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그 영혼의 감응(感應)
- 작곡가 이건우, 불멸의 초상(肖像) 앞에서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사) k 정나눔 이사장)
50년 남짓 사제 간의 소중한 인연의 맞물림으로
생명의 파도 응시하다 펼친「이건우 소원 프로젝트」
존재의 꽃 피워준 ‘불멸의 초상(肖像)’은
응어리진 통한도 말끔 씻겨낸 민족혼의 실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저토록 겨레의 정한(情恨)은 운명적 대응에 맞물려
꽃은 비에 젖어도 향기 젖지 않는 까닭 모를
따뜻한 감성은 민족의 징표로 변주(變奏)된다.
비록 꽃비에 젖어 빛나는 여린 목숨일지라도
기미 만세가 울분으로 터져 울린 1919년!
강원도 삼척군 원덕면 호산리에 탯줄 묻은 뒤
동해의 푸른 파도를 심장에 품고 성장한 유년기,
고향과 멀리 떨어진 춘천고에서 음악가의 꿈을 키워
도일(渡日)해서 검증받은 천재적 재능은 못내 경이롭다.
조국광복 직후, 세계적 아티스트인 백남준과
그 소중한 사제 간 인연의 끈질긴 매듭으로
‘한국음악의 르네상스가’라는 호명(呼名) 경이롭다.
그렇다. 천재성의 김순남과 문정옥과의 그 운명적 만남,
아, 놀라워라. 조국광복을 삶의 분기점으로
민족을 위한 창작 음악에 전념한 예술의 투혼,
저토록 따뜻한 감성(感性)과 빛나는 예술혼으로
삶의 잠언(箴言)과 운명적 만남은 눈부신 자존감이다.
비록 민족의 아픈 상처 ‘영혼의 예술’로 승화하려고
“봄이 왔네. 봄이 왔네./무궁화 강산에 봄이 왔네”를
봄날의 몽환(夢幻)처럼「여명의 노래」에 들뜬 음조는
피 뜨거운 젊은 날의 한껏 멋스러움일까?
개념도 불투명한 이념문제로 분단된 조국의 현상 앞에서
겸허한 몸짓으로 그 비움의 충만감(充滿感)은
저토록 남쪽에 남겨둔 두 자녀에 대한 비장감(悲壯感)에
임종을 앞둔 1997년에 눈부신「동백꽃」 피워냄은
천년 종소리로 울어줄 날(刃) 푸른 바람의 선율이다.
그 또렷한 자연 친화적인 생명의 화소(話素)와
깊은 좌절도 맑은 음조의 탄주(彈奏)로
꽃비에 젖어 빛나는 여린 목숨 하나도
육체와의 나뉨으로 인한 실존적 허무도
담백한 관조적 서정과 존재의 꽃 피워
어둠 말끔 씻겨낸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다.
암울한 절망감과 시대의 통한(痛恨) 속에서도
그 자신 ‘민족을 위한 참다운 음악’에 목숨을 걸고
피 멍든 손으로 영혼의 닻줄 움켜잡음은 눈물겨워라.
날(刃) 푸른 집념으로 ‘새로운 아침’ 끝내 소망하며
아흐, 천상의 층계 오르는 발걸음 가벼운 단주(斷奏)다.
* 약력 : 강릉출신, 「華虹詩壇」(1966년) 발행인, 「시문학」출신, 한국시문학 학회 및 김동명학회 회장, 관동대학교 대학원장(총장 대행) 역임, 현재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한국현대비평학회, 한국기독교문인협회, 아태문협 고문, 월간 『선으로 가는 길』편집 고문, 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 월간『모던포엠』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