기도 하는 등 저자의 7년 숲속 생활은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이었다고 하겠다.
자신의 영역을 중시하는 노루의 습성을 이해하고, 영역싸움에서 진 노루들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 떠나는 모습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노루들이 사랑하고 새로운 새끼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목도하는 등 저자는 스스로 ‘노루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것이라고 하겠다. 사냥이 허용된 겨울철 사냥꾼과 사냥개들에 쫒기는 노루들을 보호하고, 친구였던 노루가 사냥에 의해 희생되는 안타까운 순간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점차 숲의 개발이 진행되면서 노루들이 살 수 있는 역역이 축소되는 현실을 목도하고, 그동안 찍은 사진들과 자신의 경험을 세상에 나와 알리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7년 동안 야생에서 노루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고 느꼈던 내용을 기록한 이 책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 숲을 그대로 두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개발에 대한 이익이라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하여, 숲이 파괴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번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고자 한 이유도 저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번역한 이유를 ‘인간에 맞춰 자연과 동물을 길들여왔던 인간들에게 이제는 자연과 동물에 맞춰 스스로 길들이라는 메시지’에 있다고 강조한다. 번역자의 이러한 의도를 통해서, 인간 중심의 인식을 자연과의 공존으로 전화해야 하는 까닭을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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