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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외
조희범
어머니
그 해 겨울은 매서웠습니다.
살갗을 찢는 아픔을 견디며
가지위에 쌓인 눈을 털고
막 해산을 끝낸 새색시 마냥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그 때가 봄인 줄 아셨습니까.
어머니
민주화를 외치던 젊음들이
총칼 앞에 무참히 찔리던 날
고향 집 뜰에 핀 진달래 같이
무등골 곳곳의 길 위에서는
영문도 모른 붉은 심장들이
나뒹굴면서 파닥거렸습니다.
어머니
진정한 봄은 푸르름이 덮이고 서야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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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이맘때 쯤이면
갈매 보리밭에서 노닐던 종다리 마저
하늘을 붙잡고 통곡을 하고
가슴 속에선 이리도 비가 내립니다.
9월
9월이 오면
좁은 해협을 거쳐 온 작은 바람에도
심장처럼 매달린 붉은 꽃을 떨구고
이파리마저 서글픈 모습을 하며
갈색으로 변해간다.
꽃진 곳에 영글어 가는
풋과일은 해싸라기들이 배어든다.
한 그루의 나무는 잉태한 기쁨에
푸석한 얼굴을 내밀며
여름날의 수줍은 인연을 길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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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꽃이 피었구나. 온 세상에 꽃이 피었구나.
햇볕을 가리고 부드러운 꽃이 피었구나
벚꽃이 되어 바람에 흩어져 날리듯
뜰에도 골에도 한아름씩 꽃으로 피었구나.
어서 오너라, 시리도록 하얗게 핀 꽃아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리고 분수처럼
끊임없이 하늘로 오르다가
바다를 건너서 물결처럼 몰려오너라.
꽃데미 헤치며 햇볕이 스며드는 날
서러움에 겨워 눈물을 보이더라도
차디찬 뒤꿈치를 들고 너를 반기나니
어찌 너를 두고 햇살을 탓하지 않겠느냐.
꽃이 피었구나. 온 세상에 꽃이 피었구나.
햇볕을 가리고 부드러운 꽃이 피었구나
벚꽃이 되어 바람에 흩어져 날리듯
뜰에도 골에도 한아름씩 꽃으로 피었구나.
조희범 / 목포 출생. 강강수월래 동인 활동. 한국화 개인전 2회. 두줄시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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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랑 외
- 자야에게
박미경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에도 어느덧 비가 왔다
너 들일 자리 한 켠 마련하지 못하고 가뭇대는 불빛 한 줌 쥐어주지 못하고 맨처음
만나던 날 사랑인줄 눈치채고 들려오던 풍경소리 날렵하던 손길이며 모두 저어하더라도
네가 슬플 걸 생각하면 늘 목이 메었다
눈동자 아래 고운 달무리 지듯 내 마음 슬플 때면 남쪽 어딘가 풍문처럼 묻어오던
네 있는 자리로 달리고 있었다 한번도 사랑인줄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한번도 사랑이지
못했던 눈물같은 우리 사랑. 너만은 알리라 생각하면서 늘 한 쪽 가슴 한 켠엔 바람 불고
서늘했었지 그 바람에 널 앉혀두고 잠시 잠재울 수 있다면
아무리 세월이 변한다 해도 더러 날 짐지우는 법칙이 질서가 나를 안고 지나가도 해가
지고 달이 Em듯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버릴 수도 울 수도 놓을 수도 결국은 사랑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한줄 외로운 서어나무 한그루 같을 수 밖는
그래 네가 사랑한 사람이 나였다는 건 한 계절이 가고 다음 계절이 오듯 오히려 운명이라
말하리
다시 태어나도 다시 울리지 말자 다시 부딪치지도 말자 눈도 마주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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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야
내 사랑
* 자야는 백석을 사랑했던 여자.
성인동화
구석구석 동네를 어슬렁거린다 다닥다닥 이마를 맞댄 다세대 주택 서늘한 숲그늘에서
소리없이 본드와 연기를 흡입하는 아이들. 굉음을 찢어발기며 차운 공기를 깨뜨린다
가랑가랑 돌아가는 숨이 죽은 보일러소리 가만히 들려온다 거주지는 늘 축축하다 배개도
이불도 애인 자체도 젖어있다 수분이 부족한 선인장 화분 어딘가가 몹시 아프다 조금씩
윤기를 잃어가는 난초무늬빛 그릇들도 잠들었다 이빨 어딘가 아프데요 아니 잇몸이
아니 신경이 가끔 아픈가 봐요 아니면 추억이 몹시 아파요 임플란트를 할 수 있을까
내 뼈는 아직 안녕한가 그래도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가끔씩 반짝이고,해의 붉은 물고기빛
같은 등들이 꽃무늬 쳐진 때절은 커튼 사이 세모네모 창틀에 사알짝 희망 따위를
줄레줄레 매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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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어둡고
흐드득 무너지는 봄밤 설움도 쏟아버린 공중변소. 세면대 위 걸린 때낀 거울 속
동자 풀어진 눈. 고춧가루 낀 입술. 흩어진 머리카락. 떨어진 비닐봉지. 생겨난
새치. 떠난 애인의 아침. 그니의 새 애인. 써버린 휴지 같은
배고픔. 슬픔도 가끔은 위안이 된다 수술없이 먹는 약 지방 태워드립니다
지방인 환영 월수 삼백 보장 미로의 회로에서 길을 잃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고
시큼한 그들만의 세상.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시작이 되고 흔들리던 철자에
핑글 눈물이 돌아 화려한 궁전 위에 집을 짓고 오두마니 앉아있는 그네.
클레오파트라보다 더 불안했던 그네. 흔들리는 그네 위에 앉아있던 그네
언젠가 이 길에 한 번은 와본게야. 그네도 틀림없이 내 생에 한 번 쯤 들른거야.
혹시 알아 내 생을 쿨럭쿨럭 지나간지도. 지나치게 역력한 환생의 기억들.
막강한 슬픔은 성난 딸꾹질이 되어 지나가고. 불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되었던 신혼의 나날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하루. 가끔 눕고 싶어
잠들던. 푸르던 하늘과 바다를 꿈꾸곤 했었지. 누가 누가 푸르나
누군가 읽기를 기다리는 시. 이미 써버린 노트여백 같던 생. 젊음을 이용한
보답. 노인 같던 하루. 갈 곳 없는 아침.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릴 수 밖에 없던
한 쪽은 소리없이 넘어가고 또다시 복병 같은 겨울은 와버린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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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고이지 않아 슬프다
요즘엔 통 시를 쓰지 않는다
근황을 묻지 않아 그런지도 모른다
단지 시인의 직함으로 살 때가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
꿈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무엇을 할까
먼 곳에 갈대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인생은 한갓 꿈에 불과하다고
파란 나무 대문 안에 살고 있던 소녀는
이제 노오란 개나리 담장을 잊고야 만다
시집은 통째로 잃어버리고 오늘도
하나 둘씩 근근한 생활로 버티고 선 그녀는
시가 보이지 않아 조금 슬픈 듯한 그녀는
꿈이 있어 조금 낮지 않겠느냐고 항변도 하는 그녀는
푸른 대문 안에서 흐릿하게 웃는다
조금쯤 푸르게
* 박미경 / 서울 출생, 청호문학 시문학회 동인, 시집 '풀꽃 연가'
근작 두줄시 / 숲 이야기 외
최병두
숲해설가 친구 나무를 성자로 모시는 숲그늘 아래
발바닥이 가렵구나, 마디마디 말끝마다 돋아내리는 뿌리
차이
꽃가지에 앉은 새는 함께 꽃이 되고
꽃에 앉은 나비는 함께 꽃술이 되고
백과 흑
모두 비우고 모두 채워버린 색
너희는 이미 색을 떠난 삶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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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내 안에 나 안고 안기듯
너 내 안에 드나드는 기쁨
삶은 너 하나 나 하나
함께 하나 되는 사랑
지팡이와 몽둥이
지팡이 목 자르면 몽둥이 되고
몽둥이 목 붙이면 지팡이 되는
삶은 무대 없는 마술대회 한 마장
목 잘라 붙이고 붙여 잘라도 죽지 않는
공과 영
삶은 공에다 영 더하기
더할수록 비워지고 비울수록 채워지는 요술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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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삶은 선에 점 하나 찍기다
하루살이도 백년살이도
지금 이 시각
바람결이라면 둘러 재우고
물결이라면 막아 채울 것을
착각
엊그제 꽃샘 눈보라 피운 눈꽃 봄비라도 내릴라
저 꽃이 설매라면 당장에 비를 불러 뿌릴 것을
여운
불다가 멈춘 바람의 뒷맛
비로소 웃음짓는 가지들의 어깨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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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제야는 설날을 빚고 설날은 제야를 빚는다.
하루가 한 해를 빚는 이 마술을 어느 뉘가 알랴.
장유 이우지에서 두줄시로 만나
서울에서 김해 장유 가는 천리길 바늘허리만큼도 못되더라.
하루 달려 일각처럼 마주잡은 첫손길 죽마고우보다 낯이 익어서.
까치집
파산신고 야반도주 신도시 아파트 분양 소문
놀란 까치 모여 앉아서들 묵묵무답 대책회의
* 최병두 - 전남 화순 출생, 흑조시인회 수요문학회 회원. 송암창작상 수상.목포출향문인회, 두줄시인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 '잃어버린 시''눈 감고 보는 하늘''서울 매미''연안부두 찔레꽃''주신 사랑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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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두줄시 / 추석 무렵 외
주정연
아버님 머리 깎으셔야지요 어머님도 거기 계세요
고향 떠난 불효자식 바리깡 들고 갑니다
처서
자네 집에도 선물이 왔겠지
뀔뀔뚤뚤 귀뚜라미표 축음기
물
上善若水요 中善若茶요 下善若酒라
취한 술 차로 우려 물에 씻으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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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의 별은 목이 아파 다 못 세고
바닷가 모래알은 발 까가와 못 다 세네
중생
미쳤거나 덜 미쳤거나 아프거나 더 아프거나
이미 죽었거나 죽지못해 살았거나
空
매미허물에 고요가 적적
어젯날 상가수 간 곳이 어디메뇨
술
소설이 소소하니 수필은 수수하고
시가 시시한데 술이 술술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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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모자는 따로 써도 신발은 같이 신고
해돋이에서 해넘이 까지 밥으로 끄는 인력거
무료
봄볕 무료 봄바람 거저 진달래산천 벚꽃길 다 무료
꽃바람 나들이길에 꽃눈 꽃비 공짜 봄나물 셀프
꾸불꾸불
솔등걸 꾸불꾸불 오솔길 꾸불꾸불
발길 꾸불꾸불 이약이약 꾸불꾸불
무죄
눈에 대들보 들었으니 보일 게 뭐고 귀에 쇠말뚝 박혔으니 들릴 게 뭐람
혀에 바늘 돋은 줄 모르니 무죄요 말에 가시돋힌 줄 모르니 역시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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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포장마 차선생댁에 생막걸 리선생이 서 있구나
새우튀 김선생은 울긋불긋 해물파 전선생은 푸릇푸릇
영다방
커원녹칡 마쑥우요
피두차차 차차유라
고행
글 쓰기 고행이요 책 내기 고행에다 부치기 삼중고라
당나귀 귀 기우려 상찬을 엿듣자니 이 또한 할 일인가?
* 주정연 - 1944년 전남 완도 출생, 목포에 이주, 흑조시인회 창립회원으로 시집 '인구문제' '떠오르는 바다' '풀잎이슬에 도는 우주' '서부역벤취에 대하여' '길 위의 시간'을 내고 2006년 충북 단양 '산 위의 마을' 가톨릭경당에 묵주성화 20처를 봉헌하다.
초대시 .....................
은공 외
정곡 이양우
네가 입은 헌 옷이라
천더기 여기지 말게
자네 살갗을 보듬어주어
평안을 지켜준 은공
나중까지 걸레로 남아
더러움을 씻어주네,
네가 먹은 찌꺼기라
천더기 여기지 말게
자네 배고픔 채워주어
목숨 지켜준 은공
나중까지 밑거름되어
곡식을 키워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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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록長恨錄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할
그 사연을
당신과 나 사이의 새끼손가락에 숨기고
비밀의 문고리를 잠근다.
천만년 살아 이끼 돋을 진심을
한 백년도 못 살고 가야하는 초행길
더듬이 없는 말문을 닫고
입에 물은 정을 영원히 새긴다.
그리움의 흙을 열어 심은 텃밭에
영혼은 언제나 꽃피울 거고
내 長恨의 몸빛에 그은 연민은
지긋이 눈감고 떠오를 것이라.
이양우 - 씨알의 소리 대표, 한국육필문예공원 대표, 문예춘추 발행겸 편집인, 시집 '뒤로 그림자를 떨구고 가는 계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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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 반야의 뜰
민영희
몸을 팔아 연꽃 다섯 송이를 사들인 이유는
이 몸이 연꽃으로 피기위한 까닭이었습니다.
진흙의 썩은 물 속에서
날아 오른 관음의
부드러운 옷자락 사이
어머님의 젖가슴이
눈꽃 같이 피어난다.
법 아닌 법의 온갖 경계를
미소로 밀어내고
고요히 분별을 끊은 참 생명을
연꽃에 담았습니다.
뜰에는 반야의 싹이
무성히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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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 人+一 = 大+一 = 天이다.
민영희
사람이 만물 가운데 더없이 소중하다 하여
대지의 소(巢)에 심어놓고
공간으로 날줄을 걸고
시간의 씨줄로 하늘 한 필(匹) 짜 덮으니
천지인의 세상이다.
그 세상 골짜기에 시원의 물이 흐른다.
구름이 내려 생명의 바탕으로 깔리고
그 바탕 을 밟고 흐르는 생명들-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것이
생명으로 그저 흐르다가
운명 같은 것에 부딪쳐 부서지기도 하지만
부서지는 만큼의 반탄력으로
전생과 후생을 붙들고 응집하는 윤회의 차원-
가노라면 오는 것을 망각하고
오노라면 가는 길을 잊기 일쑤인 현재라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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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보지 못하는 곳에서
지금 누군가가 몸을 버리고 있다.
개심사 세심동에 서다
민영희
본향은 개심사 냇물이요.
물가엔 다동茶童,
속세에 젖은 감발의 忠僕에겐
세심洗心도 욕심이리.
세인世印 등짐에 햇살은 무너져
땀도 냇물이려니,
소금끼에 절여진 육질에
땀인들 내 것일까.
민영희 -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강남 아침산문학회장 , 대한민국 불교문화상 문학부분 대상 수상, 설송 문학상, 황진이 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 - ‘악령의 절정’ ‘거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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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시 - 이따금 외
윤수린
마치 생산 공장에서
불량품을 골라내듯
그렇게 이따금.
잘 정돈되어가던 감정이
툭, 불거질 때마다
그 이유를 일일이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예측에 근접하고 보면
스스로 과신도 오만도 히힛
이따금.
강은 다 말려서라도
그 바닥을 볼 수 있다지만
사람 속은 죽어서도
알 수 없다고 하던데
입으로 시인하고
맘으로 부인하는
절대 분리형 기만적 비책도
이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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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내 주변을 맴도는지
내가 시간 속을 서성이는지
삶이 주검인지
주검이 삶인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따금.
나 같은 무허가
언제 철거당할지
이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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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불면
윤수린
지난밤 내내
누룩 삭는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툭- 툭
술 익는 몸짓거리
끝내는 허기진 창자 곤두서고
새벽빛 아직
잔에 차지 않는데
잘 여문 붉은 해, 어느새
뱃속에 들앉았네. 그려
*윤수린 - 한국 문인협회 회원, 아침산문학 회원, 시집 <그리다 기다리다 바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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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외
전홍구
고개를 쳐들어
터져라
외쳐 보아도
그냥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 세상
가로등마저 조는 밤
텅 빈 공원 그네에
몸 싣고 흔들어 보아도
세상은 멈추어 있다
소주 한 병 통째로 홀딱 마시고
병든 세상 몽땅 담아
병마개를 꼭 잠근다.
멀리 서 있는 나뭇가지 끝에
아직도
하늘이 걸려있다.
태워주소서
전홍구
초승달에 눈썹 심고
통곡의 계곡에서
손가락 피나도록
힘주어 십자가 긋습니다
쏟아지는 물줄기
물보라에 세례를 받사오니
지난날 찌든 마음 씻어
오 주님 날 살려 주옵소서
교회당 십자가 쳐다보며
참말로 솟아나는 참회의 소리
목이 터져 피를 토해
나를 태우고 싶습니다
오 하나님!
이제 여기 왔사오니
당신 안에 붙으사
떠나지 못하게 하옵소서.
* 전홍구 - 문예사조 신인상 시 당선 문단 데뷔,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원. 한국문예사조 문인협회 이사. 좋은문학 문인협회 이사.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의회 회원. 구로문인협회 회원. 모던포엠 문인회 서울 경기 지회장. 창작과 의식 상임이사. 시집 : 개소리. 원두막. 제3시집 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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