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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 2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저술된 이 책은 ‘예외적인 자녀를 키우는 데 따른 부모의 노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른바 ‘장애’ 혹은 ‘심각한 질병’으로 치부되는 증상을 지닌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과 지인들이 저자의 연구 대상이라고 하겠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결핍’ 혹은 ‘비정상’으로 여기는 주위의 시선이라고 한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이 비장애인들처럼 살아가기에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노력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겠다.
또한 혼자서는 일상적 생활조차도 쉽지 않은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는 부모들의 노력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관점도 문제라고 하겠다. 비록 장애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그들이 우리 사회에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의 관심과 복지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저자는 장애나 질병을 지닌 이들이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어도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녀를 키우는 노력과 역할은 온전히 부모들에게 떠맡겨지는 것이 현실이며, 그래서 그 부모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 한다.
모두 12가지의 주제로 구성된 목차에서, 저자는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름’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을 풀어놓고 있다. ‘열두 가지 사랑’이라는 부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저자는 평생 장애인들을 돌보며 사는 부모들의 자세를 ‘사랑’이라고 규정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 힘든 과정을 결코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1권에서는 모두 7개의 항목을 통해서 다양한 장애 혹은 질병을 지니고 있는 이들의 상황에 대해서 저자가 오랫동안 조사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아들’이라는 제목의 1장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장애를 지닌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을 조사하게 된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청각장애인들의 ‘농(聾)문화’를 조사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후로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장애 혹은 질병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인터뷰에 응했던 이들은 자식들에게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였던 부모들이 대부분이고,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소외된 채로 살아가는 이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물론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통해서 장애를 지니고 산다는 것이 어떤 상황인지를 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청각 장애’(2장)와 ‘소인증’(3장)과 더불어 ‘다운증후군’(4장)과 ‘자폐증’(5장)에 대한 조사와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부모와 당사자들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신분열증’(6장)과 복합적인 장애를 지닌 이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7장의 ‘장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에 관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 가운데 ’청각 장애‘나 ’소인증‘의 경우 당사자들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상황들은 당사자들보다 부모들의 입을 통해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장애인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나 복지 정책 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자녀의 교육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이뤄져야만 한다. 장애를 지녔다는 이유로 온전히 자식의 양육과 교육을 부모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되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제도들이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면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하겠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니고 있기에, 장애인들을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들도 차별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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