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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으로 가는 길 칼럼 9」
자유로운 영혼과 극명한 예술혼
- 작곡가 이건우, 그 새로운 예술의 지평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본지 편집 고문)
모름지기 한국가곡사(韓國歌曲史)에서 이건우 작곡가의「자유로운 영혼과 극명한 예술혼」에 결속된 그 족적(足跡)은, 그 자신이 직접 작곡한 작품으로 확증된다. 또 한편 동시대 영원한 선의의 라이벌(rival)인 ‘부리부리하고 큰 눈에 키가 작았던 김순남은 헝가리 작곡가인 벨라 바르톡크(Béla Bartók)였고, 갸름한 얼굴에 키가 훤칠하게 큰 이건우는 천재성보다는 부지런한 헝가리 음악교육가인 코다이 졸탄(Kodály Zoltán)이였다.’라는 그 일설(一說)도 그렇거니와 1943년 귀국한 후 군 징집을 피해 강원도 양양에서 잠시 도피 생활을 하다가 1944년에 1년 남짓 개성고등여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에 조국광복의 새날을 맞았다.
특히 필자가 현재 처한 공간으로 ’천년의 문향(文鄕)이며 영광의 땅인 하슬라(何瑟羅)로 현재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용지로 107번지에 주소를 두고, 지난 1940년 3월 20일에 설립되고 같은 해 4월 27일 개교한 강릉공립고등여학교에서 1946년~47년 2년 남짓 음악교사로 재직하였다. 한편 참조할 사항이나 “화부산 봄꽃 피니 아름다워라.”로 시작되는 강릉여자고등학교 교가의 첫 부분을 통해 일제강점기 화부산(花浮山) 아래 위치한 국내에서 역사가 깊기로 알려진 강릉향교(江陵鄕校)에서 대다수 이 지역의 학교(현재의 가톨릭관동대학교, 명륜고등학교 포함)가 개교하였음에 비춰 강릉여자고등학교 교가의 연유 또한 그렇다.
차제에 비록 불교에서 말하는 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을 새삼 일깨우려는 바는 아닐지라도 반세기 전, 필자가 가톨릭관동대학의 강사 시절에 교사로 재직하였던 바로 이건우 작곡가의 조카로 현재 월간 『선으로 가는 길』의 이종철 발행인의 모교인 강릉명륜고등학교의 총동문회 이재안 회장이, 메일과 몇 차에 걸쳐 전화를 걸어왔다. 바로 그 사안(事案)은 교가 가사 중에 “태백산 정기 대관령 어린 선미의 옛터”에서 *선미(仙眉)의 개념 정리를 정중히 요청하는 일이었다. 모처럼 지정학적으로 ‘백두대간이 뻗어내린 대관령의 아아(峨峨)한 정경(情景)이 맞물린’ 현상에서 일단, 선미는 교가의 전체적 분위기에 걸맞게 은유적인 일면에서 “신선(神仙)이 머무는 듯 아름다운 산줄기 또는 신령스럽고 아름다운 능선”으로의 해석은 지극히 일반적임에 지나치거나 거부감이 주어지지 아니할 것이다.
그렇다. 이건우 작곡가는 1947년 직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해방가요「여명의 노래」와 통일전선 조직체인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노래로 ‘임화(林和), 김광균(金光均), 오장환(吳章煥), 김기림(金起林)이 공동작사로「민전행진곡」을 작곡했다. 또 한편 1945년에 창립한「조선음악건설본부」, 이른바 순수음악계에 종사했던 인물이 중심축을 이룬 이 단체의 수장으로『조선음악통론』의 저자로 광복 이후 창악인(唱樂人) 중심으로 설립된「국악원」(대한국악원의 전신)의 초대 원장을 역임한 함화진(咸和鎭)을 포함하여 최연소 그룹인 20대 기수인 이건우, 김순남, 박은용도 함께 뜻을 모았다. 바로 이듬해인 1946년에 조선 음악아카데미즘 수용 목적의「음악가의 집」구성원인「이건우 작곡발표회」도 개최하도록 그 역할을 담당해주었다. 모름지기 가슴 아픈 시대적 상황에서 작곡가 이건우는 1953년「조선작곡가동맹」이 결성되자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위원장 이면상)이자 동시에 부위원장으로 선정되어 그 나름의 활동을 이어갔다.
또 한편 1954년 이후에는「조선음악가동맹」의 부위원장, 그리고 1960년부터는「조선음악가동맹」창작실 소속 책임작곡가로 중임을 담당하였으나 1953년 북한 정권으로부터 숙청되었다가 1960년 복권되어 성악곡과 가극, 기악곡을 폭넓게 발표하며 작곡할 창작활동을 벌려 뒷날 공훈예술가로 대접받는다. 따라서 1974년부터 황해북도 예술단 작곡가로 있으면서 여러 가극 창작에도 그 역할을 담당하였고 1990년 평양의 윤이상 음악연구소 명예연구사로 임명되었고, 200여 곡에 이르는 작품을 창작했다. 이처럼 1997년에 작곡집『동백꽃』을 발표했다. 무려 그 자신은 전통적인 수법과 현대적인 작곡기법을 절충하면서도 가곡이 지닌 서정성을 추구하며 현대적인 열기를 담대하게 풀어내는 차별성을 지닌 작곡가로서 우리나라 근현대음악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되고 있다.
그 같은 관점에서 자료 정리 일면일 것이나 지난 2019년 3월 28일 오후에는 한국음악재단(회장 김경희), 뉴욕 한인회(회장 김민선)의 공동 주최로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카우프만 뮤직 센터 머킨 콘서트홀(Merkin Concert Hall at Kaufman Music Center)에서 대한민국 3.1정신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가곡의 밤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모처럼 이날의 기념콘서트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연대기별로 엄선하여 해방을 전후로 한 한국가곡의 역사와 흐름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가 제공되었음은 새삼 유념할 바다. 특히 이날의 1부에서 1920년대 한국가곡의 탄생 이후부터 40년대 해방까지 한국가곡의 정착기 작품이 주로 선을 보인 가운데서 또 그렇게 러시아의 대표적인 망명 음악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yevich Shostakovich)로부터 놀랍게도 그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김순남의「진달래꽃」과「산유화」, 그리고 또 다른 비운의 천재작곡가인 이건우의 민요적 색채가 짙은 가곡「금잔디」가 모처럼 선을 보여 청중에게 깊은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따뜻한 감성의 정한(情恨)은 배경 지식(schema)으로 기억할 일이다.
모름지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라는 현실적 상황도 더없이 안타깝지만, 그 자신이 처한 가혹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숙명처럼 응당 음악인의 길만을 아집(我執)으로 고집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는 그렇게 흔치 아니하다. 까닭에 누구보다 동일한 시간대와 공간에 운명처럼 처했던 ‘김순남, 이건우, 그리고 문경옥은 이념과 맞물려 우리에게 닿을 수 없는 곳의 신기루(蜃氣樓) 같은 존재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그들이 처했던 시대의 아픔 때문에 모두로부터 소외되고 외면당한 그 자신은 그렇기에 절망감에 가슴 저미는 슬픔과 애절함을 오선지에 담아 나직한 통곡(慟哭)으로 쏟아 냈을 것이다.
모처럼 필자가 그 나름으로 열정을 쏟은 저서 출간의 말미(末尾)에서 지난 2018년 8월 12일 자『시사저널』지의「해방과 독립 사이에서 사라진 노래들」 제하의 논고인「음악평론가 강헌의 하이브리드 음악 이야기」에서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진정한 국가(國歌)' 기다려 본다.”에서 예리한 시선과 식별력에 기인(起因)한 건강하고 생산적인 비판 정신은 지극히 바람직하다. 따라서 앞서 중앙대학교의 노동은 교수가 그 자신의 본격적인 연구논문「이건우의 삶과 예술」에서 ‘동백꽃’을 사무치게 노래한 음악인, 이건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었듯, 1950년 한국전쟁기에 자진 월북하여 1998년 작고하기까지 무려 200여 편의 작품을 남길 정도로 그 자신의 삶은, 예술의 투혼이랄까? 창작으로 그 일관성을 지켜냈다. 그 같은 일면에서 전선지구경비사령부협극단 작곡가, 단막 가극, 방송 음악극, 음악 서사시, 영화음악, 교성곡, 합창과 관현악, 합창, 무반주 합창, 중창, 독창, 관현악, 현악 4중주, 바이올린 조곡, 독주곡, 협주곡, 피아노 독주곡, 트럼펫 독주곡, 클라리넷 독주곡 등이 그 종류와 형식의 다양성은 놀라움이다.
그 같은 정황에서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9년 4월 11일 오전에, 한국가곡연구소 창립기념 제1회 학술 세미나가「해방공간의 작곡가 이건우의 음악 세계」를 주제로 수준 높게 개최되었다. 까닭에 이날의 창립기념 학술 세미나에서 중앙대 국악대학 창작음악과 노동은 교수의「이건우의 삶과 예술」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으며, 미국 럿거스대 박사 출신인 이복남 명지대 음악학부 교수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박사 출신인 장견실 성신여대 강사의 질의도 각각 있었다. 또 한편 이날의 특별연주로 이건우의 미발표작 초연이 서울대 성악과의 (Sop) 김인혜 교수와 서울대 성악과 (Bass) 김민석 강사에 의해 열창이 주어져 이날 참석한 모두에게 신선한 감동을 충격적으로 안겨주어 행사의 의미를 뜻깊게 하였다. 까닭에 필자는 그날의 세미나를 기억의 잔상(殘像)으로 오래 간직하려는 의중으로 다소 파격적이기에 찬찬히 그 의미를 파악할 일이다.
특히 우리의 소중한 삶에 있어 동일한 시간대에 폭넓고 다양하게 음악세계 전반을 두루 거쳐 활동했던 이건우와 강원도라는 지연(地緣)을 맺은 일본 유학 출신인 초허(超虛) 김동명(金東鳴)에게 한국가곡사에 있어 크게 공헌한 교수 출신인 제자 김동진(金東振)이 그 자신의 스승을 위해「내 마음」과「水仙花」를 작곡하여 남겼듯, 이건우의 경우,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白南準, 1932~2006)을 제자로 성장시켰듯 굳이 불교의「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마치 초허의 대표시인「芭蕉」의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의 보기처럼 이 시편은 조국을 잃은 사람으로서 맛보는 서글픔을 같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파초에 의탁하여 쓴 시편은, 조국을 잃고 비애의 삶을 영위하는 시인의 처지를 상징화한 것이나 ‘나→너→우리’라는 삼각대위(三角代位)는 더없이 유의미하다.
까닭에 다소 부족함이 없지 않으나 필자가 사제 간의 소중한 연을 맺은 제자의 간청을 외면하지 아니하고 ‘작곡가 이건우의 삶과 예술혼’을 전제하여 서술하였듯 마치 고대 그리스의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가 인간의 유한한 삶과 기술·학문·예술 등 숙련된 지식의 길고 지속적인 성취를 대비하여 시간의 소중함과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끝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명언을 남겼듯, 일단 이건우는 초 장르적인 작곡의 선구자로 활동하며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낮고 때로는 잔잔한 선율로 열린 지구촌의 확장과 파급은 되고 마침내 한국출생이나 미국 국적의 전위예술가로 20세기 비디오 아트를 창시한 제자 백남준(白南準)의 눈부신 활동에 힘입어 그 영향의 가시화는 경이롭다.
그 같은 양상에서 현재 블루스에 젖은 표현으로 알려진 로버트 존슨(Robert Leroy Johnson)부터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대중음악을 장악한 뉴욕시 음악 출판업자와 작곡가 집단을 이르는 총칭인 틴 팬 앨리(Tin Pan Alley)의 성공을 이룬 어빙 벌린(Irving Berlin)까지, 일부 선각자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따라서 음악과 말 속에 감정을 삭여내며 영원히 기억할 곡을 창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작가, 화가로 영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Bob Dylan)이다. 또 한편 “팝과 록에 대한 어떤 대화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창작물을 강조하지 않고는 완결될 수 없다.”라는 세계문화의 소유자 존 레논(John Winston Lennon)과 폴 매카트니(Sir Paul McCartney)이다. 차제에 ‘멜로디를 통한 감성적인 풍경 구조를 주도한 음악의 상징적 인물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음악적 예언 질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천재성을 인정받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는 음악의 상징적 인물로, 그녀의 곡 작곡 능력은 순수한 감정과 인간 경험에 대한 정교한 묘사를 한껏 결합하고 있음도 거시적 안목에서 지켜볼 바다.
각론하고 ‘가장 성공한 여성 작곡가로 영혼의 직물’로 평가되는 캐롤 킹(Carole King)과 또 한편 ‘전형적인 미국 정신을 포착하는 명확한 서사로 인정받은 주지적 시인’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을 비롯하여 현재의 팝 히트를 이끄는 거장인 맥스 마틴(Max Martin)의 영향력은 지극히 상대적이다.
결론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이들이 한결같이 존재에 대한 사운드트랙(sound track)을 작곡하였음도 그렇거니와 멜로디와 구절 내에 인간 감정의 전체 스펙트럼(spectrum)을 압축하여 주었다. 모쪼록 그들은 장르를 지켜내는데 집착하지 않고 곡 작곡의 예술을 전례 없는 고도로 진보시켰으며, 그들의 정신적 유산은 음악 애호가와 창작자의 미래 세대에 끊임없이 영감을 안겨줄 것임에 서로 간의 의미와 확장은 이 같은 관계 층위임에 틀림이 없다.
*약력:강릉출생, 『華虹詩壇』(1965) 발행인, 『시문학』 출신, 한국시문학학회 및 김동명학회 회장, 관동대학교 대학원장(총장
대행) 역임, 현재 가톨릭관동대학 명예교수, 주) 문화앤치플 메가진 고문, 고문, 월간『모던포엠』주간, 사) k 정나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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