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는데도 겨울처럼 살면 철모르는 놈이라 할테고
반대로 겨울이 왔는데도 여름을 고집한다면 얼어 죽거나 고사하기 십상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스스로 자족하며 활동을 줄여 나가야 할 시기건만
젊은 시절의 객기를 아직도 그대로 부리려 한다면 이는 분수를 모르는 짓이 될 것이다
금년부터 산악회 활동도 멈추고 대외적인 모임의 참석은 될수록 자제하려 마음 먹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집에만 틀어 박혀 있기에는 아직 몸과 마음이 조바심을 내는 터라
가끔은 혼라, 혼트, 혼산을 즐기며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 한다
고니들의 이동에 자극을 받았나
계획도 없이 자전거를 끌고 나와 벌판길을 달리며 가슴을 열어젖히고
큰 심호흡으로 깊이 껴안아 보는 정겨운 풍경들이다
얽키고 설킨 팽나무 가지처럼 많은 인연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온 세월!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으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청금 마을 앞의 오봉제에서 날아 온 고니들이 원신흥 마을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얼음이 풀린 구양교를 지나는데 모래톱에 앉은 오리떼와 가마우지들이 발길을 잡는다
추사 고택을 들렸다 오는 길에 다시 원신흥 마을 앞을 지나려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고니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하얀 무리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일부는 자기들끼리 만의 무리를 이루어 외딴곳을 찾아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주는 개불알꽃
"반갑다 봄까치야! 봄이 머지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