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먼저 웃어야 아이도 따라 웃습니다
- 걱정해주는 부모보다 멋있는 부모 되기
어느 수녀원에 원장 수녀가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첫날밤, 잠을 자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징지기 징징 징지기 징징……,”
소음 때문에 밤잠을 설친 원장 수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다른 수녀들에게 물었습니다.
“아 피곤해. 간밤에 하도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잠을 못 잤네 그게 뭔 소리인가요?”
그 물음에 수녀들은 딱히 대답 없이 그저 피식피식 웃기만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모든 수녀들이 한 수녀를 은근히 따돌리는 눈치였습니다. 수녀는 말수도 적고 몸가짐도 얌전하고 아주 참해 보였기에 원장 수녀는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수녀들을 불러 모아놓고 한마디 했지요.
“사이좋게 잘 지내야지 왕따나 시키고 사람들이 왜 그래요?”
그러자 고참 수녀가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원장 수녀님이 겪어보시면 압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저녁, 원장 수녀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참한 수녀가 어두운 얼굴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지요.
“원장 수녀님, 저희 집에는 늙은 부모님만 계셔요. 너무 걱정돼서 밤에 잠을 못 자겠어요.”
참한 수녀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고, 원장 수녀도 같이 울다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지. 옷 벗고 나가서 부모님 모시가 잘 사세요.”
그 길로 참한 수녀는 수녀원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원장 수녀는 한밤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참한 수녀였습니다.
“이 밤중에 웬일인가요?”
“수녀원이 너무 걱정되어서요. 흑흑.”
참한 수녀는 전화통을 붙들고 울어대고, 원장 수녀는 짜증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참한 수녀가 전화를 끊기만 기다렸습니다.
이튿날 원장수녀는 고참 수녀를 불러 참한 수녀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물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밤중에 왜 징지기 징징 소리가 안 들리는지도 물었습니다.
“원장 수녀님, 밤마다 들렸던 그 소리는 사실 참한 수녀가 밤마다 징징거리고 울던 소리랍니다. 박자까지 맞춰 징지기 징징 징지기 징징 하고 울었지요. 전에 계시던 원장 수녀님은 아예 포기하고 사셨어요. 밖에 나가서도 징징댄다니 안 됐지만, 요즈음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다들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근심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우는 소리고 듣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한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가족에 대한 지나친 근심,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근심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근심은 늪과 같아서 근심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듭니다. 우선 지나친 근심은 마음의 기능을 마비시켜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어서 늘 엉뚱한 소리만 하고 다니지요. 세상 걱정을 혼자 짊어지고 다니니 얼굴은 찌그러진 양재기상이요, 걱정이 지쳐서 성격도 남들보다 예민합니다. 그래서 근심하는 것과는 달리 일이 꼬이고 안 풀립니다. 근심하는 동안에는 건강도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생각, 불길하고 재수 없는 생각은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합니다. 그래서 몸의 면역기능이 약해져 병에 걸리기도 쉽지요.
이렇게 본인의 삶이 망가져 가는데도 여전히 다른 사람을 걱정합니다. “너나 잘 사세요.” 하고 이야기를 해주어도 여전히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참으로 답답한 인생이지요. 남의 걱정을 입에 달고 사는 가람들, 특히 자녀들 걱정을 무슨 액세서리처럼 매달고 다니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과연 아이들이 그런 엄마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할까요? 아이들은 자신을 걱정해주기보다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부모가 되어주기를 더 바랍니다. 주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멋있는 부모가 되에 있을 때 아이들은 뿌듯한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니 부모, 특히 어머니들은 아이 걱정을 한답시고 자기 관리를 게을리 하면 아이가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맙니다. 아이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무기력함을 숨기기 위한 방어기제이고 도피책일 뿐입니다. 계속 그런 태도로 살다보면 아이가 지겨워하는 부모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알아온 자매가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더니 중학교 때는 성적 걱정, 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 못 갈까봐, 대학에 들어가서는 취직 못 할까봐, 직장에 들어갔더니 장가 못 갈까봐 걱정하며 살았답니다. 그래서 자매의 아들에게 말했지요.
“어머니가 자네 걱정 때문에 얼굴에 수심이 가실 날이 없다네, 어머니한테 걱정 좀 끼치지 말게나.”
청년은 누가 들을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나지막이 말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한테 절대 말씀하지 마세요. 사실 요즘 엄마 때문에 미치겠어요. 엄마가 자기 인생이나 찾았으면 좋겠는데 결혼하고 나서가지 자꾸 간섭을 해요. 그래서 아내와도 만날 싸우고, 돌아버리겠어요. 즐겁다가도 엄마 얼굴만 보면 우울해져요.”
자녀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할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녀 사랑법입니다. 나이 들어 친구도 없이 자녀에게 기대는 것은 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녀 걱정 그만하고, 친구도 만나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면서 인생을 즐기세요. 안 그러면 나이 들어 자식들이 챙기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며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