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가기 한두달 남겨 놓고 있을 때,
장안동 식구들이 여름 제주도 계획을 계획 중인데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용 때문에 잠시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친정엄마께서 일단 비용은 걱정 말고 그냥 같이 가자는 말을 하시길래
"에이, 어떻게 그래요? 우리도 보태야지, 에이 모르겠다, 그래요, 가요." 해놓았습니다.
이후에 큰동생 유진아범이 이리저리 모든 정보를 총 동원해서
교통편(배, 기차, 비행기, 렌트카)
숙소(펜션 두 곳에서 3일)
레저 계획(한라산 등반, 요트 낚시)
등을 다 계획했어요.
결국 경비는 친정부모님과 큰동생이 다 대서리..
보탠다고 말만 하고는 입 싹 닦고 다섯 식구가 껴서 3박4일 정말 잘 놀다 왔습니다.
(중현아, 내가 형편 좀 피면 생각할 끼고마.. 고맙데이...)
8월 4일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KTX 5시 기차를 타기 위해
저희는 아침 일찍 파주 택시를 불러서 용산역으로 나섰습니다.
짐은 그냥 캐리어가방 2개에 대충대충 구겨 넣어서 나갔어요.
잠 몇 시간 대충 자고 새벽일찍 얼른 나가기에 급급해서 모두 꼴이 말이 아닙니다.
용산역에 도착하니 이미 장안동 식구들은 한참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어찌나 짐이 많던지..
"해수욕장 가자"하고 내뱉은 누나의 말을 새기고 해수욕장에서 쓸 수건까지 다 바리바리 싸들고 온 동생 내외
미안해...
저는 얼굴이 정말 퉁퉁 부었네요.
눈이 부으니 정말 엄마랑 더 똑같이 생겨보입니다.
나이도 거의 동년배급으로... 에궁
엄마께서 동네 김밥집에 새벽3시에 찾으러 간다고 이야기하시고 20줄을 맞추셨답니다.
저는 원래 사 먹는 김밥은 맛없어서 싫어하는데 이 김밥은 참 맛있었어요.
외할머니의 발이 팔걸이에 걸쳐져 있는 풍경은 보시기에 좀 거시기하지만서도,
무릎이 너무 아파서 저렇게 쭉 뻗으셔야 하므로 양해하시기를..
생전 처음 타본 KTX
정말 듣던대로 아주 쾌적하고 훌륭했어요.
비행기도 저 정도로 편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미국에는 저런 고속열차도 없거니와, 기차 타고 여행갈 일은 평생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데
우리집 애들은 저렇게 처음 고속열차를 타봤습니다.
목포에 도착해서는
정신없이 달려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배 선착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막 배를 타려고 달려가려는데,
주민번호와 이름을 적은 표를 적어야 한다고 해서
대식구가 다 매달려 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네, 목포 선착장입니다.
드디어 배를 탔습니다.
배가 정말 컸고, 저희가 배정받은 방은 사람은 많은데 그 안이 너무 좁아서
다들 그냥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김밥이 많이 남아서
제주도 도착할 때까지 거의 역사적인 사명감을 띠고 다 먹어치웠습니다.
여기도 김밥
저기도 김밥
여기도 또 김밥
이 많은 김밥을 언제 다 먹을 것이냐..
할머니랑 눈만 마주치면
"얘, 김밥 줄까?"
"김밥 먹어, 어여.."
좀 지루해지려고 하던 차에
선상노래방으로 직행했습니다.
노래 솜씨 여전하더군~~
고운아빠가 노래방에서 "칠갑산"을 눌러놓고는
"어머니, 칠갑산 어머니 부르시라고 눌렀어요" 하니까,
"아녀, 난 노래 안 햐, 젊은 사람들이랑 애들이나 불러" 하시더니만
전주가 나오자 바로 벌떡 일어나셔서 우리를 크게 웃기시고는 곧 열창을 하시는 우리 오마니..
오마니의 노래솜씨는 언제나 무르익으십니다..
이것저것 짜집기한 동영상 보실래요?
관람 포인트입니다.
1) 노래를 부르는둥 마는둥, 입을 벌리는 둥 마는 둥, 매가리 없이 노래하는 고운이의 모습
2) 칠갑산을 부르시면서 살짝 살짝 왼쪽 팔을 드시는 엄마의 프로근성
3) 음이 높게 잡혀서 뛰어난 가창력에도 고전하는 유진아범의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 옆에서 대단히 즐거워하는 큰올케의 모습
선상노래방에서 한 시간 잘 놀고 다시 갑판으로 나왔습니다.
역시 핸드폰보다는 카메라로 찍는 것이 훨~~ 낫습니다.
모두들 표정 너무 좋네요.
제주도에서 내내 샘이랑 영찬이는 조잘조잘 어디든 붙어다니며 재미있게 이야기나누고
그걸 지켜보는 할아버지는 정말 흐뭇해하셨습니다.
두 녀석 다 너무 귀여웠어요.
지 마누라한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서도
제게는 정말 너무 착하고 좋기만 한 큰동생입니다.
샘이랑 영찬이가 붙어다니며 수다를 떠는 것과는 달리,
이 두 아가씨는 성격이 서로 비슷한 듯 워낙 시크하셔서
정녕 너희들은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한 겐가? 묻고 싶을 정도로 조용히.... 그렇게 다녔네요.
사진들부터 올려놓고
쭈욱 마우스 내려가면서 보고 있는데
아, 정말 눈이 다 시원하고 즐겁습니다.
불과 20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니 꿈만 같네요.
제주도 선착장에 도착해서는
택시 3대에 나눠타고 렌트카 회사로 갔어요.
렌트카로 이 12인승(?) 스타렉스를 빌렸는데 덕분에 한 가족 11명이 이 다 뭉쳐서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 차를 렌트하기 위해서
유진아범은 2종에서 1종으로 면허까지 바꾸는 수고를 들였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틈틈이 고운아빠는 아버님 영안실로 찾아와준 많은 친구 선후배들에게 감사인사를 돌렸습니다.
에궁, 우리가 한국 살았더라면 저 녀석 셋이 얼마나 잘 지냈을텐데,
애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가 시카고로 돌아오자마자 이러더군요.
"그래도 집에 오니까 좋다, 가족들만 있다면 미국도 좋은데..."
어진이던가 샘이던가 그렇게 말하는데 속이 아주 짠했습니다.
렌트카를 타고, 미리 임대해놓은 펜션으로 와서 짐풀고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다들 물 속으로 돌진...
저는 이 시간에 영안실에 찾아와준 지인들에게 감사 전화를 돌렸고요.
발을 시원하게 담그니,
더위가 싹 물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물놀이까지 했으니, 배가 좀 고프죠.
아침과 점심은 계속 김밥과 배에서 사 먹은 빵, 과자 등으로 해결했고요,
저녁은 유진아범이 미리 예약해놓은 제주흑돼지 집으로 갔어요.
고운이와 어진이가 다녔던 학원 선생님이 12년만에 한국 갔다 와서
아이들에게 추천했던 먹거리가 하나는 불고기 버거였고요, 하나는 제주도에 먹은 흑돼지였대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애들에게 미국말로 말한다는 것이
"Soil Pork" 입니다. 그러니까 흑돼지가 아니라 흙돼지입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교포 식의 번역입니다.
우리가 흑인들에게 흑인이라고 하잖아요?
한번은 샘이가 제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인종차별적이라면서 막 뭐라고 하는 거에요.
애들이 크니까 제가 혼날 일이 많긴 한데, 그건 제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아니 흑인을 흑인이라고 못합니까?
제가 무슨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아니고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그럼 흑인을 흑인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 하니까
샘이는 이러는 겁니다.
흙은 더러운 것이고 그러니까 아프리칸 어메리칸(미국에서는 흑인들을 black이라고 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요)을 더럽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
아, 그제서야 알아챘죠.
아, 한국사람들이 흑인이라고 말할 때 흑은 '검다'의 흑이지, 더러운 흙의 그 흙이 아니란다...
미국으로 돌아오니,
아, 정말 한국에서 맛있게 먹던 음식들이 너무너무 그리워요.
좀 전에도 어진이가 이러더군요.
"난 시카고에서 가장 싫은 게 뭔지 알아? "
"포(베트남 국수) 먹을 곳이 없다는 거야."
어딘가 있겠죠, 좀 찾아봐야겠어요.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찍어주신 단체사진입니다.
배터지게 잘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마트 들러서 필요한 물품들을 좀 사서 그 다음날 있을 한라산 산행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일찍 들었습니다.
하루가 정말 길었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제주도까지 온 먼 길,
내일은 9명의 한라산 등정 사진들을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함께 한 등반이 아니라서 설명을 올릴 자신이 없어서 그게 문제는 문제네요.
암튼...
(다음편에 계속)
첫댓글 TV인기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그래서 다음편이 절실하게 기다려진다. 욕심 같아서는 내년이고 후년이고 영후네까지 합쳐서 동남아 여행한번 더 다녀왔으면 더 없이 좋겠다만....
새벽부터 하루의 일들이 정말로 길었든것같히 자세하고 하나하나 귀중하게 한편의드라마같히 잘설명하고 또 찍어주워 감동에글을 읽는다,먼져 길은 글과 사진 일일히 찾아서 누가봐도 지루함없이 엮어간 까폐지기 조현아 여사에게 고마운마음을 전한다 입이터지도록 다들 김밥 먹어주워 고맙고,이번에 제주도 여행은 수없이 많은곳들을 다녔어도 이번여행이 재일로 손꼽히는 즐겁고 감격에여행지였다고,나는 말하고싶어 어제까지 애통하고 슬픈날이였는데 인자하시고 이해성많게 고운이식구들을 여행일정에 맞추워 주신점에 저는 머리숙여 감사함을 글로써사돈어르신들께 전하고싶읍니다 ,정말로 감사했읍니다,
우리나라 백령도 울릉도 홍도 다 다녔는데 배가 이렇게 큰페리호가 한국에도 있는것을보고 정말 놀랬다 비행기타고 쭉 오고가서 이렇게 좋은배가 우리나라에있는것을보니 앞으로도 우리나라 여행에 큰 관심이 생겼네 노래방까지 지루하지않게 너무좋왔고제주도가면 몆년전부터 단골이되여버린 흙돼지집 아즘마 너무친절해서 제주에가면 꼭들리는 그집이였는데 푸짐하게 많이주워 질릴정도로 푸짐한 상술이기도하지조그마한 숙소 앞에 수영장에서도 즐겁게 놀아주는 손주들을보면서,얼마나 행복하였는지 날씨가더워 발만당구는 곳이있어 당구고있으니 더위가 확가셔서 너무좋왔다 숙소 잡느라 고생많이한 유진아빠 ,엄마 고마워
보기만 해도 즐겁고 행복하네요. 정말이지 저렇게 계획해서 가족들이 함께 여행한다는 일이 쉽지 않은데. 감동에 또감동이네요.하나밖에 없는 누나를 항상 애틋하게 생각 해준다는 동생이라고 항상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유진아빠 너무 잘했어요.너무 훌륭해요.올려진 영상과 사진들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가족들의 사랑을 느끼고도 남습니다.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또 있을까요.앞으로도 할수있을때 아니 무리를 해서라도 이런 소중한 시간들 자주 만들어 가길바랍니다. 우리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 연구해보고 계획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고모부는 코스가 너무 좋다고 꼭그렇게 한번해보고 싶으시대,담 연재또기대하며...
아이들은 외사촌들이 또래라 더 재밌었겠어요ㅎㅎ 부러워요~
KTX는 정말 편하고 훌륭하더군요. 제게는 새마을호도 훌륭했었는데요. 처남이 스케줄을 잘 잡아 준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겹치는 일이 없는 일정이었어요. 배는 크루즈라 해서 가대를 좀 했는데 지정된 방으로 가보니 다들 자리 잡고 누워있는 통에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지요. 이십 몇년 전 학교다닐 적 친구들이랑 배타고 제주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덕분에 노래 방에서 즐겁게 놀 수 있었네요. 그리고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의 수영 수준에 비추어 볼 때 제주 앞바다가 스케일에 딱 맞았겠지만 일정상 코딱지만한
수영장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제주도 흑돼지는 말로만 들었는데 처음 제주도에서 막어봤어요. 흑돼지래서 맛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돼지괴기 덩어리를 싹둑싹둘 잘라서 쟁반 가득히 담은 다음에 처음부터 질리리만큼 가져다 줘버리는 것이 이 흑돼지 요리의 정체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절반이라 먹을까 싶었는데 결국 다 먹고 추가로 갈매지살 쬐끔 더 얻어먹었으미 엄청 먹기도 했네요. 자꾸 '시카코 사카코' 하시넌 주인 아주머니가 생각나네요.
지원 엄마의 손님댓글
사돈어르신 건강관리 잘 하셔서 오래도록 고운.유진.어진 영찬.샘에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주세요.항상 강건하세요.^^
유진아빠가 준비하느라 애많이 썼구요. 그래도 가족들이 즐겁게 무사히 여행을 마칠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족의 좋은 추억이 되었구요. 얼른 앨범 만들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