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강한 일용직 현장 근로자 입니다.
그런데 막상 딸아이가 흘리는 눈물을 마주하고 보니 나의 삶에 많은 책임에 앞서 열등감에 사로 잡히게 됩니다.
우리아이가 요즘에도 가끔은 현장에서 온갖먼지 다 둘러쓴 맨얼굴로 퇴근하는 나를
보고서는 아빠는 가구장사 할때가 제일 멋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물론 아이의 눈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아마도 말쑥한 양복차림에 머리에
무스도 마르고 한 모습이 현제의 건설차림보다는 깨끗하고 멋있게 보였는가 봅니다.
요즘엔 지방에서 생활 하고는 있지만 어머님께서 병치레차 저의 집에 기거 하는
관계로 일주일에 두어번 집에 들르곤 합니다. 일마치고 밤길 운전해서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경 그때면 대부분 우리 아이들은 잠자리에 있기 마련이고 잠든 아이들 얼굴 한번 보고서 어머님께 인사 하고 그간의 과정을 대충 집사람과 대화하다 잠깐 잠든후 새벽 4시경 다시 지방 현장으로 출발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의 대화는 상상 할수도 없는 상황 이지요....
그런던 지난 주말,
어머님 수술 결과도 깨끗히 나왔고 건강도 좋아져서 모처럼만에 어머님 모시고
외식을 했더랬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아빠와 같이 먼 여행은 아니지만 함께 한다는게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았나 봅니다. 지들끼리 뒷좌석에 앉아서 뭔 그리도 재미있는것이 많은지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너무나 좋게 들렸습니다.
그러다가 신호대기중에 차창밖 풍경을 봤습니다.
그 구간이 한창 지하철 공사구간 이기에 여기저기에서 공사중인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높은 전봇대에 올라가 전기공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것을 보자 나의 아내는 전기공인 나에게 당신도 저렇게
높은 전봇대에 매달려서 일하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사실 내선공과 외선공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해야할 필요성이 없기에 건성으로 " 그렇지 뭘"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가서 배부른 외식을 하고서 집에 돌아와 딸아이가 숙제를 하는지 뭔 노트 앞에서 풀이 죽어 있더라고요.... 나는 왠일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내가 모른척 하라고 하기에 그냥 티브이만 봤습니다... 한참을 어머님이 좋아하는 주말극을 보고 있는데
딸아이가 흐느껴 우는 기척이 났습니다.
그 이유란게 선생님이 내어주신 숙제가 아빠가 하는일 보고서 느낀점 적어오기 뭐
그런건가 봅니다. 얼마전에 제가 장모님댁에 들러서 낡은 등기구를 새로 갈아준적이 있는데 그때는 우리 아이들이 아빠가 멋있었다고 했는데 오늘 높은 전봇대에서
일하는 외선공들을 보고서는 몹시 놀랬나 봅니다. 워찌 되었든 아이를 다독이는 아내의 목소리가 소근거리고 이내 딸아이는 잠이 들었나 봅니다.
집 사람이 아이가 쓴 노트를 내 앞에 내밀어 읽어 보니 참 마음이 거석 합니다.
우리 아빠는 " 위험하게 일해요, 너무 추울것 같아요, 아빠가 집에만 있으면 좋겠어요, " ........ 잠시 저 역시 뜨끈하게 목이 메어 왔습니다.
삶이란것을 아는 나이가 될때까지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내모습이 그렇게 어린마음에도 측은해 보였나 봅니다.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새삼 가족이란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세상에 나를 가장 귀하게 여겨주고 걱정해주고 믿어주는
가족이 있는한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 입니다.
지난 겨울의 노트를 가져와 봤습니다.
블로거 여러님들 많이 힘들고 외롭고 할때 마다 님들의 주위에서 당신을 응원하는 숨소리를
들어 보세요, 희망이 보이고 용기가 살아날 것입니다. 건승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