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초 이후에 풀코스 마라톤 우승소식은 없었습니다.
아킬레스 건 상태가 상상이상으로 나빠져서, 걷는것 조차 힘겨운 시간속에 살아 왔습니다.
건강한 근육속에서 강한 훈련을 이어갈 여력이 생기고, 그 리듬속에서 몸은 좋았을때의 기억을 찾아갑니다.
아킬레스 건 부상이 생기고, 여러가지 치료를 병행했지만,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못했고, 조금 좋아지면,
대회를 뛰고, 훈련을 하면서, 부상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작년 하반기에는 훈련도, 대회도, 완전히 멈춰서야 했습니다.
라너가 달리지 못하는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입니다.
이때, 우울증도 찾아올 만큼, 달리지 못하는 고통은 세상 그 어떤것과 비견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생각이 엄습하니, 삶의재미 또한 반감되었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더 웃기는것은 다리가 그렇게 아프면서도, 모든 대회를 신청하게 되고, 대회는 포기하게 됩니다.
신발도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20족을 추가로 사게 됩니다.
저 신발 신으면 발이 괜찮을거야. 아니야, 저 신발이 더 좋을 것 같다....
레이스 화를 신지 못하고, 쿠션화만 찾아 신고 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회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덜 아프고 달릴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 했습니다.
기적처럼, 부상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서울 국제마라톤은 예전에 제가 지도했던, 안산에 박진길님 페이싱을 하였고, 서브3를 딜성하였습니다.
그리고, 건국에이스의 숙원이자, 저의 아픈손가락인 하금순님도 서울대회에서 서브3를 이뤄 냅니다.
이제 할일을 다 했다고 봅니다.
서울생활 너무 오래했는지, 요즘은 자꾸 지방으로 내려가려고하는 마음이 저를 잡아 당깁니다.
동아대회 일주일 후에 장흥대회가 있는데, 대회참가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장흥이 서울에서 너무 먼 곳이고, 셔틀버스도 운행되지 않고, 고속열차도 다니지 않는 곳이라서,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안산에서 장흥대회 가신다는분이 계시어, 덜렁 신청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동마 이후라,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대회의 최대 적 이였습니다.
목요일 부터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염증에 알콜이 가장 나쁘다고 하는데, 사람관계에서 술이 빠지지 않으니, 절제를 하는게 참 어려운 일 이였습니다.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안산으로 이동하여, 동료와 차를 타고 장흥으로 갑니다.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어서, 차가 흔들릴 정도로 붑니다.
때 아닌, 3월말 함박눈이 내려서, 산행하시는분은 상고대를 보는 행운까지 누렸다고 하더군요.
장흥에 도착하니, 바람에 날려갈듯 세찬 바람에 관광은 상상도 못했고, 가까운 거리도 차량으로 이동했습니다.
대회장 가장 가까운 모텔에 숙소를 정했고, 때 마침, 이봉주 선배님도 같은 모텔에 투숙했습니다.
다른분은 술한잔 하며, 즐기는 분위기지만, 저는 풀코스라서 술의 유혹은 결사적으로 피해야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10km대회는 소맥 3~4잔을 마시면, 기록이 좋더군요.
작년 도체전도 그렇게 마시고 기록이 엘리트 전체 1등과 트렉입구까지 보면서 골인 하였습니다.
이 처럼 단축코스는 술을 마시면 기록이 더 잘 나오지만, 풀코스는 술을 마셨다고하면, 대회를 포기해야 합니다.
풀코스는 참으로 어렵고, 자기관리가 철저히 요구되는 운동이라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발전 아침은 바람이 잔잔합니다. 그래도 날씨가 제법 차가웠고, 10시 이후엔 풍속 5m/s 이상의 바람이 분다고 하니,
긴팔에 복장을 갖추고 대회를 준비합니다.
대회장에서 최옥수 교수님를 뵙고, 인사를 나누었고, 10분간 가벼운 조깅으로 대회출발을 기다립니다.
출발신호와 함께,선두권이 형성되었고, 초반 3분50초대 페이스로 달려 나갑니다.
4km 지나면서, 언덕이 시작됩니다.
장흥은 장흥댐을 지나는 코스라서, 난이도가 제법 있습니다.
239주자분들이 제법 보였지만, 다들 서울동아의 후유증탓인지, 아니면, 언덕이라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것인지...
동반주 하시는 239주자 두분,세분이 모두 9km지점에서 떨어지시고, 조금 앞서 달리는 선두를 따라 잡습니다.
가파른 언덕이라, 저도 힘이 들었습니다.
순위 싸움에 들어갑니다. 이대로 끌려가면, 지금의 몸상태에서는 무조건 필패하는 경기 입니다.
3분20초대로 2km를 강하게 내리 질러 봅니다.
일단 리듬을 끊어야 했기에, 제 스스로 힘을 소진하면서 흔들어 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더군요.
서로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옥타코사놀을 조금 일찍 개봉해 먹습니다.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반환점을 1시간 22분 30초대에 돌았고, 후반하프는 내리막이 많고, 뒷바람이라 생각하니, 2시간 43분정도가
우승기록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24km를 지나면서, 분당 회전수를 210으로 끌어올렸더니,
동반주 하시는 분이 떨어졌습니다.
후반에 바람이 역전되면서, 돌아오는 길에 또 맞바람이 나아가는 길을 막아 세웁니다.
그래서 속도를 뚝 떨어뜨려서 달리니, 24km에서 떨어지셨던분이 30km에서 추월해 갔습니다.
그래서 다시 소강상태속에서 달리다가, 32km 내리막에서 매우 강하게 속도를 올리더군요.
1km정도 따라뛰다가, 제가 다시 1km를 받아쳤더니, 그분이 저에게 동반주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여기서 순위는 정해졌고, 여기부터는 제가 2등하신분과 동반주하면서, 천천히 달리게 되었습니다.
남은거리가 8km이고, 후반이 걱정되는 거리 입니다.
이미 체력은 고갈되었고, 저역시 편하게 가고 싶어 졌습니다.
4분30초대가 찍히면서, 좋은기록은 이미 물건너 갔습니다.
약간의 여유가 있었는지, 준비해간 옥타코사놀 하나는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500m를 남기고, 제가 조금 속도를 올리고, 먼저 결승점을 통과합니다.
동반주 하는 분이 계시어, 재미있게 달렸고, 부상속에서도 잘 버티어준 두 다리에 감사했습니다.
동료분들이 사진도 찍어주고, 최옥수 교수님도 저의 우승을 반겨 주셨습니다.
모텔에서 샤워를 하고, 풍성한 먹거리가 준비된, 장흥의 인심을 느끼며, 배불리 먹었습니다.
아마도 전국 먹거리중에서 장흥의 먹거리가 제일 푸짐했던것 같습니다.
넉넉한 인심이 있는 장흥 마라톤이 앞으로 더 명품대회로 거듭나길 기원 합니다.
시상품으로 육포세트를 받아서, 술안주로 요긴하게 먹었습니다.
장흥은 소고기가 유명한 곳 이더군요.
안산으로 자리를 옮겨서 만찬을 즐겼습니다.
기분좋은 우승과함께, 옛동료들과 함께한 시간은 금방흘러서, 집에 돌아오니, 자정을 훨신 지나 있더군요.
부상치료를 아직 진행중에 있지만, 앞으로 계속 호전된다면, 더 즐겁게 주로를 누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러나, 큰 욕심은 없습니다.
이미 마라톤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누려왔기에, 더 이상의 바램은 없습니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 하루를 살아가는 정석근 이였습니다.
첫댓글 이랬던 아킬레스건의 붓기가 지금은 많이 호전 되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당분간 다 잊고, 초야에 묻혀 살겠습니다.
감독님 정말 오랫만에 우승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부상이 아직 완치가 안되셨는데도 불구하고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우셨습니다. 다시한번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빨리 완쾌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독님 화이팅!!!
운이 좋았습니다.
조금씩 추스려 나가보려 합니다.
기나긴 시간 부상속에 을매나 마음고생 심하셨나요.
그래도 이제는 회복에 기미가 보이고 먼 원정길에서 우승소식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픈 손가락 하금순님도
썹3했으니 올해의 시작은 괜찬은듯 하군요
올한해도 질주하며 우승소식을 많이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
마음고생할게 뭐 있나요?
사는 자체가 고행인걸요.
뜻대로 되지않고, 내 마음하나 주변사람도 생각하는대로, 이끌지 못하는게 더 힘든거지요.
감독님 부상 속에서도 우승을 일구셨군요. 그 자체가 감동입니다.
부상 잘 회복하시고 다시 한 번 비상하는 감독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마라톤을 항상 같은 마음,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욕심내면 여지없이 부상도 찾아오고...
즐기며, 나아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우승 소식을 듣는거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 뒷걸음질에 운좋게 쥐가 밟혔습니다.ㅋ
겸손이 너무 지나치심. 부상임에도 우승이라니 대단하십니다. 메이저 대회에서도 한번 실력을 보여 주세요~~~
겸손아닌데...
춘천은 조선일보 친일이라 안뛰고...
중마,동마는 이미 우승했기에 더 보여줄게 없답니다.
오랫만에 오프라인으로 얼굴 뵈서 반가웠습니다. 탈의실에서
"풀코스 1위가 들어 오고 있습니다, 정석근 선수~~"
하는 소리를 듣곤 참으로 감격했네요.
그동안 마음고생을 덜어 드리는 소리 같아서요~~
다시한번 온라인으로 축하드리구요,
얼른 부상 털어 버리시고, 원하는 만큼의 성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장흥의 기운은 순전히 교수님의 기운이였던것 같네요.
그 특별한 기운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치료가 잘 되고 있다고하니, 지금보다는 좋아질 것 같네요.
다만, 2시간 20분대 이런건 불가능 하구요.ㅎ
그냥 길게 잼나게 뛰겠습니다.
감독님 우승 축하드려요. 빨리 완치되셔서 더 즐겁게 달리셨으면 좋겠네요. 하반기 훈련때 뵙겠습니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마라톤을 사랑하는 감독님...대회우승 뿐만아니라
그 열정 또한 대한민국 넘버1입니다..♡♡♡
아킬레스건염으로 어떻게.우승까지.하시는지.대단합니다. 우승축하드리구요
저도 아킬염으로.1년가까이 못뛰고 있는데
뛰면 통증이오지않나요?? 참고뛰시는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