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바다 성산포

그리운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어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에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살아서 술을 좋아했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 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 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여기까지 읽으신분은 다시 위로 가서 소리내어 한번 더 읽어보세요”   이번에도 삼박 사일 일정으로 제주에 다녀왔다.점심때 뜬 비행기는 오후 두시가 넘어서 제주에 도착했다.바로 성산포에 갔다.그리 제주를 많이 와도 주로 노는 곳이 서쪽 끝 한림, 신창, 옹포 부근이었기에 동쪽 끝 성산에는 별로 갈 기회가 없었다.비가 내리는 날은 낚시를 하기가 어려워 여행을 해도 주상절리나 중문 쯤에서 그치고, 더 이상 동진은 하지 않았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지인이 성산 일출봉 근처에 가게문을 열었기로 일부러 첫 일정을 그리로 잡았다.가기전에 채 정순이의 전화번호를 득했으나, 폐가 될까 염려스러워 가기전에는 전화를 했으나, 막상 가서는 전화를 안했다. 그는 성산에서 멀지 않는 표선에 살며 남편은 말을 타고 자기는 취미 생활을 한다했다.‘오면 전화해.’ 그의 얼굴처럼 고운 목소리가 생생하다.성산포에서는 위의 싯귀가 저리도록 떠올랐다.그 시인의 시에,‘술은 내가 마시고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는 구절은 십년도 더 전에 테입으로 즐겨들었던 시다. 시낭송을 하던 그 성우의 목소리며 간간히 섞여 들려오던 파도 소리도 먼 바다의 그리움을 적셔오기에 충분했다.그날 저녁은 제주 지인의 집에가서, 그 집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버터를 떨어뜨린 전복과 대하 소금구이로.쫄깃한 속살이 참으로 맛이 있었다.   다음날에는 신창에서 배를 타고 차귀도 부근까지 가서 하루 종일 낚시를 했다.그날 조황은 괜찮아서 준수한 씨알의 참돔을 열 두 마리를 낚았다.   크고 작은 다랑어도 여러 마리 낚았지만, 배에 냉동시설이 없어서 낮에 한 마리만 회를 떠서 ‘혼 마구로 도로’라 부르는 뱃살만 안주삼아 먹고 나머지는 갈매기를 줬다.회는 선홍색을 띄는 것이 참으로 부드럽고 고소했다.1미터 가까이 가는 큰 것 두 마리는 저녁에 갖고 나와서 선장이 이웃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이튿날은 바람이 불어 낚시를 접고 섬 남쪽으로 여행을 했다. 제주를 자주 가도 관광은 오랜만이었다.주상절리로, 중문단지로.신제주에서 Je-spi를 발견한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그토록 갈구하던 100% 보리로 만든 유럽풍 생맥주다.꺼지지 않는 그 거품의 쌉싸름한 맛은 정말 잊기가 어렵다.시중에 유통되는 맥주는 보리 함량이 40%를 넘지 못한다. 알콜을 넣은 탄산음료에 불과하다. 이런 걸 맥주라고 파는 넘들은 처벌을 해야 옳다. 음식 갖고 장난치는 넘하고 잠자리에서 일하는 중에 방구뀌는 년은 처벌을 해야 옳다.저녁에는 참돔 네 마리로 갖은 요리를 하여 잔치를 했다.하귀에는 오리지날 태국 음식점이 있었다.5-6가지를 주문하여 골고루 잘도 먹었다.커쿤 캅,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고마워요.)를 연발하며.결국 나머지 참돔들은 강릉에 와서 ‘유메노꾸라- 꿈 보따리(夢의 倉)’라 하는 일식집에서 회, 튀김, 조림, 구이, 맑은탕 등으로 둔갑되어 거나한 잔칫상이 되었다. 고향 선배님도 초대하여 거하게 마셨다.(더 길게 써 봐야 욕만 들을 터)때 마침 어머님 생신을 맞아 참돔 미역국도 끓여 드렸다.   나는 이제 성산포를 놓고 집으로 왔다.     고 향 -이 생진-   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바다는 못간다먼 산골에서 이곳에 온 후제 아무리 몸부림쳐도바다는 그대로 제자리걸음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바다는 못간다 계사년 만추에 豊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