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산이 어느덧 초록이다.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불타는 청춘을 보듯 가슴이 설레인다.
만덕전 청소를 힘겹게 하고 설법전으로 올라갔다.
스님이 스페인에 걸으러 가셔서 5월 첫 째 주 법문을 오늘 하시게 되었다.
스님은 스페인에서 발을 다쳐서 의자에 앉아서 법문을 하셨다.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서 분리 될 수 없습니다.
몸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 되고 몸을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중도가 필요하지요.
몸을 잘 다스리면 마음도 잘 다스려집니다. 몸을 아끼느라 보약을 먹는 것은 방향이 잘못된 것일 수가 많습니다.
몸을 아끼고 위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계발해야합니다.
저 자신도 몸이 변하는 것을 시시때때로 느낍니다. 예전에는 답사 4 ~5일을 강행군을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마음이 몸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서로 조응되도록 지혜롭게 살아야합니다.
지난 주 10여 일 동안 스페인 남부지방인 안달루시아에 다녀왔습니다. 직항로가 없기에 파리를 거쳐 갔는데 하루 반 이상이 걸렸습니다. 안달루시아주 중심 도시가 말라가입니다. 말라가의 산중턱에 있는 ‘그라살레마’라는 작은 마을을 거점으로 정해서 1주일 정도를 걸었습니다. 제가 걷던 길은 옛 상인들이 걷던 길입니다. 옛날 길은 남겨두고 자동차길을 새로 만들었기에 걸을 수 있는 길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옛길을 없애고 새길을 내고 있습니다. 요즘 걷기가 인기가 있으니 다시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하면서 새길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직지모티길은 대부분이 포장된 길이어서 김천시에 건의해서 바꾸어야합니다.
걷기와 포장길은 상극입니다.
스페인에서 걸을 때 청보리밭 사이 ‘아마폴라’라는 아름다운 꽃을 만났습니다. 우리나라 백두산에 자생한다는 두메양귀비와 비슷합니다. 선명한 붉은색의 꽃으로 햇빛을 받으면 꽃잎이 투명해집니다. 스페인에는 자연공원이 많은데 허가증을 발급해서 걷도록 하고 있습니다. 걷기 이틀째 방심하다가 발을 접질리고 말았습니다. 원래의 일정에서 걷기 일정이 단축되었습니다. 말라가에서 그라살레마로 가는 도중에 ‘론다’라는 도시가 있는데 투우 발생 도시입니다. 5km정도의 숲길을 걷기도 하고, 강을 따라 걷기도 했습니다.
법회 나오는 것을 신행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법회 나오는 것은 양념입니다.
자신의 신앙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신앙의 하위 개념, 초기개념입니다.
자기 나름대로 스스로 실천하는 신행생활을 해야 합니다. 누구도 신행생활이 같을 수 없습니다.
자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계발해야 합니다.”
권오웅선생님이 스님께 질문했다.
“스님 정도의 법랍이 되시면 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힘을 써셔야하지 않습니까?”
“몇 번을 이야기해도 잘 되지 않아요, 차라리 무력감을 느낍니다. 직지사 절에 들어와서 산 이래로 중장비 소리가 그칠 날이 없습니다. 절을 아란야, 즉 적정처라고 하지만 고요할 날이 없습니다. 지금도 대웅전에서 비로전까지 축대를 다시 높다랗게 쌓고 있어요, 자연스런 축대를 허물고 인공으로 높이 쌓으면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니 반드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방도 원래는 집터가 아닙니다. 산자락을 파내서 축대를 높이 올리니 여름철에는 습기가 올라와서 벽지에 곰팡이가 습니다. 박물관 유물도 처음 제가 박물관을 맡았을 때가 유물이 600점인데 지금은 3,000여점으로 늘었어요, 수장고가 꼭 필요합니다. 정부지원금으로 수장고를 지금의 박물관 뒤 쪽 숲을 허물고 지으려는 것을 제가 반대해서 무산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제가 이런저런 일에 관여해서 그나마 직지사의 모습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법정스님이 송광사에서 대중생활을 하시다가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불일암으로 올라가셨다고 한다.
아마 우리 스님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스님이 힘들게 직지사를 지켜내신다니 직지사에 오래 계실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리는 얼마나 더 가져야 만족할 수 있을까?
첫댓글 스님이 계셔서 그나마가 되니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의 중도가 필요하다는 가르침과, 법회 참여를 자기 신앙을 확인하는 기초, 하위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을 되새기고 온 자리였습니다!~역사물을 정리하는데만 골몰하느라, 지난 10여 개월 정말이지 거의 숨쉬기만 했습니다!~두문불출 컴 앞에만 앉아 있었으며, 몸을 내버려두었다가 병을 앓곤 했습니다. 신앙심에도 한없이 느슨해져, 그저 내가 하는 공부가 '내가 할 수 있는 생활의 기도요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습니다. 하여 오늘은 큰맘먹고 산책을 하며, 저의 안일함과 지나침을 한탄하고, 몸에 미안해하고, 5월의 산들바람에,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귀하신 스님!~늘 편안하세요!~ㅎ
우짜 이리도 바쁜지... 법문 들으면서 쉬다가 갑니다.
스님 말씀을 오해하여 법회참여를 가볍게 여길까봐 걱정됩니다.부처님 도량에 자주 들르는 일 자체가 중생의
업을 줄이고 불지혜를 훈습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열열한 법회참여 부탁 드림니다.
유불선은 모두 몸과 마음을 함께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동양학인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유불선을 모두 공부해보겠다는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말이 쉬워 유불선이지 하나만 제대로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지만 그래도 지금은 젊으니 욕심을 좀 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