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빈손'으로 끝나 파장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의 '데드라인'을 11월 15일로 못박았다. 이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가 예정된 날이다. 김 여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권은 민심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는 2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 당직자회의를 주재하고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오는데,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나”며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가 내려지는 다음 달 15일 이후 민주당의 특검·탄핵 공세, 국회 독주 등이 심화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이야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듯이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우선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된 쇄신 없이는 민주당에게서 떠난 국민의 마음이 여권으로도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며 '여당 몫 특별감찰관 추천'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예방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미 이를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민주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문제와 관련해 “특별감찰관은 국회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의원총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추 원내대표는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면담 직후 자신과 비공개 만찬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것에 대해 “개별 의원의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해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고속도로를 역주행 하는 차량에 돌을 던져도 '나는 그래도 역주행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오늘(24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대통령의 기본 시각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한동훈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재집권이 어렵다는 시각의 차이"라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그룹과 문제를 풀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싸움"으로 윤-한 갈등 구도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여당 의원들 생각이 바뀐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김 전 비대위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 보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여권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기조차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23일 친윤계 핵심 의원이 친한계 인사 22명이 모인 전날 만찬 회동을 겨냥해 한 말이다. 친윤계는 이를 김건희 특검법을 '인질'로 한 무력 시위로 간주했다. 현재의 구도상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당에서 8명만 이탈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높인 친윤계 핵심 의원은 "그 특검법이 상식의 범주 내에 들어있는 법이냐"고 반문하면서 "정치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친윤계 초선 의원은 "당 대표란 사람이 저렇게 대놓고 계파 행사를 하면서 당을 쪼개놔도 되는 거냐"고 한 대표를 비판했다.
특검법을 고리로 한 압박이 외려 한 대표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강명구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3주 전에 특검법이 폐기될 때 한 대표가 이 특검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뭐 바뀐 게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과 당대표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해서 양심을 팔아서야 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의도에 휘말리면 안 된다"며 "한 대표가 야당의 편에서 민심을 팔고 그 지렛대로 갈등을 유발시켜 자기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건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검법 '이탈표'에 대해 "야당과 같은 입장"이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면담에서 '특검법 재표결 때 30명의 의원을 설득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도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나빴던 건 사실이지만, 그걸 특검법과 연계하는 의원들은 드물었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특검법 찬성은 다른 문제란 뜻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특검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뜻은 분명했다"며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방법론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전날 취재진에게 "재의요구권이 오면 국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우릴 당으로는 생각하나"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인적 쇄신 요구에 즉답을 피한 것과 관련해 윤정호 TV조선 '뉴스9' 앵커가 “대통령은 민심 되돌리는 조치를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 국면에서 의원 다수를 설득했다면서 “여론이 악화되면 걱정”이라고 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다.
또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꼽히는 인물 8명 실명을 거론하며 쇄신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우리 의원들 믿는다”고 했으며,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내용을 보고 조치를 판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번 회담에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간극만 확인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TV조선은 김 여사와 관련된 문제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윤 대통령의 문제를 지적했다. 윤정호 TV조선 '뉴스9' 앵커는 지난 22일 <앵커칼럼 오늘-벽을 마주하다>에서 “한 대표는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치'라며 세 가지를 거론했다. 김 여사 활동 중단, 인맥 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다. 그런데 대통령은 민심 되돌리는 조치를 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며 “김 여사의 장벽이 그렇게나 높은가”라고 지적했다.
윤정호 앵커는 일을 하려면 학식이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의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속담을 이야기하면서 “고집불통 벽창호 신세를 면하려면 스스로 깨우쳐 알라는 공자 말이다. 그런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고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 조현용 앵커는 지난 22일 클로징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은 민심에 응답하지 않는단 게 거듭 입증되고 있다”며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버티면 민심도 지칠 테고, 시간은 결국 지나간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건 그렇게 허비하면서 탕진하고 있는 그 시간이 우리의 내일과 한국 사회의 미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삶까지도 담보로 잡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동정민 채널A '뉴스A' 앵커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 앵커는 지난 22일 <앵커의 마침표-감정보다 국정이 우선>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 어제 만나서 서로 할 말은 다 했다. 하지만 여전히 왜 날 안 도와주느냐, 왜 내 말 안 들어주느냐, 앙금이 남아있는 듯하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감정을 앞세우기에는 너무 중요한 자리다. 경청하고, 존중하고, 신뢰하고, 이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했다.
종합편성채널 4사와 MBC·SBS는 메인뉴스에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회담 뉴스를 첫 소식으로 다뤘으나 KBS '뉴스9'는 관련 소식을 8번째로 다뤘다. 보도량과 보도 시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종합편성채널 4사는 윤석열-한동훈 회담 보도를 5~6개 배치했으며, SBS의 보도 건수는 4건이다. MBC 보도는 3건에, 방송 시간은 9분 25초다. 하지만 KBS의 보도는 2건에 그쳤으며, 방송 시간 역시 3분33초에 그쳤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는데 지금 정치판과 국정은 김건희 여사를 빼고는 할 말이 없다. 역대 영부인 중에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