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수필(에세이) > 스케치북 펼치다 | 북랜드 (bookland.co.kr)
■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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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 평론 등 장르 불문하고 넘나들며 활발하게 문학 창작작업을 펼쳐온 크로스오버 작가 은종일((사)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선생의 에세이집 『스케치북 펼치다』가 <한국현대수필 100년 사파이어문고>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으로 발간되었다.
일찍부터 에세이에 매료되어 문학인으로 진정한 ‘에세이스트’가 되기를 꿈꾸었다는 작가가 여전히 샘 솟는 문학에의 사랑과 에너지로 창작한 에세이 작품 52편이 실렸다.
의 마음을 두드리는 특별한 “엣지”를 겸비한 작가의 이 작품집은 한층 더 “진화”한 수필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 저자 소개
소본 은종일
1945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橫須賀市) 출생, 대구 군위에서 성장,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경영학 석사)하였고, 한국전력공사 공채 입사하여 경북지사장을 역임하고 38년 근속 정년 퇴임하였다.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하였다.
《한국수필》 수필 등단(’05), 《창작에세이》 평론 등단(’15), 《문학시대》 시 등단(’17), 《문장》 문학평론 등단(’23)하였다. 수필집 『거리』 『재미와 의미 사이』 『춘화의 춘화』 『아린芽鱗』, 시집 『사소한 자각』 『허공 도장』, 평론집 『현대수필의 창작과 비평』에 이어 에세이집 『스케치북 펼치다』를 출간하였다.
(사)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 여백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달구벌수필문학회 회장, 대구문인협회 부회장과 감사, 군위문인협회 창립회장을 역임하였고,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박종화문학상, 대구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6년 9월부터 대구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과지성 창작아카데미 운영위원장, 원장으로 후진 양성에 몸담고 있다.
■ 목차
책을 내면서
1부 그냥
길을 보다 / 그 꽃, 구절초 / 스케치북 펼치다 / 공동 우승 / 그냥 / 무엇에나 / 비그이 비꽃 / 역리(逆理) / 외딴곳에서의 단상 / 인호(印號), 해방둥이
2부 신나는 춤을
유병득약(有病得藥) / 초역전(超逆轉) / 메시지 ‘1984’ / 벌새 효과 / 왜놈들이니까 / 차이를 차별하다 / 당근과 채찍을 넘어 / 신나는 춤을 / 역발상의 숲 / 아부 아첨의 방향 / 하계(下計)
3부 트로이 목마
플라톤의 ‘행복의 조건’ 음미 / 톨스토이 잠언(箴言) / 트로이 목마 / 함무라비의 외침 / 위대한 역리(逆理) / 죽음과 문학 / 공성전(攻城戰) 유감 / 카이사르의 명언 조명 / 공자를 통해서 보다 / 사랑의 헌시, 신곡
4부 살맛
결혼 인턴 / 살맛 / 장이야! 멍이야! / 문명의 충돌 / 민망한 전화위복 / 육신사(六臣祠)에서 / 베아트리체 첸치를 만나다 / 멀티플레이어 헐버트 / 동명이찰(同名異刹) 법주사(法住寺) / 화양구곡에서 화양연화를 보다
5부 삶의 완성
선비정신의 형상화, 세한도 / 영원한 ‘도대체’ /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관계를 읽는다 / 굴신(屈身) / 삶의 완성 / 과정(過程)의 가치 / 나팔꽃의 꿈 / 4연(然) / 퇴고(推敲) / 찰스 램과의 동행 / 수필, 문학을 짓는다
작가 문학 연보
■ 출판사 서평
「그냥」, 「신나는 춤을」, 「트로이 목마」, 「살맛」, 「삶의 완성」 등 5부로 나누어 실은 작품들은 편편이 잘 쓴 에세이문학의 모범이다. 일상, 주변, 세태에 무심하지 않고 대상과 존재를 새롭게 환기하여, 담백하게 때로는 묵직하게 써 내려간, 감동과 교훈을 주는 에세이 작품들로 “늦가을 서릿발에도 청아하고 꿋꿋하게 버티어 서서 향기를 내뿜는 「그 꽃 구절초」와 같은 은종일표 기품과 품격이 스며 있다. 만추에 든 원숙한 작가의 물 흐르는 듯 유려한 문체와 유연하고 균형 잡힌 철학이 지면마다 문학으로 완성했다.
시간을 넘어 지난날을 추억하는 작품들이 정겹고 친근하다. 표제작 「스케치북 펼치다」에 그려 넣은 그때 그 시절의 옛 고향 풍경이나 애옥살이 삶이 이제는 아련히 멀어져서 더 애틋하고 그립다. “잡초가 터를 넓히고 키를 키우는 마당에 서서 스케치북을 펼친다.” 군위 벽촌, 사십여 채 초가, 실개울, 늙은 감나무, 여름밤, 멍석, 모깃불, 소쩍새 울음소리, 어머니와 숙모 두 청상과부의 한 많은 가슴으로 들어오던 밤하늘 은하수, “머슴살이 이십 년, 죽은 죽어도 싫”었다는 종조부님의 굽은 세월, 첫사랑 순희(「공동 우승」) 등, 옛날을 돌아보는 작가의 살가운 눈이 참 ‘따시다’. 책에 실린 다른 작품에도 이런 작가의 따스한 눈길이 가닿아 있다.
“외길 인생의 끝머리인 노년은 오래된 미래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 길이다. 서툴고, 어리둥절하고, 두렵고, 불안하고, 시리고, 아리고, 그리움에 떤다는 어려운 길이다.”(「무엇에나」 중에서)
노년에 직면한 심사를 다룬 작품에는 페이소스와 달관과 함께 유머와 위트라는 따끈한 방책이 들어있다. ‘그냥’이라는 한마디, 그냥 좋고 정겹고 넉넉하고 부드럽고 긍정적인 여운을 풍기는 이 말처럼 세상을 바라보자(「그냥」)거나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노년은 “잊고 지내 온 나를 찾는 시간”(「외딴곳에서의 단상」)이며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열심히 살아온 노년에게 특별히 하사한 천혜의 선물이다.”(「무엇에나」)라고 한다. 또 “나이를 더할수록 잘난 사람보다 좋은 사람에게, 완벽한 사람보다 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어리숙한 사람에게 더 끌려든다. 왜일까. 필시 어리석어서 오히려 호감을 받는 관계의 역리 때문이리라.”(「역리」),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온전히 함께하였고, 함께하여야 할 해방둥이, 긍지와 자부심이 살아있는 ‘나는 대한민국’의 푸른 노년”(「인호(印號), 해방둥이」) 등 노년에 대하는 작가의 꼿꼿한 자세와 기상이 담긴 글이 독자에게 큰 위안을 준다.
전천후로 열린 사고, 세대를 아우르는 식견과 분명한 논리를 담은, 건전한 사유가 ‘노년’이라는 한계에 전혀 매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병이야말로 거꾸로 우리 몸을 지키는 ‘보호 장치’라는 것이고, 뒤에서는 병은 어려움을 넘어 성공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라잡이’라는 것”(「유병득약」), “기성세대는 신세대가 열어갈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숙명적 존재다. 살아갈 공부와 버거운 도전의 연속은 불문가지다.”(「초역전」)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발언들이 젊고 신선하다.
사회와 세계의 크고 작은 문제와 모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작품들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만큼 명쾌, 상쾌한 작가의 논리를 보여준다. 「메시지 ‘1984’」, 「벌새 효과」, 「왜놈들이라니까」. 「차이를 차별하다」, 「당근과 채찍을 넘어」, 「역발상의 숲」, 「아부 아첨의 방향」, 「하계」, 「함무라비의 외침」, 「공성전(攻城戰) 유감」, 「공자를 통해서 보다」, 「문명의 충돌」, 「선비정신의 형상화」, 「세한도」, 「과정의 가치」 등 다수의 작품이 그러하다. 찬찬히 일독하다 보면 더 나은 우리 세상을 위한 향한 작가의 박식, 합리적인 견해가 조화로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기원전 5세기로부터 지금에 이르는 이천오백 년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나 가르침이 지금까지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오늘날 패권주의, 금전 만능주의, 파벌주의, 개인주의, 쾌락주의, 미모 지상주의, 학벌 지상주의 등등 동굴 속의 사슬에 묶여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그림자 세계가 진리의 세계라는 동굴 밖 햇빛 아래서 하나하나 모두 허물어지지 않고서는‘동굴의 죽음’이 끊이지 않으리라는 것이 역사적 거증이다. ‘동굴의 죽음’이 없는 세계가 플라톤이 말하는 참된 세계이다. 그러함에도 역사 안에서 ‘동굴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동굴 속의 사슬은 영원한 ‘도대체’인가 보다.”(「영원한 ‘도대체’」 중에서)
작가는 “행복은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며,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이다. 바로 대박이 아니라 마일리지라고”(「플라톤의 ‘행복의 조건’ 음미」) 말한다. 참으로 맞는 말씀이다. 또, 톨스토이의 인생과 그가 남긴 잠언을 통해 인생의 의미는 사랑이라는 것(「톨스토이 잠언」)을, “두 눈으로 보는 인간들의 보는 행위가 오히려 분별력과 판단력을 흐린다는 은유를 담은 것이라는 데에 ‘트로이 목마’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트로이 목마」)라는 구절로 심안에 눈 뜨기를, 경쟁적 예술혼을 불태우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화가들의 치열한 삶(「위대한 역리」)에 찬사를, 죽음과 같은 고난의 나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작가들이 마침내 창조해낸 위대한 문학(「죽음과 문학」)을 찬미하고, 『신곡』에 담긴 영원한 사랑의 의미(「사랑의 헌시, 신곡」)와 같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치열한 자세와 마음가짐에 생생히 이야기한다. 풍부한 비유와 인용으로 유익한 스토리를 읽는 재미와 함께 깊은 교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가 믿고 있는 ‘사랑은 즐거운 감정’이라는 그릇된 인식은, 사랑의 문제를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라는 능동태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또는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질 수 있는가?’라는 수동태의 문제로 여기는 데에 있다.”(「결혼 인턴」 중에서)
『스케치북 펼치다』에서 우러나오는 작가의 목소리에는 “믿고, 희망하고, 실천하는” 능동적인 삶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살맛 나는 세상은 불안의 극복 쪽보다 상호 인정을 무한히 만들어 내는 포지티브섬게임이 긍정적인 해답”(「살맛」)이라거나 “밝고 부드러운 미소,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관계로의 투자가 관계의 미학을 실천하고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관계의 전제이리라.”(「<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관계를 읽는다」), “바람직한 인생은 변칙이나 사술이 아니라 노력의 대가가 결실로 이어져 나의 행복이 이웃 행복으로 커가는 존재의 삶”(「과정의 가치」), “나팔같이 생겨 나팔수가 된 나팔꽃, 필시 나팔 불 의욕을 충전하는 중이리라. 나팔꽃 겨울나기, 형벌이라 할 수 없는 환희의 영어다. 온전한 꿈의 수태다.”(「나팔꽃의 꿈」) 등, 우리 각자 자신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산다면, 궁극에는 “나의 삶이 타인의 삶과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내고, 자연과 역사에 보탬이 되고, 그로 인하여 기쁨과 행복을 누릴 때에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는 곧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요, 죽음에 부여하는 가치는 결국 삶에 부여하는 가치라는 역설이 성립된다.”(「삶의 완성」)라는 심오한 생사관에 도달하여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문학에 몸을 묻는다’라는 문생문사(文生文死)의 다짐”에 걸맞은 책, 은종일 작가의 격조 있고 수준 높은 에세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스케치북 펼치다』, 진정 독서하는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소본 은종일 원장님, 에세이스트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문학청년이신 원장님의 행보에 부러움과 기쁨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