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숙녀(窈窕淑女)의 숨은 의미
오늘 아침 카톡으로 요조숙녀(窈窕淑女)에 관한 메시지를 받았다. 읽어보니 그 의미가 조금 왜곡된 생각이 들어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요조숙녀(窈窕淑女)의 사전적 의미는 정숙하고 얌전한 여자다. 반대의 뜻을 가진 말은 노류장화(路柳牆花)다. 아무라도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논어 팔일편(八佾篇) 20장에 보면 子曰(자왈) 關雎(관저)는 樂而不淫(낙이불음)하고 愛而不傷(애이불상)이니라.
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詩經(시경) 關雎(관저)는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和(화)를 해치지 않는다.”
關雎는 周南國風이니 詩之首篇也라 : 관저는 주남의 국풍이니 시경의 머리 편이다.
淫者는 樂之過而失其正者也요. : 음이라는 것은 즐거움이 지나쳐서 그 정도를 잃는 것이다.
傷者는 哀之過而害於和者也라. : 상이라는 것은 슬픔이 지나쳐서 화기(和氣)를 헤지는 것이다
關雎之詩는 言 后妃之德 宜配君子니 求之未得이면 則不能無 寤寐反側 之憂하고 求而得之면 則宜其 有 琴瑟鐘鼓之樂이니 蓋 其憂雖深이나 而不害於 和하고 其樂雖盛이나 而不失其正이라 故 夫子稱之如此하시니 欲 學者 玩 其辭하고 審 其音하여 而有以識 其 性情之正也라.
: 관저의 시는 후비(太似: 주 문왕의 부인)의 덕이 군자(君子: 文王)의 배필이 되기에 적합하였으니 배필을 찼아 보았으나 얻지 못하게 되면 오매불망 전전반측(寤寐不忘 輾轉反側 : 자나 깨나 잊지 못하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의 근심이 없을 수 없고, 알맞은 짝을 찾아서 얻게 되면 금슬지우 종고락지(琴瑟之友 鐘鼓樂之 : 금슬과 종고가 연주되는 즐거움)가 있기에 합당하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 근심은 비록 깊어도 화기(和氣)를 헤치지 않고, 그 즐거움이 비록 성대할지라도 정도(正道)를 잃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관저(關雎)를 칭송하기를 이와 같이 하였으니 배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가사(歌辭)를 완미 하고 음악의 곡조를 살펴보아서 그의 성정이 올바른 것을 알 수 있게 하고자 한 것이다.
이 글에 언급한 ‘關雎(관저)’는 시경에 나오는 시(詩)다. 그 원문은 아래와 같다.
窈窕淑女(요조숙녀) : (窈: 고상할 요, 窕 : 정숙할 조, 淑 : 맑을 숙, 女 : 계집녀)
關關雎鳩(관관저구) : 노래하는 한 쌍의 물수리
在河之州(재하지주) : 황하의 물가에 노는구나.
窈窕淑女(요조숙녀) : 얌전한 조용한 아가씨는
君子好逑(군자호구) : 더 높은 군자의 짝이로다.
參差荇菜(참치행채) : 올망졸망 마름 풀들을
左右流之(좌우류지) : 이리저리 찾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품위 있고 얌전한 아가씨를
寤寐求之(오매구지) : 자나 깨나 생각하네.
求之不得(구지부득) : 생각해도 얻지 못하니
寤寐思服(오매사복) : 자나 깨나 또 생각하네.
悠哉悠哉(유재유재) :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輾轉反側(전전반측) :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네.
參差荇菜(참치행채) : 올망졸망 마름 풀을
左右採之(좌우채지) : 이리저리 뜯으며
窈窕淑女(요조숙녀) : 얌전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琴瑟友之(금술우지) : 금슬 좋게 사귀네.
參差荇菜(참치행채) : 올망졸망 마른풀을
左右芼之(좌우모지) : 이리저리 가려내고
窈窕淑女(요조숙녀) : 얌전하고 아리따운 아가씨와
鐘鼓樂之(종고락지) : 풍악을 울리며 즐기네.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이상적인 여인상은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을 일컬어 현모양처(賢母良妻)라고 말을 하지 요조숙녀(窈窕淑女)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현모양처와 요조숙녀에는 개념의 차이가 있다,
현모양처에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개념이 내포되어 있어 변혁을 주도하는 뜻이 강한 반면에 요조숙녀에는 행실이 조용하고 정숙하게 처신하는 수동적인 여인상의 개념이 농후해 보인다.
그러면 과연 오늘날을 살아가는데 지표로 삼을 만한 이상적인 여인상은 어떤 상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가 복잡다단해져 각 개인마다 처한 형편이 다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