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로 사람들의 감정은 말이나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화가 났을 땐 표정이 굳어지면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고, 기분이 좋으면 미소를 짓고 부드러운 말투로 사람을 대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사람을 직접 마주하며 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기보다 웃는 얼굴과 좋은 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호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거나 거친 언사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감정을 제대로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아니라, 끝없이 감정을 소모해야만 하는 것을 일컬어 ‘감정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겹의 마음>이란 제목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 본 생각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붙인 ‘에필로그’에서 상대방에게 ‘맨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고백을 토로한다.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꽁꽁 감춰두고 사소한 일상만을 토로해야 하는 대화는 그저 무심할 뿐이다. 시인인 저자는 누군가에게 토로하지 못한 마음들을 글로 풀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이 여러 겹으로 이뤄졌음을 발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에 수록된 산문들은 그러한 <몇 겹의 마음>들을 하나씩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수록된 글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는 또 다른 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그리 길지 않고 때로는 시를 읽는 듯한 글들이 주는 느낌이 조금은 감성적인 기분으로 이끌기도 했다. 자신의 평소 생활을 돌아보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과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화자에 올리기도 한다. 컵라면과 라면은 끓이는 방식만이 아니라, ‘엄연히 온도가 다른 음식’이라는 표현에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평소에 라면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허기를 달래거나 어떤 상실감 앞에서 라면을 먹는 행위는 일종의 의식과도 같다’는 저자의 진술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저자의 글은 일상에서 느낀 바를 풀어내면서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서술할 뿐이다. 저자 개인의 감성적인 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것이 독자들과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