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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문학 작품편’이라는 부제로 보아, 아마도 이 책은 ‘성과 문학’이라는 강의의 교재에 활용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라 이해된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라 할 수 있는 ‘성’의 문제를 소설과 시 등 문학 작품을 통해서 점검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엮은이들은 ‘문학이야말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텍스트’이기에, ‘문학 작품에서만큼 성 혹은 사랑이 다채롭고 구체적이며 생생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페미니즘 문학에서도 성이란 주제는 매우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엄연히 관습으로 존재하고 있는 성별에 따른 ‘성의 왜곡’이라는 현상을 문학 작품을 통해 들여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에는 문학 작품에서 성이라는 주제가 주로 ‘억압된 성’이나 ‘외설’의 코드로만 읽혀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러한 접근법 역시 일종의 편향된 시각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엮은이들은 ‘성과 문학’이라는 과목의 강의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이론적인 고찰을 시도하면서,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문학 작품을 통해서 그것이 형상화되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모두 17편이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시는 단 네 작품으로, 마광수의 ‘연가’와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그리고 하재봉의 ‘비디오 / 콤팩트 디스크’와 유하의 ‘콜라 속의 연꽃, 심혜진론’ 등이다. 나머지 13작품은 모두 소설이며, 마지막에 수록된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의 일부를 수록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 작가의 작품들이다.
또한 이혜경의 <길 위의 집>과 김형경의 <세월>은 작품 전문이 아닌, 이 주제와 관련된 내용 일부만을 수록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부분만을 수록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줄거리를 소개하고 있기에, 작품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하겠다. 나로서도 이미 읽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던 작품들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수록된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느꼈지만, 또한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차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컨대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뚜렷하게 구별되던 1970년대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형상과 1990년대 이후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진행되던 시기의 작품들에서 다뤄자는 ‘성’의 양상이 분명하게 구별된다고 여겨졌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된 지도 20년 정도 지났기에, 그 이후의 작품 경향도 분명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도 지금 시점에서 ‘성과 문학’이라는 과목의 대상 작품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또한 다시 재수록될 작품도 있지만,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로 대체되어야 할 것도 있다고 하겠다. 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변화하고 있기에, 그에 맞춰 작품을 추리는 것 또한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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