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고 따뜻한 말을 나눈다든가 일을 나눈다든가. 아니면 시간을 함께 나눈다든가. 함께 살고 있는 공동체와의 유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누는 기쁨이 없다면 사는 기쁨도 없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외떨어져 독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나누는 기쁨이 없다면 그건 사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다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쌓이면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서 내려온다.
그래서 내가 콩이나 빵부스러기 같은 먹을 걸 놓아 준다. 박새가 더러 오는데 박새한테는 좁쌀이 필요하니까 장에서 사다가 주고 있다. 고구마도 짐승들과 같이 먹는다. 나도 먹고 그 놈들도 먹는다. 밤에 잘 때는 이 아이들이 물 찾아 개울로 내려온다. 눈 쌓인 데 보면 개울가에 발자국이 있다. 토끼 발자국도 있고 노루 발자국도 있고 멧돼지 발자국도 있다. 물을 찾아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 해질녘에 도끼로 얼음을 깨고 물구멍을 만들어 둔다. 물구멍을 하나만 두면 그냥 얼어 버리기 때문에 숨구멍을 서너 군데 만들어 놓으면 공기가 통해 잘 얼지 않는다.
그것도 굳이 말하자면 내게는 나눠 갖는 큰 기쁨이다.
나눔이란 누군가에게 끝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